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을 앞두고 택배 집하소에 감귤 상자가 쌓인 장면(사진=서귀포신문 DB)
설 명절을 앞두고 택배 집하소에 감귤 상자가 쌓인 장면(사진=서귀포신문 DB)

제주자치도가 최근 온라인 유통이 활성화되는 상황에 맞춰 농수축산 업계를 돕기 위해 택배비를 지원한다. 최근 택배비가 오른 상황에서 추진하는 정책이라 반갑기는 한데, 왜곡된 택배 시장을 바로잡는 일 또한 시급하다.

우리나라 택배는 전자상거래 활성화에 힘입어 매년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한국통합물류협회 통계에 의하면, 택배 물동량은 2012년 14억598만 박스였는데, 2020년에는 30억 박스를 넘었다. 8년 만에 두 배 이상 성장했다.

상자당 평균 배송비는 2012년 2506원에서 2019년에는 2269원으로 계속해서 하락했다. 여러 원가가 올랐지만, 요금이 하락한 것은 업체 간 과당 경쟁의 결과다.

해년마다 물가 및 각종 비용 등이 인상하는데 택배 요금이 계속 떨어지면서 택배 노동자에게 전달되는 수수료가 줄어들었다. 택배 노동자 수입을 보전하기 위해 많은 물량을 취급할 수밖에 없었고, 많은 양을 배송하다 보면 과로나 사고에 노출됐다.

이에 지난해 정부와 택배 기업, 노동자들이 협의한 끝에 택배비를 세 차례 인상했다. 회사가 영업이익을 확보하고 노동자는 건강과 수입을 가져가야 한다는 취지다. 여전히 논란이 있기는 한데, 택배비 인상이 장기적으로는 택배 산업이 지속 가능해지고 우리 산업 생태계가 건강해질 것이라는 데에는 사회적 이견이 없다.

그런데 택배와 관련해 제주도에만 있는 특별한 문제가 있다. 다른 지역에 비교해 과도하게 비싼 택배요금이 대표적이다.

택배 현장에 있는 C사 영업소장에 따르면, 제주도에서 상자 당 택배요금(발송 기준)은 육지부와 비교하면 1500~2000원 이상 비싼 편이다. 예를 들어, 전남 해남에서 서울까지 고구마 10kg 한 상자를 보낼 때 택배 요금은 2500원 정도다. 그런데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서울로 귤 10kg 한 상자를 보내면 요금은 4500원에 이른다. 2000원 정도가 차이가 난다.

택배 회사들은 제주가 섬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있다고 변명하지만, 귤을 트럭에 싣고 대도시 물류 터미널로 운송하는데 드는 비용을 10kg 1상자 가격으로 환산하면 1000원을 넘지 않는다. 800원 정도가 일반적이라는데, 업체는 도선료라는 항목을 붙여 제주도민에게 과도한 택배비를 부과한다.

제주특별자치도가 30일, 농·축·수산물 및 전통시장·골목상권 상품에 대한 택배비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풋귤 유통 농가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6차산업 인증 경영체, 다른 지역으로 보내는 제주산 축산물을 보내는 가공업체, 수산물을 온라인 판매하는 업체, 농산물 직거래 농가 등에 택배비를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최근 도내 1차 산업이 처한 어려움을 고려하면 반갑기는 한데, 왜곡된 택배 시장을 바로잡는 일또한 도 당국에 부여된 시급한 과제다. 도 당국은 대기업 앞에만 서면 오금이 저린가? 도민은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용기 있게 나서는 지도자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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