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풍과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도내 자산 불평등이 더 심화된 것으로 밝혀졌다.(사진=장태욱 기자)
이주열풍과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도내 자산 불평등이 더 심화된 것으로 밝혀졌다.(사진=장태욱 기자)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제주도 가구의 자산 불평등이 다른 시도에 비해 매우 심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저금리 기조가 오랫동안 유지된 게 큰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최근 조사 보고서 ‘제주지역 가계순자산 규모 및 자산 격차 현황’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으로 제주지역 가계의 평균 순자산은 4억9153만 원으로 전국 시·도에서 서울을 제외하면 가장 높다.

문제는 자산 증가율이다. 2015년 3월부터 금년 3월까지 5년 동안 제주지역 가계의 총자산은 85.2% 증가했다. 도내 순자산 연평균 증가율은 11.3%를 기록했는데, 같은 기간 전국 연평균 증가율 6.4%와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특히, 거주하는 집 외로 보유한 부동산의 가치가 130.3%나 증가했다.

올해 3월 기준으로 상위 25%의 가계의 평균 순자산은 14억1128만 원인 반면, 하위 25% 가계 평균 순자산은 1512만 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순자산에서 상위 25%가 차지하는 순자산 비중은 74.4%로, 이는 16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이다.

5년 간 상위 25%의 자산은 평균 6억4935만 원 증가했는데, 하위 25%의 자산은 402만 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상·하위 자산 증가 폭이 무려 150배 차이가 난다. 자산을 많이 가진 사람은 앉아 있어도 부가 쌓였는데, 자산이 없는 사람은 남의 재산이 늘어가는 것을 구경만 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상위 25%의 순 자산 보유 비중은 2019년 3월 73.5%에서 2021년 3월 74.4%로 0.9%p 증가했다. 코로나19의 터널 속에서도 상류층은 부를 쌓았고, 하위층은 부를 잃었다.

지난 2015년 이후 제주사회는 비정상의 터널을 통과했다. 중국인 투자 열풍과 제주 이주 열풍, 그리고 제주 신공항 발표로 부동산 투기꾼들의 앞마당이 됐다. 신공항 이슈가 조금 진정될 만하니, 코로나19가 들이닥쳤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이런저런 이유로 초 저금리로 돈을 풀었고, 풀린 돈은 제주도 부동산에 쏠렸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위기 속에서도 도내 주택가격 거품은 가라앉지 않았다.

자산가치가 변동하면서 불평등이 심화하면 필연적으로 실질자산이 감소하는 상대적 빈곤층이 늘어난다. ‘벼락 거지’라는 신조어가 의미하듯, 자신의 소득에 변화가 없음에도 어쩔 도리 없이 빈곤의 늪으로 빠져드는 계층이 발생한다는 의미다.

불평등은 사회적 통합 및 경제성장력을 저해하고, 저소득층의 자립기반을 약화시켜 상류층으로 진입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 불평등이 고착되면 사회 갈등은 필연적이다.

보고서에는 세대 간 자신이 전이되면서 청년 세대 가운데도 불평등이 심화된다고 지적했다. 미래세대가 희망을 품고 살기 위해서라도 불평등 해소에 사회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몇 년 간 개발 광풍을 겪은 제주사회가 얻어야 할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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