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훈 당선인은 22일, 수잔 얍 술리트 필리핀 딸락주지사와 면담을 하고 딸락주 계절근로자를 제주도에 도입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농가의 인력 부족이 극심한 상황이라 반가운 소식인긴 하지만, 현장에서는 손봐야 할 제도적인 과제가 적지 않다.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일 년에 몇 개월 동안 계절노동을 수행하기 위해 본국을 떠난 임시이주자를 뜻한다. OECD 대부분 국가는 농번기 인력난을 해결하려는 방편으로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를 운용한다.

우리나라는 2015년 괴산군에서 시범사업을 실시한 이후, 2017년 전국 기초자치단체로 확대해 운영한다. 원칙적으로 5개월 이내에 노동력이 집중적으로 필요한 농업과 수산업 등의 업종에 한해 제도가 운용된다.

법무부가 계절근로자를 도입할 지자체를 선정하면, 지자체는 도입할 국가와 외국인을 선정한다. 이후 출입국외국인청과 재외공관은 계절근로자가 국내에 들어올 수 있도록 비자를 발급하는 일에 협조한다. 계절근로자의 유치와 관리 등은 모두 지자체의 몫이다.

그런데 법무부가 올해 2월 확정한 지자체별 계절근로자 규모를 보면, 제도가 서귀포에서는 아직 ‘그림의 떡’임을 알 수 있다.

법무부는 2월 25일 ‘외국인 계절근로자 배정심사 협의회’를 개최해 2022년 상반기 외국인 계절근로자 도입 규모를 확정했다. 법무부는 전국 88개 지자체(3575개 농·어가와 44개 법인)로부터 상반기 도입 희망 인원을 신청받고, 기본 심사를 거친 후 1만1550명의 계절근로자를 배정했다.

농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에 배정 인원을 비교할 필요가 있다. 강원도에 배정된 인원이 3574명, 충청북도 1464명, 전라남도 1230명 등이지만, 제주도에는 137명만 배정됐다. 강원도 양구군이 680명, 전라북도 고창군이 645명, 경상북도 영양군이 601명 등인데, 서귀포시는 44명에 불과하다. 서귀포시 농민들이 그동안 인력부족과 인건비 폭등을 호소했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수치다.

서귀포시 농정담당자는 이와 관련해 “서귀포시에서 신청 농가가 적었다”라며 “제도는 결국 농가와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계약인데, 서귀포시의 농업 구조상 농번기가 짧으므로 농가가 5개월 근로계약을 원하는 계절근로자의 요구를 들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본지 고정 필자인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 문화센터’ 고기복 대표는 이런 딜레마를 해결할 방법으로 ‘농업법인’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농협이 법인을 구성하고 법인과 계절근로자 간 계약을 체결한 후, 법인이 농가에 필요한 만큼 인력을 배정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제안이다.

서귀포시 관계자도 “농가와 계절근로자 사이 고용계약은 비현실적이다”라며 “행정이 인력사무소 역할을 하고 농가가 필요할 때만 계절근로자의 노동력을 사용하는 방식이 가능한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계절근로자 제도가 그림의 떡이 되지 않도록 행정과 농협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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