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강호남 도시공학 박사

필수확인점이라는 말이 있다. 건축물 해체공사에 사용되는 용어다. ‘공사의 수행 과정에서 다음 단계의 공정을 진행하기 전에 해체공사 감리자의 현장점검에 따른 승인을 받아야 하는 공사 중지점이다. 핵심은 감리자 확인, 그리고 공사 중지다. 사회가 건축물 해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공사 중 발생한 인명 사고가 크게 알려지면서다. 대표적 사례는 201974일 발생한 서울 서초구 잠원동 해체공사 붕괴사고일 것이다.

2차선 도로에 접한 폭 9.2m, 길이 40.3m5층 건물 철거 과정에서 붕괴가 발생했다. 오후 223분 철거 중이던 외벽이 가시설물을 넘어뜨리며 도로 쪽으로 넘어지며 지나던 차량 4대를 덮쳤고, 탑승자 중 3명이 부상하고 1명이 사망했다. 사망자는 결혼반지를 찾으러 가던 29세 예비신부였다. 가슴 아픈 사고였다. 원인은 세 가지였다. 상부를 먼저 해체하고 하부를 작업하기로 한 계획을 준수하지 않았고, 불완전한 슬라브(slab)를 떠받치는 잭서포트(jack support)’를 계획대로 층당 10개씩 설치하지 않았으며, 철거 착수 이후 폐기물을 반출하지 않은 채 작업을 계속해서였다. 73일에 3층 슬라브가 무너졌고, 사고 당일에는 모든 폐기물이 2층 바닥에 쌓였는데 드디어 외벽이 무너진 것이다. 반대쪽 1층에서 작업하던 대형 굴착기가 힘을 가한 탓이었다. 이 도로는, 한남대교로 진입하는 지하철 3호선 신사역 사거리의 한 축으로, 남북 10차선도로, 동쪽 8차선도로와 직접 만나는 곳이라 상습 정체 구간이다. 그래서 차량들이 당한 피해가 컸다.

해체공사 주요 과정은 이렇다. 먼저 대상 건축물을 면밀히 조사한 뒤 해체계획서를 작성, 당국의 승인을 받는다. 쌍줄비계, 2중 방진막 등의 가시설물 설치 뒤 상부층부터 지정된 구역, 지정된 방법으로 공사를 진행, 차례로 폐기물을 반출한다. 안전, 환경 등 조치를 취하며 현장을 관리하고 정리한 뒤 마무리한다. 현장에 점검차 나가 보면 큰 현장일수록 계획을 준수하고 관리를 철저히 하는 반면 작은 현장들은 미숙한 면이 노출되곤 했다. 최근 점검에서도 도심지 6층 건물 해체 현장에서 방진막을 찢으며 2층에 매달려 있던 콘크리트 폐기물 제거를 지적한 바 있다.

인생도 비슷하다고 느껴진다. 힘겨운 상황에서도 대부분 차근차근 살아가지만 때론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경험을 하거나 그런 소식을 접하곤 한다. 해체를 하다가 갑자기 붕괴를 맞는 것처럼. 그 원인을 어찌 몇 가지 이론만으로 설명할 수 있겠는가마는 참고할 만한 연구들이 많이 있다. 그 중 흥미로운 것은 중년기 위기감에 영향을 주는 요인 분석 연구. 40에서 64세 연령층을 설문, 연구한 결과 사회적 지지, 건강상태, 스트레스가 유의미한 영향이 있었고, 경제력과 교육정도의 계층별 차이도 있었다(장혜경, 2018). 이 중 가장 중요한 변수는 사회적 지지였다. 이것은 사람이 살면서 정서를 안정적으로 만드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마치 건축물 해체 과정에서 잭서포트와 가시설물을 적절하고 충분하게 설치하자는 것과 같고, 이것이 적정한지 필수확인점을 지정해 확인하자는 것과 같아 보인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다. 위기를 막기 위해, 맹렬히 몰아가던 삶을 잠시 쉬게 할 필요가 있다. 점검이 필요하다. 스트레스를 내보내고 건강을 회복해야 한다. 적절하게 폐기물을 반출해야 하는 것처럼. 사회적 지지를 보충하기 위해, 나에게 필요한 가족과 친구, 동료, 선후배들을 돌아보자. 그들과의 관계를 세우는 투자가 필요하다. (그들에게도 내가 필요하다.) 관계 보완은 해체에 필요한 잭서포트를 세우며, 견고한 가시설물을 설치하는 것과 같다. 인생의 사고를 방지하고 우리 삶을 보다 안전하게 만드는 길이다. 정서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잠시 고민해 보자. 우리의 필수확인점은 어디인가? 거기서 우리는 무엇을 점검해야 하는가?

 

강호남 박사
강호남 박사

저자 소개

       강호남

       서귀포시 출생,  남주고등학교 졸업

       연세대학교 도시공학 박사

       건축시공기술사,  (주)델로시티 상무

       국민대 출강                            

       서울시 중구 건축위원회 심의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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