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육지부 샤인머스켓 농가가 겪는 문제가 감귤 농가에 적잖은 교훈을 준다. 최근 극조생 감귤 가격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어, 농가의 성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경북 김천시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5700여 농가가 2500㏊에서 포도를 재배한다. 전국 포도재배 면적의 19%에 해당하는데, 그 가운데 1800㏊가 샤인머스켓 재배농장이다. 이는 샤인머스켓 전국 재배 면적(3822ha)의 절반에 해당한다. 샤인머스켓을 가장 일찍 재배한 지역으로, 포도의 성지로도 통한다.

김천시는 명성에 걸맞게 품질 유지에 노력을 기울였다. 농가에는 16브릭스 이상의 샤인머스켓을 수확해 출하하도록 했다. 그런데 올해 가을에 실망스러운 일이 벌어졌다. 재배면적이 늘고, 작황마저 좋아 생산량이 늘어나자 불안을 느낀 농가들은 추석 대목에 미숙과를 출하하는 일이 벌어졌다. 청포도의 특성상, 소비자는 외관으로 미숙과와 완숙과를 구별할 수가 없다.

소비자들은 그동안 샤인머스켓을 비싸지만 믿고 먹는 과일로 여겼는데, 비싼 돈을 주고 구매한 포도가 먹을 수 없을 지경이라고 불만을 터트렸다. 추석 이후 시장에서 샤인머스켓의 가격은 크게 떨어져 예년에 비해 낮은 수준을 유지한다.

서귀포에서 극조생 노지감귤 출하가 시작됐다. 최근 열흘간 대도시 도매시장에서 형성된 노지감귤의 가격 추이를 보면서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가격이 급속하기 하락하기 때문이다.

제주감귤출하연합회 발표로는 가락동 농산물도매시장에서 극조생 노지감귤 5kg 한 상자 기준으로 평균 낙찰가는 26일 1만1900원을 기록했다. 이후 28일에는 1만3800원을 상승해 농가의 기대가 한껏 높아졌다. 지난해 비슷한 시기에는 7500원, 가격이 좋았다던 재작년에도 1만 원에 불과했다.

제주도 농업기술원의 발표도 농가를 들뜨게 했다. 농업기술원원은 올해산 노지감귤의 품질을 조사해보니 전년도에 비해 당도가 품종별로 1~2Bx(브릭스) 높다고 밝혔다. 게다가 감귤 병충해도 적어서 외관상 품위도 예년과 비교해 좋다고 했다. 다만, 산 함량이 0.14~0.22% 높은 게 문제였다.

그런데 10월 1일 경매에서 9700원을 기록하며, 1만원 가격이 무너졌다. 3일에는 9100원으로 더 내려가더니, 4일에는 7800원으로 주저앉았다. 감귤 시세 흐름에 적색경보가 켜졌다.

제주감귤출하연합회 발표로는 경기 침체로 과일소비가 부족하고, 무화과나 왕대추, 샤인머스켓 등 경쟁과일이 시장에 제대로 자리 잡은 상황이라 감귤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진다. 게다가 아직 제대로 맛이 들지 않은 감귤이 시장에 출하되면서, 가격이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농정당국이 농가에 감귤 품질을 엄격하게 관리해 주라고 당부하고, 드론 등을 활용해 미숙과 출하를 단속한다지만, 농가의 의지가 약하다면 백약이 무효하다. 극조생 감귤이나 샤인머스켓이나 소비자 신뢰를 잃으면 금세 위기를 맞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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