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천민의 서귀포 오름 이야기(77)

지난 주에 서귀포 오름 이야기 일흔여섯 번째로 동수악을 소개한 바 있는데, 이번에는 5.16도로 숲터널 동쪽편에 위치한 동수악과 더불어 서쪽으로 마주보고 있는 오름인 논고오름을 소개하고자 한다.

논고오름은 남원읍 신례리 지경의 오름으로, 주민들이 거주하는 신례리 마을에서는 한참 떨어진 한라산 중턱 쯤에 위치한 오름이다.

5.16도로 숲터널은 동쪽에 동수악, 서쪽에 논고오름을 사이에 두고, 그 가운데에서 울창하게 우거진 나뭇가지들이 도로를 덮어 터널을 만들고 있는 아래로 꼬불꼬불 이어진 아름다운 길이다.

숲터널의 남쪽편 논고교 다리에서부터 숲터널 시작 지점에서 300m 북쪽의 난간 없는 다리인 제2논고교까지의 5.16도로변은 사실상 논고오름 기슭으로 보아도 무방할 정도로 논고오름에서부터 시작된 경사면이 남동쪽으로 서서히 낮아져서 내려온다.

논고오름의 이름이 왜 이렇게 불리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논고오름을 줄여서 논고름이라 하기도 하며, 한자 표기로는 논고악(論古岳)’이라 하고 있다.

오름 나그네의 저자인 김종철 씨는 논고오름을 소개하면서 그 역시 이름의 유래를 알 수 없다고 하면서도, 논고악이란 한자 표기가 주는 인상에서 본다면, 이 오름에 올라 보면 정원 나무 그즐에 앉아서 선비들이 옛글이나 옛일을 논하였음직도 할 만큼 고아(古雅)한 정취가 감돌기도 한다고 하였다.

제주대학교 교수 오창명은 1998년 제주대학교 출판부에서 발행한 제주도 오름과 마을 이름에서, 논궤오름, 눈궤오름 등에서 누운의 제주도 방언 의 변음이다. 는 바위굴의 뜻을 가진 제주도 방언 로 인식하고 그 의 일부분인 를 음가자로 표기한 것이다. ‘는 땅속으로 들어간 바위굴 따위를 뜻하는 제주도 방언히다. ‘논궤오름또는 눈궤오름논궤또는 눈궤는 누워있는 (바위굴)’라는 뜻이다 라고 말하고 있다.

오창명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논고오름 어딘가에 바위굴이 있음 직한데, 아직 바위굴을 보았다는 이가 없어서 이에 대한 조사가 필요할 듯하다.

논고오름은 전체적으로 둥그스름한 모양을 하고 있으며, 남쪽과 북쪽에 각각 하나씩 두 개의 봉우리가 있고, 두 봉우리가 감싸고 있는 사이에 원형 굼부리를 가지고 있다. 두 봉우리는 굼부리 능선으로 부드럽게 이어지고 있고, 두 봉우리가 동쪽 편으로 팔을 벌려 말굽 모양으로 굼부리를 감싸며 내려오다가 동쪽편에 이르러서는 나지막하게 멈추어서 그 안으로 원형 굼부리를 만들고 있다.

경사면은 남쪽, 서쪽, 북쪽 바깥 면이 모두 가파른 경사를 보이고 있으며, 동쪽 바깥 경사면은 5.16도로까지 매우 부드럽게 흐르면서 길게 이어지고 있다.

오름 남쪽과 북쪽에는 각각 하나씩의 시내가 흐르고 있다. 물론 다른 시내들처럼 비가 많이 와야 흐르는 건천이다. 성널오름에서부터 시작되는 서중천 지류는 논고오름 북서쪽 기슭을 따라 흘러 숲터널 아래를 지나 동수악 쪽으로 흐르고 있으며, 성널오름 서쪽에서부터 시작된 신례천은 논고오름 서쪽을 따라 남쪽으로 향하고, 이어서 남동쪽으로 향하다가 논고교 다리 아래를 지나 이승이오름 쪽으로 흘러 내려간다.

취재팀은 한라산 성판악 탐방로 입구에 있는 한라산 국립공원 성판악 안내소에서 출입금지 구역 탐방 허가 표지를 받아 배낭에 묶고, 먼저 동수악을 탐방한 후 이어서 숲터널을 건너 논고오름 쪽으로 들어섰다.

숲터널이 남쪽 시작점에서 약 300m 북쪽의 난간 없는 다리인 제2논고교 쯤에서 서쪽으로 들어서서 서중천 지류 줄기를 따라 수풀을 헤치며 논고오름 북쪽 기슭으로 갔다. 서중천 지류를 따라 걷는 중에는 제주조릿대가 군데군데 가득가득 자라고 있었다.

제주조릿대가 가득한 평평한 지역을 걷다가 오름 기슭에 이르니 차츰 경사가 높아져 갔다. 북쪽 봉우리를 향해 올라갈수록 제주조릿대 군락은 줄어들고, 큰 나무 아래에서 자라는 작은 나무들이 우거져 있었으나 길을 가로막는 가시덩굴이 없어서 탐방로가 없는 길을 올라가는 데도 큰 어려움이 없이 올라갈 수 있었다. 단지 경사가 높아서 좀 헉헉거릴 뿐이었다.

북쪽 정상부에 올라섰다. 이곳에 올라오니 둥치가 굵은 나무 한 그루가 쓰러져 누워 있었는데, 그 나무 위에 올라서서 사방을 살펴보니 세 방향은 우거진 나무에 가려서 보이지 않는 반면, 북쪽 편 전망이 시원하게 바라보였다. 바위 절벽이 성을 쌓아올린 듯한 위용을 자랑하는 성널오름이 매우 가까이에서 올려다 보였고, 그 주변의 우거진 녹색지대가 온통 초록빛으로 일렁이고 있었다.

다시 최정상부로 올라가는데 풀숲에서 사르륵거리며 뱀 두 마리가 깜짝 놀라 기어서 도망가는 것이 보였다. 나도 놀랐지만 뱀들도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는 이곳에 찾아온 낯선 탐방객 때문에 놀랐을 것이다.

정상부에는 굴거리나무, 비자나무, 주목, 산딸나무, 새비나무, 작살나무, 보리수, 비목나무, 초피나무, 누리장나무, 참꽃나무, 산철쭉, 줄사철나무들이 관찰되었다.

논고오름 남쪽봉우리에서 바라본 풍광(사진=한천민 소장)
논고오름 남쪽봉우리에서 바라본 풍광(사진=한천민 소장)
논고오름 습지(사진=강문혁 기자)
논고오름 습지(사진=강문혁 기자)

 

정상부에 잠시 앉아 쉬면서 올려다보니 나뭇가지 사이로 파란 하늘이 높게 솟아 있어서 가을이 성큼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북쪽 봉우리와 남쪽 봉우리 사이의 능선을 걸어서 남쪽 봉우리에 올라섰다. 남쪽 봉우리에서는 나뭇가지들 사이로 구름에 덮인 백록담이 바라보였고, 남쪽 방향으로는 바로 아래 가까운 곳에 보리오름이 내려다보였으며, 더 아래로는 수악, 영천오름, 칡오름, 제지기오름, 예촌망, 삼매봉, 하논 등의 오름들과 지귀도, 섶섬, 문섬, 범섬, 그리고 남쪽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져 보였으며, 효돈, 보목, 서귀포 시내 일부가 보였고, 토평 마을 일대에 비닐하우스가 하얗게 덮여 있는 모습들이 내려다보였다.

남쪽 봉우리에서 내려가다가 굼부리로 들어갔다. 굼부리 둘레의 지형은 남쪽 봉우리와 북쪽 봉우리, 그리고 두 봉우리 사이를 잇는 능선 등 남, , 북쪽 방향이 매우 높은 반면, 동쪽은 굼부리 지면에서 약 20m 정도의 야트막한 능선에 둘러싸여 있었다.

굼부리의 한쪽은 그리 넓지 않은 풀밭을 형성하고 있었는데, 풀밭은 대부분 습지가 된 것 같았다. 나머지 부분은 산뽕나무와 누리장나무 등 아름드리나무들이 우거져서 자라고 있었고, 그 사이사이로 작은 나무들과 풀들이 우거져 있는 넓은 공간을 형성하고 있었다. 굼부리 바닥면에는 크고 작은 수많은 화산탄들이 엄청나게 널려있었다. 누가 다녀갔는지 사람이 다녀간 흔적으로 주변의 화산석들을 모아서 탑을 만들어 놓은 것도 몇 개 보였다.

논고오름 굼부리도 비가 많이 올 때는 물이 고여서 산정호수를 이루고 있음직한데, 호수가 형성되지 않는 것은 굼부리 내부의 토질이 화산석이 많고, 붉은 송이 흙들로 깔려 있어서 비가 많이 와도 곧바로 물이 빠지는 까닭이리라.

논고오름 탐방을 마치고 5.16도로가 있는 동쪽 방향으로 숲을 헤치고 걸어오노라니, 여름새우란이 앙증맞은 꽃을 피워서 수줍은 향기를 보내주고 있었다.

 

위치 :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리 지경

굼부리 형태 : 원형

해발높이 843m, 자체높이 143m, 둘레 2,789m, 면적 567,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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