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천민의 서귀포 오름 이야기(78)

한여름 무척 더울 때 맑은 물 철철 흐르는 시원한 냇가에 앉아 냇물에 발을 담그고, 그 냇물에 넣어두어 차게 얼린 수박을 먹는 기분. 그렇게 해 본 사람은 이런 기분을 알 것이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드넓게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고, 뒤로는 짙푸른 숲을 이고 서 있는 오름을 가까이 두어 즐기면 이야말로 무더위를 이겨내는 데 錦上添花가 아니겠는가!

바로 이런 곳이 서귀포 시내 가까운 곳에 있다.

서귀포여자고등학교 교문 앞으로 이어지는 제주올레 7코스를 따라 서쪽으로 걷다가 바로 남쪽으로 꺾어 들어 내려가면 호근위생처리장을 지나서 바닷가에 이르고, 그곳에서 시원한 물이 철철 흐르는 속골천을 만나게 된다. 속골천 바로 서쪽 너머에는 작은 언덕 같은 숲이 있는데, 이곳이 이번에 소개하고자 하는 망밧이다.

망밧 전경
망밧 전경(사진=한천민 소장)
망밧 정상부의 연동연대(사진=한천민 소장)
망밧 정상부의 연동연대(사진=한천민 소장)
망밧 연동연대위애서 바라본 범섬(사진=한천민 소장)
망밧 연동연대위애서 바라본 범섬(사진=한천민 소장)

 

망밧은 서귀포시 서호동 지경의 오름으로, 서호동과 호근동의 경계를 이루는 속골천 하류의 바닷가에 위치하고 있다. 이 오름의 동쪽 속골천 너머에는 서귀포 호근위생처리장이 자리하고 있다

이 오름의 정상부에는 옛적에 외적의 침입을 감시하던 연대가 세워져 있는데, 이에 연유하여 을 보았던 밭이라고 하는 데에서 망밧이라 부르고 있다. 이 오름은 남쪽의 바닷가에서는 경사가 약간 높은데 반하여 북쪽 편 기슭은 그 주변의 땅들보다 약간 높은 정도일 뿐 그리 높지 않고 편평하며, 오름의 이름에 ()’이 들어간 것으로 보아 정상부의 연대가 세워져 있는 주변까지도 옛날부터 경작지로 이용된 것으로 추측된다. 현재도 연대 주변 일대의 편평한 지역은 밭과 과수원으로 조성되어 있다.

망밧을 찾아가려면, 첫째, 서귀포여자고등학교 정문 서쪽 약 130m 지점의 사거리에서 남쪽으로 이어지는 도로는 제주올레길 7코스이기도 하며, 이 사거리에서부터 7코스를 따라 약 670m를 가면 호근위생처리장을 지나서 속골천이 바다와 만나는 지점에 이른다. 속골천 서쪽에 솟아있는 언덕 같은 작은 오름이 망밧이며, 속골천 서쪽을 따라 이어지는 산책로를 따라 약 60m를 가면 오름으로 올라가는 탐방로 계단을 만나게 된다.

둘째, 서귀포혁신도시와 서호동, 법환동 입구가 만나는 수모르 교차로에서 법환동 마을로 이어지는 길로 들어서자마자 남쪽으로 이어지는 소로(화이트캐슬 펜션 동쪽 울타리를 따라 내려가는 길)가 있으며, 이 소로를 따라 약 440m를 내려가면 망밧 정상부의 연대로 올라가는 서쪽 입구에 이른다.

셋째, 위 수모르 사거리에서 동쪽 방향으로 약 330m를 가면 서호교 다리가 있으며, 이 다리 밑으로 흐르는 속골천 옆길을 따라 내려가면 망밧 동쪽 속골천 유원지 주차장에 이른다.

이 오름 정상에 세워진 연대는 연동연대(淵洞煙臺)’1996718일 자로 제주도 지정 기념물 제23-10호로 지정되었는데, 20022월에 기단만 남은 채 원형을 상실한 연대를 복원하였다고 한다. 연대의 규모는 가로, 세로 각각 8.4 미터의 직사각형 모양에 높이는 3.6 미터이다.

연대(煙臺)는 옛날에 적이 침입하거나 위급한 일이 있을 때 낮에는 연기로, 밤에는 횃불로 연락을 취했던 통신 시설이다. 봉수(烽燧)는 산 정상부에 위치하여 멀리 있는 적을 감시하지만, 연대는 해안 구릉에 자리하여 바다로부터 침입하는 적의 동태를 감시하는 역할을 하였다.

제주도에는 높은 오름 등에 봉수대 25개소, 연대는 주로 해안가에 38개소가 있다. 밤에는 횃불, 낮에는 연기로 신호를 보내곤 하였는데, 평시에는 1, 이양선(異樣船, 외국 배)이나 적으로 추측되는 배가 나타나면 2, 육지로 향하면 3, 육지에 침범하면 4, 접전(接戰)이 벌어지면 5개를 올렸다.

연동연대는 정의현에 소속된 연대로써, 별장(別將) 6명과 봉군(烽軍) 12명 배치되어 교대로 지켰으며, 동쪽으로 직선거리 약 2.1km 떨어져 있는 삼매양봉수(三每陽烽燧, 현재 삼매봉 정상부), 서쪽으로 직선 거리 약 2.9km 떨어져 있는 변수연대(邊水煙臺, 현재 강정동 2605-2번지 일대)와 교신하였다고 한다.

어느 늦은 오후 집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망밧으로 향했다. 망밧 동쪽 주차장에 이르니 속골천 너머 망밧이 덩굴식물(칡 등)로 울창하게 덮여 있는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주차장 쪽에서부터 바닷가로 내려가서 속골천을 건넜다. 속골천을 건너는 곳은 아치(Arch)형 다리와 그 아래쪽에 징검다리 등 두 군데가 있었다. 징검다리를 건너면서 바라본 아치 다리가 저녁 햇살에 더욱 붉게 물들어서 물 속에 비치고 있었다.

다리를 건너서 속골천 시내 서쪽을 따라 만들어진 산책로를 따라 올라갔다. 산책로는 길이가 그리 길지는 않았지만 속골천의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산책하기에는 안성맞춤인 조용한 길이었다.

산책로를 따라 걸어가자마자 곧바로 산책로가 П형으로 만들어져 덩굴식물에 덮인 지점이 나오고, 그곳에서부터 서쪽으로 오름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나타났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1분 정도 만에 등반로 입구 전망대에 도착하였다. 전망대에 올라서서 바라보니, 속골천 앞 바다 위로 범섬이 조용히 떠 있었고, 속골천 주변의 모습들이 바라다보였다.

전망대 북쪽으로 오름 위로 올라가는 탐방로가 이어지고 있어서 망밧 정상부를 향하여 올라갔다. 높이가 낮은 오름이어서 올라가기 시작한 지 1, 2분 만에 금세 오름 위의 과수원 지대로 올라설 수 있었다. 과수원 지대에는 이제 막 익어가기 시작하는 밀감들이 달려있었고, 비닐하우스들도 시설되어 있었다.

과수원 남쪽 기슭을 따라서 서쪽으로 약 100m 쯤 걸어가니 비닐하우스 서쪽편으로 밭이 있었고, 밭과 비닐하우스 사이를 걸어서 북쪽으로 약 40m 쯤 걸어간 다음 다시 올라가는 길을 따라 정상부를 향하여 걸어갔다.

정상부로 올라가면서 북쪽편을 바라보니 신서귀포 혁신도시의 아파트들의 모습과 그 너머의 고근산, 학수바위, 그리고 한라산이 바라다보였다.

정상부에 도착하였다. 정상부에는 돌을 다듬어 네모지게 만들어진 연대가 세워져 있었다. ‘연동연대(淵洞煙臺)’.

연대 위로 올라가서 사방을 둘러보았다. 사방을 감시하기 위한 용도로 만들어진 연대답게 주변 전망이 시원하게 바라보였다. 서쪽으로 법환 마을, 남쪽으로 탁 트인 바다와 범섬, 동쪽으로 연대 바로 아래쪽의 밭들과 삼매봉과 하논 봉우리, 북쪽으로 서귀포 혁신도시와 고근산과 학수바위와 한라산의 모습들이 모두 시원하게 바라다보였다.

연대 위에서 전망을 바라보면서 사진을 찍노라니 저녁 해가 하늘을 붉게 물들이면서 서쪽으로 넘어가려 하고 있었다. 서둘러야 되겠다고 생각하고는 연대 서쪽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내려가서 망밧 서쪽 별장 마당 앞에서 등반로가 시작되는 지점으로 나왔다.

이어서 오름 서쪽 기슭을 따라 바닷가로 내려가는 길을 따라 내려가니 올레길 7코스가 이어지는 지점으로 내려왔다.

오름 남쪽 기슭의 바닷가 길을 따라 동쪽으로 걸어갔다. 파도소리가 잔잔하게 들리는 바닷가 올레길에 감국이 무더기 무더기 무리지어 자라면서 이제 막 노랑 꽃망울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위치 : 서귀포시 서호동 지경

굼부리 형태 : 원형

해발높이 52.6m, 자체높이 43m, 둘레 1,102m, 면적 61,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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