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신문이 만난 사람] 고기철 제주경찰청장 #1

고기철 제주경찰청장
고기철 제주경찰청장

지난해 12월 제주경찰장에 취임한 고기철(59.간부 후보 38) 치안감이 공로연수를 앞두고 있다. 고기철 제주경찰청장은 서귀포시 토평동 출신으로 서귀포고(11)와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행정대학원 공안행정학과 및 숭실대학교 IT정책경영학과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제주경찰청장에 임명되기 전에는 서울경찰청 자치경찰차장을 맡고 있었다.

서귀포신문이 17일 고기철 청장을 만나 한 시간 넘게 대화를 나눴다. 고향 서귀포에 대한 추억, 제주출신으로는 최초로 맡은 제주경찰청장에 대한 책임감, 제주경찰청이 겪는 애로와 그 원인, 자치경찰제에 대한 의견 등 다양한 얘기를 나눴다. 대담 내용이 소중하다고 판단해, 2회에 걸쳐 지면에 실을 계획이다.

다음은 고기철 청장과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 서귀포 시민들과 언론을 통해 처음으로 인사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간단한 인사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서귀포 토평초등학교 출신입니다. 저도 예전에는 서귀포신문 독자로, 서귀포 소식을 들을 수 있는 신문을 기다리곤 했었습니다. 독자에서 인터뷰이로 서귀포신문과 인연이 되어 반갑습니다.

- 어릴 적 서귀포에서 생활했던 경험, 추억이 있으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의 유년시절도 남들과 비슷하게 시골에서 조, 감자, 보리, 밀감 등 농사짓고 자랐습니다. 어렸을 때는 동네 개구쟁이였습니다. 친구와 활쏘기를 하며 놀다가 입 속에 활이 날라 와서 다친 적도 있고, 친구들과 졸갱이(으름) 따러 솔오름에 올라가서 밤늦도록 놀다가 동네 사람들이 횃불 들고 찾으러 다니기도 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여학생 친구들은 저를 고무줄 많이 끊고 다니던 아이로 기억할 정도로 개구쟁이였습니다. 솔오름에 가면 미군들이 야영을 했던 흔적이 있는데, 그 자리에 통조림 깡통, 종이 설탕 등이 버려져 있었습니다. 그 당시는 설탕이 엄청 귀할 때여서 그것을 가져다가 학교에서 도시락 먹을 때 친구 보리밥 위에 설탕을 뿌려주면 인기가 최고였습니다. 봉투에 쓰인 영어를 몰라 설탕인 줄 알고 소금을 친구의 밥에 뿌려주었다가 선생님께 크게 혼이 나기도 했습니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를 졸업하셨습니다. 학창 시절, 어떻게 경찰이 되려고 결심하셨는지 그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중학교 당시 추리, 탐정 소설이 유행했는데, 아서 코난 도일이 쓴 셜록홈즈, 괴도 루팡, 애거서 크리스티 작품 할머니 탐정 등에 빠졌었습니다. 이불을 뒤짚어 쓰고 몰래 소설을 보다가 아버지께 야단맞기도 했습니다. 그때는 탐정이 경찰인줄 알았는데, 대학 진학지 같은 잡지 등을 보다가 경찰행정학과가 소개 된 것을 봤습니다. 그렇게 동국대경찰행정학과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경찰 생활을 하면서 기억나는 사건이나 에피소드 등 말씀 부탁드립니다.

경기남부경찰청 형사과장으로 2년 반 근무를 했습니다. 그 당시 포털 검색에 올라올 정도로 주목을 받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20168, 안성의 전원주택에서 노부부가 불에 탄 상태에서 살해당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범인은 주변에 사는 사람이었는데, 범행하고 본인이 신고를 했었습니다. 그래서 수사에 더 혼선이 오고, 사건이 굉장히 잘 풀리지 않았습니다. 그 당시 경기경찰청에 미제 사건이 없었는데, 제가 미제를 남기면 굉장히 오점이 되는 상황이었기에, 더욱 사건 해결을 위해 고군분투했었습니다. 수사의 몇 가지 방향을 잡고 수사를 하는 동시에, 범행도구 확보를 위해 범행장소 주변을 광범위하게 수색하였습니다. 경찰을 물론 행정기관의 도움까지 얻어 길가에 우거진 풀을 낫과 예초기로 베어가며 수색하였지만 십 여일이 지나도 성과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아 막막하던 차, 꿈에 어떤 할머니가 나타나셨습니다. 술상을 차려 오시던 할머니께 누구냐고 물으니 사건이 난 그 집에 산다고 하셨습니다. 얼굴이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았지만 아마 사건의 피해자셨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꿈을 꾼 당일 혈흔이 묻은 칼과 망치를 발견했고 범인을 잡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이튿날에 비가 많이 내렸었는데, 당시 범행도구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사건의 해결이 어려울 수도 있었습니다.

-지난해까지 서울경찰청에, 그 이전에는 경기남부경찰청에 근무하셨습니다. 승진하시며 제주지방경찰청으로 오셨는데, 그 과정을 말씀해주십시오.

제가 초임이 안양경찰서였습니다. 서울이 아닌 경기도 지역에서 시작을 한 것입니다. 일종의 지방경찰인데, 지방경찰은 승진이 굉장히 어렵습니다. 전례가 거의 없습니다. 저는 제주도 그리고 서귀포, 그 중 서귀포고등학교 11회 졸업생입니다. 그때는 육지에서 경찰관을 하는 선배가 단 한명도 없었습니다. 그 당시 제주도에서 육지 올라가면 제주도 오고, 일고가 명문고라고 알아주었습니다. 소위 말해, 제주도에서도 마이너, 올라가서도 마이너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2018년부터 20196월까지 제주도에서 경찰청 자치경찰추진단장을 했습니다. 중앙에서 이원화 자치경찰을 도입하려고 굉장히 노력할 때, 제주도에서는 이미 자치경찰단을 운영하고 있었기에, 이것을 시범, 실시해보고 결과에 따라 전국적으로 실시하려고 타진할 때였습니다. 정부의 방침에 따라 TF 팀장으로 실무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노력들이 반영이 되어 유리천장을 깰 수 있었던 기회가 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편은 이어서) 

대담 장태욱 편집국장 정리 설윤숙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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