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포문학」제11호 발간
성산포문학회(회장 한용택)가 연말을 맞아 어김없이「성산포문학」을 발표했다. 지난 2010년 창간호를 발간한 지 12년 만에 11호를 펴냈다. 회원들이 1년 동안 일출봉 바다를 배경으로 파도를 노래하고, 동백꽃을 찬미하던 활동이 오롯이 담긴 문학집이다.
한용택 회장은 발간 인사에서 올해 이생진 시비 거리 조성이나, 노지문화 강좌 등 뜻깊은 행사를 열었던 게 보람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초대작을 내주신 작가와 이생진 평생회원, 오문복 고문께 특별히 감사하다고 전했다.
황학주, 임관표, 홍제선 시인 등 초대시인의 작품이 초대시로 실렸다.
어둠이 그린 환한 그림 위를 돌아보면/ 눈이 내려 만삭이 되는 발자국들이 따라온다
두고 온 것이 없는 그곳을 향해 마냥 걸으며/ 나는 비로소 나와 멀어질 수 있을 것 같다
-황학주 시인의 ‘겨울 여행자’ 일부
우리어멍 검질메당 못젼디게 나아신디/ 애기구덕 밭디 노앙 베렷닥 베렷닥 허멍/ 젖물엉 호건일 다허멍 나 잘 키와신디
-홍제선 시인의 ‘우리어멍’ 3연
동인회의 등대, 남침반과 같은 오문복 선생과 이생진 시인의 작품이 특집으로 실려 대양을 항해하는 선박의 평행수처럼 안정감을 더한다.
해마다 눈오는 12월/ 그때쯤에서 생각나는 사람/ 우표값이 250원/ 비행기표 값이 그렇게 싸다면/ 벌써 찾아갔지
올해도 〈근하신년〉그 밑에/ 이름 석 자 적고/ 그날부터 잊기 시작하는 사람
-이생진 시인의 ‘근하신년’ 일부
회원 11명이 44편의 시를 발표했다.
붉은 동백이 피던 날/ 아버지는 장독대 밑으로 숨어들고/ 어머니는 부뚜막 속으로 기어들고/ 어린 자식들은 어둠 속에서 울부짖고/ 바다는 핏물을 토하며 통곡했다
-신경수 시인의 ‘붉은 동백’ 2연
수필 5편도 소박하고 정감이 있다.
‘아가판서스는 진보라색, 연보라색, 하얀색 등의 꽃이 핀다. 연보라색 우아함도 좋지만, 하얀 꽃의 청순함도 기회가 되면 나의 마당으로 불러들이고 싶다.’
-오은숙 작가의 ‘7월이면’ 일부
회원 대부분이 중년을 넘긴 터라, 작품 대부분에는 잡다한 기교 대신에 인생이 지혜나 우수가 묻어있다. 지금 마주하는 것에 대한 애정, 이별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농익어 구수한 냄새를 풍긴다. 성산포를 사랑하는 모두가 시인이고, 그곳에서 눈길 닿는 모든 것이 문학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