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자치단체 어떻게(6)] 프랑스의 지방자치제도

프랑스는 중앙집권국가를 오래도록 유지했다.(사진=pixabay)
프랑스는 중앙집권국가를 오래도록 유지했다.(사진=pixabay)

프랑스는 앞서 기술한 독일과는 달리 전통적으로 중앙집권국가였다. 1789년 시민혁명을 통해 근대국가가 탄생했고, 공화정과 왕정을 겪고서 시민은 다양한 형태의 정치체제를 경험했다. 그 와중에도 프랑스는 단일국가를 유지하면서 중앙집권적 정치체제를 유지했다.

프랑스가 헌법을 통해 지방자치단체를 승인한 것은 1946년 제4공화국 헌법이 최초다. 당시 공화국 헌법은 지방자치단체의 종류를 기초와 광역 그리고 외국 자치단체 등으로 구분했고, 지방자치단체의 조직 구성 범위와 병합은 법률로 규정하도록 했다. 해외에 소재하고 있는 자치단체를 제외하면, 제4공화국 헌법은 기초자치단체에 해당하는 코뮌(commune)과 광역자치단체에 해당하는 데빠뜨망(departement) 등 두 단계 계층구조를 기본으로 했다.

그런데 1981년 프랑스 최초의 사회당 대통령인 미테랑이 집권한 후 지방자치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꼬뮌, 데파뜨망, 레지용의 권리와 자유에 관한 법률’(1982년 지방분권법으로도 불린다)이 제정되면서 국가가 지방자치에 대한 행정상 감독제도가 폐지됐다. 또, 중앙정부는 지방자치단체의 법적 행위에 대해 사후적인 사법적 통제(행정법원에 이를 제소하는 방법)만 가능하게 됐다.

그리고 그간 데빠뜨망의 지사를 중앙정부가 임명했는데, 이때부터 데빠뜨망 의회의 의장이 집행기관의 수장이 되도록 했다. 국토 개발에 대한 중앙정부의 권한이 강화되고 지역개발에 관한 책임이 지방의회의 의장에 귀속됐다. 여기에 코뮌과 데빠뜨망과 별도로 레지옹(Region)이라는 단체도 지방자치단체로의 법률적 지위를 갖게 됐다. 이전에 레지옹은 국가의 사무를 관장하는 기관에 불과했는데, 이후에는 주민이 레지옹의 의원을 선출하고 의회 의장이 레지옹의 행정권을 담당하게 됐다.

꼬뮌은 우리나라의 읍면에 해당하는 가장 작은 단위의 자치단체다. 그리고 데빠뜨망이 우리의 도에 해당한다면, 레지옹은 적게는 1개에서 많게는 8개의 데빠뜨망으로 구성된 광역도라 할 수 있다.

프랑스의 행정 체제(프랑스의 국토 및 지역개발제도 연구, 1992 국토개발연구원)에서 발췌
프랑스의 행정 체제(프랑스의 국토 및 지역개발제도 연구, 1992 국토개발연구원)에서 발췌

레지옹은 담당 행정구역으로는 가장 넓은 단위이면서 80년대 이후 경제와 산업에 대한 개발 등 새로운 지방행정 수요를 통해 발생했다. 1986년 3월 16일 지방선거를 통해 레지용위원회(Conseil regional)가 구성되면서 광역규모의 지방자치단체로 탄생했다.

2020년 기준으로 프랑스 본토의 인구는 6463만 명인데, 13개의 레지옹, 96개의 데빠뜨망, 3만4839개의 코뮌 등으로 나뉜다.

프랑스에는 특별하게 아롱디스망(arrondissement)과 깡통(canton)이라는 행정단위가 있다. 아롱디스망은 데빠뜨망의 행정의 편의를 위해 존재하는 보조적 행정단위로, 우리나라로 치면 수원시 영통구나 장안구 정도에 해당한다. 깡통은 아롱디스망과 코뮌 사이에 존재하는 단위인데, 지방의회 의원이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선거구 혹은 징병사무를 담당하는 구역으로, 지방자치단체는 아니다.

​프랑스의 행정 체제(프랑스의 국토 및 지역개발제도 연구, 1992 국토개발연구원)에서 발췌프랑스의 지방제도(프랑스의 국토 및 지역개발제도 연구, 1992 국토개발연구원)에서 발췌
​프랑스의 행정 사무 체제('프랑스의 국토 및 지역개발제도 연구, 1992 국토개발연구원'에서 발췌)

프랑스의 행정단위는 국가-레지옹-데빠뜨망-아롱디스망-깡통-꼬뮌 등으로 이어지는데, 레지옹과 데빠뜨망, 꼬뮌 등이 지방자치단체에 해당한다.

프랑스 혁명주의의 공통된 정신은 법 앞의 모든 시민이 평등하다는 것이다. 이런 정신은 지방조직의 경우에도 동등하게 적용된다. 프랑스 헌법은 코뮌, 데파뜨망과 레지용 등에 대해 각각 동일한 조직원칙을 정하고 있다. 프랑스 헌법 제72조는 모든 지방자치단체는 자유로운 행정을 누리되, 법률이 정한 조건 안에서 같은 수준의 모든 지자체가 동하게 적용된다고 정하고 있다. 코뮌, 데빠뜨망, 레지용 등의 자치단체는 배분된 권한영역 내에서 완전한 자율권을 행사하므로 상· 하 주종관계도 없고 상호 간의 지도·감독관계도 존재하지 않는다.

프랑스가 중앙집권국가로 오래도록 전통을 이어온 것은 지금의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사이에 행정사무 역할 분담에도 나타났다. 자치단체로의 지방 행정권이 이양된 이후에도 국가는 각 기방에 행정청을 두고, 국가행정 지사(Prefet)를 임명한다. 지사는 국가행정이 중앙에 집중되는 것을 방지하고 국정의 통합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프랑스는 기관통합형 지방자치제를 택하고 있다. 주민이 의회 의원과 자치단체의 장을 구분해 선출하는 우리와 달리, 프랑스는 지방의회는 의결기구이며 지방의회 의장은 동시에 집행기구의 책임자인 시장이나 도지사의 역할을 담당한다. 지방의회는 자치기구 그 자체로서 자치행정에 관 한 모든 사안을 결정하고 집행하고, 공무원 조직은 지방의회의 결정대로 업무를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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