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의 속

라이너 마리아 릴케

어디에 이 꽃의 속에 대한

겉이 있는가? 그 어떤 아픔 위에

이런 삼베옷이 주어졌는가?

 

이 우울을 모르고 활짝 핀 장미의

그 호수 속에 비치는 것은

어느 하늘인가? 보라?

 

어떻게 장미가 흐드러지게 피어

늘어져 있는가를, 떨리는 손길도

그것을 흩어버리지 못할 만큼

 

장미는 거의 그 자신을 가누지 못한다.

 

그 많은 꽃들은 필 대로 피어 내부의 세계에서

외부로 넘쳐 있다.

 

그리고 외부는 더욱 가득 차서

스스로의 테두리를 닫고

마침내 전체가 하나의 방이

꿈속의 한 방이 된다

 

<마음시 감상>

시인 문상금

오월의 장미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사시사철 장미꽃이 피고 진다. 모든 꽃들도 그러할 테지만, 붉디붉은 장미꽃 한 잎 한 잎, 보면 볼수록 오묘하고 신비롭다.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장미는 스스로 그 자태와 향에 취해 거의 그 자신을 가누지 못한다. 얽히고설킨 그 많은 꽃들은 필대로 피어 내부에서 외부로 넘쳐나고 있다.

장미향은 호르몬을 자극하여 사랑에 빠지게 하는 성질이 있어 향수의 필수 재료다. 향수 한 방울에는 엄청나게 많은 장미꽃이 응축되어 있다. 릴케는 장미의 시인이다. 죽을 때도 장미 가시에 찔려 죽었다고 할 정도로, 릴케는 장미가 지닌 복잡하고 오묘한 본질을 계속 추구했다고 한다인생이나 사랑이나 장미나 혹독한 가시가 있어서 어쩌면 더 값진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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