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북(親BOOK)회담 5] 보목꿈터작은도서관 제주그림책동아리

3일, 책방 북타임에서 보목꿈터작은도서관 제주그림책동아리 회원들을 만났다.(사진=장태욱 기자)
3일, 책방 북타임에서 보목꿈터작은도서관 제주그림책동아리 회원들을 만났다.(사진=장태욱 기자)

3일 비 오는 주말인데, 위미리 작은 서점 북타임이 시끌벅적하다. 젊은 주부들인데, 서점 주인장인 임기수 대표와 책에 대해 여러 얘기를 주고받는다. 책을 구매하기도 했고, 매장에 없는 책을 주문도 했다. 관심은 제주도 해녀와 제주도 구전 동화 등 지역에 대한 관심이 주를 이루는데, 말투로는 제주도 토박이들이 아니다. 보목동에 터를 잡고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인데, 보목꿈터작은도서관에서 모인 제주그림책동아리 회원들이라고 했다.

이들이 동아리를 결성한 건 올해 6월이다. 보목마을이 운영하는 꿈터작은도서관에서 만난 육아 엄마들이 동아리를 결성하다고 알리자, 취지에 공감하는 부모들이 모였다. 회원들은 모두 보목에 사는 주민인데, 육아하는 엄마라는 공통점이 있다. 제주도 토박이는 양경희 씨 한 명뿐이고, 남은 5명은 이주민이다.

회원들은 그동안 2주에 한 번, 총 12차례 모임을 열었다. 회원들은 번갈아가며 책을 선택하고 모임에서 그 내용을 소개한다. 모임의 소재가 되는 책은 아이들에게 읽어줄 만한 제주 관련 그림책이다. 엄마가 먼저 읽고 함께 공감한 후, 아이들에게 읽어주자는 취지다.

회장을 맡은 김홍신 씨는 3년 전에 보목마을로 들어온 이주민이다. 치열한 경쟁을 피해 작은 학교에서 아이를 키우겠다는 계획이 있었다. 3년 전에 데리고 온 두 딸이 지금은 보목초등학교 3학년과 1학년이다.

동아리 회장을 맡은 김홍신 씨(사진=장태욱 기자)
동아리 회장을 맡은 김홍신 씨(사진=장태욱 기자)

김홍신 씨는 “서울 서초동에 살았는데, 보목마을로 이사를 오니 아이들이 좋아했다. 그런데 사실 내가 더 좋았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집 근처에 작은 도서관이 있었고, 도서관을 통해서 좋은 인연이 맺어졌다. 이런 분들을 어디에서 만나겠나 싶다”라고 말했다.

유명화 씨는 처음에는 작은도서관 이용자였는데, 사서 자리가 나서 도서관 지킴이가 됐다. 자녀 4명을 키웠는데, 큰아이는 지금 대학생이고 막내가 초등학생이다. 아이들이 성장하는 동안 계속 책을 읽어줬는데, 지금 읽어줄 대상으로는 막내만 남았다.

그중에 정영희 씨는 가장 어린 아기를 키우는 회원이다. 10살 아들이 있고, 그 밑에 두 딸이 있다. 첫 아이에게는 책을 많이 읽어줬는데, 일하다 보니 밑으로 내려갈수록 아이들에게 책 읽어줄 기회가 줄어드는 게 사뭇 아쉽다. 갈수록 생활이 분주해지고, 그 때문에 아이에게 쏟을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영희 씨는 “내가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고, 해주고 싶은 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과 책을 읽어주는 것이다”라며 “엄마의 마음을 그렇게 아이들에게 전하려 한다”라고 말했다.

회원들은 동아리 활동 말고도 다양한 것을 한다. 각자 재능을 살려 도서관에서 주민에게 강의도 하고,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게임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유명화 씨와 정영희 씨는 한 달에 한 번 초등학교에서 어린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봉사활동도 한다.

서로 모르던 사람들이 작은도서관을 통해 따뜻한 육아의 꿈을 나누고 있다. 삭막한 경쟁을 멀리하고 아이를 공동체의 일원으로 키우겠다는 꿈, 그 꿈을 위해 엄마들이 먼저 공동체를 결성했다. 이 모임 안에서 엄마들은 서로 단순한 회원을 넘어 서로 동지이자 나침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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