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장태욱 편집국장

김광동 위원장이 12일 취임해 업무에 들어갔다.(사진=진실화해위원회)
김광동 위원장이 12일 취임해 업무에 들어갔다.(사진=진실화해위원회)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소장이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에 취임한 것과 관련해 주변이 시끄럽다. 특히, 5.18을 왜곡하고 제주4·3을 폄훼 했던 이력 때문에 진실화해위원장으로 부적합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9일 김광동 위원장을 임명하면서 대한민국이 과거와의 화해를 통해 미래로 나아가는데 적임자라고 치켜세웠다.

그런데 송재호 국회의원(제주시 갑)은 김광동 내정자가 2014년 4월호 〈한국논단〉에 기고한 글에서, ‘제주4·3 폭동은 반한·반미·반유엔·친공투쟁’이라는 막말을 쏟아냈다며, 윤석열 대통령에게 지명을 철회하고 국민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5·18기념재단과 5월 3단체도 12일 입장문을 내고, "김 위원장은 논문 등을 통해 5·18 당시 헬기 사격이 있었다고 하는 것은 허위 사실 유포에 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라며 그를 임명한 것은 역사의 진실에 역행하는 조치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김광동 위원장은 1963년생으로 고려대 대학원에서 정치외교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美 스탠퍼드大 후버연구소 객원연구원, 고려대와 숙명여대 강사 등을 역임했다. 제8ㆍ9ㆍ10기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독립기념관 이사, 국가보훈위원회 위원 등을 거쳐 진실화해위원회 상임위원으로도 활동했다. 이력은 꽤 그럴듯하다.

그런데 김광동 위원장은 2004년 10월 〈월간조선〉기고문 ‘청산의 역사 되풀이하면서 국력 쇠퇴… 그런 프랑스를 본받아서는 안 된다’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오늘 대한민국에서 ‘역사 청산’을 주장하는 자들은 입으로는 민족정기를 말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속내는 역사 청산의 이름으로 반대 세력에게 ‘친일파의 후손’이라는 낙인을 찍어, 자신들의 역사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장차 정권 재창출의 기반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그들이 역사 청산을 주장하는 이면에는 김일성에 대해 항일투쟁을 했다는 월계관을 씌워줌으로써, 김일성-김정일 정권의 반민족적 범죄행각에 대한 면죄부를 부여하겠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든다.

우리의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자는 주장을 김일성에게 월계관을 씌워주는 행위로 비약할 수 있는 용기는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건지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월간조선 2002년 2월호에 실린 기고문 ‘이런 교육이 용납된다면 반체제 교육의 합법화’에선 전교조가 통일교육 교재로 초등학생에게 ▲1950년 노근리 사건 ▲창녕 사건 ▲보도연맹 사건 ▲미군기지 폐수 방류 사건 ▲베트남에서 있었던 민간인 학살사건 등을 가르친다고 시비를 걸었다.

그리고 전교조의 통일교육 목적은 민간인이 희생당하게 되었던 잘못을 규명하고, 역사적 교훈으로 삼자는 것이 아니라 미국에 대한 적개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역사 알레르기가 너무도 심하게 작동한 글인데, 솔직히 지식인이 공개적으로 밝힌 것으로 믿기엔 수준 이하다.

일부 언론은 김광동 위원장이 뉴라이트 출신이어서 진실화회위원장 취임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본질을 벗어난 지적이다. 김 위원장의 가장 큰 문제는 진보-보수를 넘어서 역사의 의미, 역사교육의 가치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점이다.

참고로, 영국의 역사협의회는 역사교육의 목적을 ▲자신이 사는 세상에 대한 이해 ▲개인적 정체성의 발견 ▲변화의 과정 이해 ▲비판적 사고 능력 개발 등에 두었다. 우리가 사는 현재는 역사의 결과물이고, 역사에서 벗어난 개인은 있을 수 없다. 역사를 이해하는 것은 나와 내가 사는 세상을 제대로 이해하는 일임을 알아야 한다.

역사를 있는 그대로 가르치고, 그걸 바로잡자는 주장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불편한 사람이 역사적 진실과 화해를 도모할 수 있을까? 윤석열 대통령 주변에는 왜 사람이 그리도 없나?

저작권자 © 서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