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건설로 학생문화원 잔디광장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사진=장태욱 기자)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건설로 학생문화원 잔디광장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사진=장태욱 기자)

차범근 축구교실이 다음 달부터 운영을 중단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회원과 축구 팬은 물론이고 많은 국민이 안타까워하고 있다.

차범근축구교실은 지난 16일 홈페이지 등을 통해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의 축구장 사용 허가 기간이 연장되지 못함에 따라 부득이하게 이촌축구장에서의 수업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10월 13일부터 축구장 사용이 어렵게 되어 9월 수업까지만 진행한다고 설명한 뒤 ‘지도자들과 임직원 역시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아쉬움과 상심에 힘들 뿐’이라고 덧붙였다.

차범근축구교실은 지난 1988년 출범해 유소년 선수 육성을 시작했다. 지난 1997년부터는 서울 한강공원에 있는 이촌축구장에 터를 잡고 운영해왔다. 2005년엔 운동장 4개 면과 관리동을 짓는 등 선수 육성 시설을 갖췄다. 시설을 서울시에 기부채납하고, 3년 단위 공개 입찰을 통해 계약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교실을 운영해왔다.

그런데 지난 12~13일 진행된 ‘이촌 한강공원 축구교육장 사용·수익허가 대상자 선정’ 관련 입찰(일반경쟁)에서 차범근 축구교실은 낙찰을 받지 못했다. A법인이 감정가의 세배에 이르는 3억50원을 써내 낙찰을 받았고, 1년 치 사용료를 이미 서울시에 냈다.

현재 차범근축구교실에서 축구를 배우는 유소년 회원은 1400명 안팎인데, 이들을 수용할 만한 시설을 당장 찾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차범근 축구교실 측은 운영을 일시 중단하고 대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많은 이들이 안타깝다는 반응인데, 그 안타까움에는 아이들의 터전을 지켜줄 방안을 찾지 못하는 어른 세대의 자괴감도 한몫 차지할 것이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일은 서귀포에서도 벌어진다. 서귀포시에는 도심 속에 아이들이 뛰어놀만한 공간으로 드물게 학생문화의집 잔디광장이 있다. 그런데 제주도가 추진하는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가 이곳을 관통할 상황이어서, 아이들이 뛰놀던 잔다광장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제주자치도가 서귀포시 교통난을 해소한다는 취지로 2014년부터 서홍동과 동홍동을 잇는 길이 4.2㎞, 폭 35m의 왕복 6차선 도로를 건설하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불거진 문제다.

공사 구간에는 서귀포학생문화원 잔디광장 등 녹지공간이 포함됐다. 공사가 설계대로 진행되면 잔디광장은 사라질 테고, 서귀포학생문화원, 서귀포도서관, 외국문화학습관, 유아교육진흥원 등을 이용하는 어린이와 청소년은 안전에 위협을 받을 것이다.

제주자치도와 교육청이 이 문제를 놓고 논의와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지만, 뚜렷한 대안을 내기 쉽지 않다. 서귀포 도심에 개발이 많이 진행됐고 땅값이 폭등해 그만한 자리에 그만한 땅을 구하기 쉽지 않다.

결국, 행정과 교육 당국 때문에 아이들의 상처만 깊어지게 됐다. 차범근축구교실을 잃은 것보다 훨씬 큰 자괴감이 드는 건 당연하다. 나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자들이 내 아이의 권리를 침해하고 안전을 위협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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