김혜진 씨 부부가 ‘의귀리 부부막국수’를 운영하고 있다.(사진=이화정 인턴기자)
김혜진 씨 부부가 ‘의귀리 부부막국수’를 운영하고 있다.(사진=이화정 인턴기자)

지금부터 약 111년 전 5일장이 들어섰던 남원읍 의귀리 장판거리 주변 골목에는 의귀리 부부막국수라는 식당이 있다. 주차장도 없고 간판도 안 보이는 식당이지만 손님들로 북적였다.

이 식당은 원래 14평 규모의 돌집이었는데, 그 느낌을 최대한 살려 식당으로 손수 꾸몄다. 김혜진 씨 부부는 13년 전 제주에 내려왔다. 이들 부부가 육지에서 살 때 남편 분은 인천공항에서 CJ푸드월드 총괄 매니저로 일했고 아내 분은 영양사로 일했다. 제주도에 내려와서는 개발공사에서 부부가 함께 조리장과 영양사로 일했다. 식당 운영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식당의 메뉴는 물 막국수, 비빔 막국수, 옛날돈까스, 치즈돈까스, 칠리새우로 총 5가지다.

기본으로 올라가는 반찬(사진=이화정 인턴기자)
기본으로 올라가는 반찬(사진=이화정 인턴기자)

선불제로 운영하기 때문에 비빔막국수와 치즈돈까스를 결제한 후 자리에 앉아서 기다렸다. 밑반찬으로는 배추김치와 수제피클, 그리고 큼지막하게 부친 메밀전이 나왔다. 배추김치와 수제피클은 아삭아삭하니 신선함이 느껴졌다. 메밀전도 쫀득쫀득하니 맛있었다. 메밀은 원래 찰기가 없는데 메밀가루와 전분가루 그리고 밀가루를 조금 섞어서 쫀득한 식감을 만들어냈다.

비빔막국수와 치즈돈까스(사진=이화정 인턴기자)
비빔막국수와 치즈돈까스(사진=이화정 인턴기자)

비빔막국수가 먼저 식탁에 올랐다. 비빔막국수의 가격은 9000원이다. 비빔막국수는 그릇에 육수를 자박하게 깔고 그 위에 메밀면과 양념장 그리고 오이, 담근 무, 삶은 계란, 김가루, 깻가루 등의 고명을 올린채로 제공됐다. 막국수를 비비니 고소한 향이 올라왔고 육수와 적당히 섞여 어울러져 먹기 농도가 됐다. 양념장은 빨간 비주얼과는 달리 자극적이거나 맵지 않아서 오히려 좋았다.

이어서 치즈돈까스가 나왔다. 치즈돈까스의 가격은 14000원인데, 돈까스가 치즈로 이불을 덮은 것 마냥 치즈의 양이 상당했다. 치즈돈까스는 밥과 유자청샐러드 그리고 요거트드레싱과 함께 제공됐다. 치즈돈까스는 돈까스 위에 소스르 뿌린 후 치즈를 듬뿍 올려서 제공됐다. 돈까스는 이미 길쭉하게 잘려져 있어서 먹기 편했다. 치즈의 양이 상당했기 때문에 돈까스 맛이 느끼하거나 짭조름한 맛이 강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고소하고 담백했다. 또 비빔막국수와도 궁합이 좋았다.

이 식당의 영업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다. 메밀이 찬 성질의 음식이다 보니, 저녁에는 속이 불편할까 봐 낮에만 영업한다고 한다. 식당 운영시간은 3시간뿐이지만 이들의 노동시간은 13시간 이상이다. 판매를 준비하는 시간이 10시간 이상 소요되기 때문이다. 김혜진 씨 부부는 새벽 4시 반이면 식당에 나와 메밀가루를 반죽하고 생면을 뽑는다. 갓 뽑아낸 생면을 커다란 솥에다가 담아 4~5시간을 끓여낸다. 그러다 보면 주방 내부가 고온다습해져 온도가 40도 이상 올라가기도 한다. 또 막국수에 고명으로 올라가는 담근 무와 양념장, 돈까스와 소스 등을 다 수작업으로 만들기 때문에 정성이 많이 들어간다. 영업이 끝나면 다시 장을 보고 내일 장사할 준비를 한다. 한여름에 손님이 더 많은데 그때는 밤 11시까지 일하기도 한다.

김혜진 씨 부부는 한식이 이렇게 손이 많이 가는지 모르고 식당을 시작했지만, 즐겁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신장개업했을 때 설윤숙 기자가 서귀포신문에 소개해주셨는데 그 후로 방송에도 몇 번 나가게 돼 손님이 점점 늘고 있어서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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