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장태욱 편집국장

(사진=pixabay.com)
(사진=pixabay.com)

며칠 전 지인과 식사 자리에서 한라산과 오름 주변이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한라산 등반로와 오름 주변에서 쓰레기를 수거하는 봉사활동을 했는데, 어마어마한 쓰레기가 나왔다고 했다. 대부분 페트병 등 일회용품이다.

교사로 보이는 사람이 청소년을 인솔하고 등반하는 와중에도 청소년은 아무렇지 않게 등반로 주변에 페트병을 버리고 인솔자는 모른 체 한다고 했다. 자원봉사자들이 아무리 치워도 구석구석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쌓인다며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플라스틱으로 몸살을 앓는 건 전 세계적인 일이다. 특히, 코로나19가 확산한 이후 일회용 재료 사용이 급증하면서,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전 세계 플라스틱 연 생산량이 19502백만 톤에서 20153.8억톤으로 190배 증가했다. 현재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10% 미만에 불과하고, 사용하고 남은 플라스틱은 대부분 자연에 방치되거나 흡수되는 게 현실이다. 이는 곧 생태계 파괴를 야기하고 그 피해는 오롯이 사람에게 돌아온다.

EU는 이미 탈 플라스틱을 위한 로드맵을 발표했다. EU이사회는 20207, 코로나19로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는데 필요한 자금을 확보한다는 명분으로 플라스틱세를 채택했다. 그리고 그해 12월에는 폐기물에 대한 각국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플라스틱 폐기물 수출금지를 발표했다.

또한, 플라스틱 선형경제를 플라스틱 순환경제로 전환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플라스틱 제품설계생산소비폐기물관리재활용 등의 과정이 원만하게 이행되도록 한다는 취지다. EU이사회는 제품의 설계와 생산 과정에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중점적으로 규제한다. ,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규제하고, 재활용 보증금 등을 강화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제주도가 ‘2040 플라스틱 제로 섬실행계획을 마련하기 위해 워킹그룹을 본격적으로 가동한다고 10일 밝혔다. 제주도의 플라스틱 문제가 간단하지 않은 상황이란 점을 감안하면 고무적인 일이다.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이 발표한 ‘2020년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 현황자료에는 2020년 전국에서 19546만톤의 폐기물이 발생했다. 그 가운데 제주도에서 발생한 폐기물은 167만톤으로 전국의 0.9%를 차지한다. 총량으로만은 별로 많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1인당 하루 폐기물 배출량은 전국 평균이 1.16kg인데, 제주도는 1.89kg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2020년 제주도의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은 연 85687톤이다. 이중 생활계 플라스틱 폐기물은 연 46426톤으로 플라스틱 폐기물의 54%를 차지하고 있다. 인구 1인당 연간 플라스틱 발생량은 전국 평균이 55.3kg인데, 제주도는 69.4kg이다. 제주도가 전국 평균의 1.25배 수준을 보인다.

제주도가 인구 1인당 폐기물 배출량이 높은 이유는 관광지라는 특성이 작용한 때문으로 보인다. 1회용품 사용 비중이 높고, 인구에 비해 유동인구가 많아 소비량이 많다.

워킹그룹은 도민과 전문가, 시민단체, 공무원 등 14명으로 구성됐다. 101차 회의를 열고 제주의 폐플라스틱 현황 및 그간의 플라스틱 감량 사업과 추진방향 등을 우선 공유한다. 그리고 이후에는 탈 플라스틱 실천 계획을 수립하고 핵심과제를 선정해 범도민적 실천 캠페인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한다.

발표한 내용뿐이라면, 워킹그룹이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을 것 같지 않다. 제도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제도를 발굴하거나 제안한다는 계획은 없다.

유럽은 제품의 설계와 생산을 자원순환의 핵심이라고 보고 있다. 그리고 징벌적 세금을 통해 플라스틱 사용을 억제한다. 비상한 상황에는 비상한 정책을 꺼내야 한다. 단순히 캠페인을 위해 조직을 운영하겠다면 너무 한가한 발상 아닌가?

저작권자 © 서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