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문화도시센터 11일, ‘도감이 썰어주신 돼지고기 먹고 나누기’

도감이 썰어주는 돼지고기를 나눠 먹는 행사가 11일 성읍마을에서 열렸다.(사진=장태욱 기자)
도감이 썰어주는 돼지고기를 나눠 먹는 행사가 11일 성읍마을에서 열렸다.(사진=장태욱 기자)

오래된 초가 마당에 잔치가 벌어졌다. 도감은 돔배 위에서 고기와 순대를 썰어내고 일손은 나르기에 분주했다. 잔치에 초대된 객들은 따뜻한 몸국으로 때 이른 추위를 달랬다.

서귀포시문화도시센터가 11일 저녁, 성읍민속마을 퐁남집에서 문화도시 워킹데이 행사로 ‘도감 삼촌이 직접 썰어주신 돼지고기 먹고 나누기’를 마련했다. 제주의 사라져가는 직업 ‘도감’의 일을 영상으로 남기는 ‘휴먼 라이브러리’ 사업과 연계해 열렸다.

이날 ‘휴먼 라이브러리’의 주인공은 표선면 성읍리 강희수 도감(1942년생)이다. 강희수 도감은 남원읍 한남리 출생인데, 어려서 성읍리로 이사했다. 나이가 들어서는 줄곧 도감으로 활동했다. 지금은 연로한 데다 최근에는 도감 역할이 사라지는 터라 이날은 오랜만에 칼을 잡았다. 고명관 부도감이 옆에서 강 도감을 보조했다.

강희수 도감과 고명관 부도감은 직접 흑돼지를 분해하고 삶을 뿐만 아니라 재래식 순대를 손수 만들었다. 그리고 초대된 손님을 위해 돔배 위에서 썰어서 쟁반에 내놨다.

강경택 문화예술국장과 이광준 서귀포시문화도시센터장, 그리고 문화도시 사업에 참여하는 실무자나 지원그룹 활동가, 시민 참여자, 자문위원 등이 잔치에 참석했다.

도감이 돼지고기와 순대를 써는 장면(사진=장태욱 기자)
도감이 돼지고기와 순대를 써는 장면(사진=장태욱 기자)

이날 강경택 국장은 “내가 장가갈 때 돼지 5마리를 잡고 집에서 삼일잔치를 벌였다”라며 “오늘 도감이 내온 돼지고기와 순대, 몸국을 먹으니 옛날 생각이 난다”라고 말했다.

이광준 센터장도 “제주도에서 돼지고기를 여러 번 먹었는데, 오늘이 가장 맛있다”라며 도감의 솜씨를 치켜세웠다.

문화도시센터는 이날 돼지고기를 장만하고 나눠 먹는 모든 과정을 아카이빙 영상에 담았다. 영상은 서귀포시 노지문화를 기록으로 남기고 보존하는 자료로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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