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전통 도시는 1960~1970년대 고도 성장기가 지나자 지역 활성화 도구로서 문화에 관심을 두게 됐다. 문화를 지역 활성화의 전략으로 추진하는 대표적인 예가 유럽 문화수도 프로젝트다. EU 각료회의는 그리스 문화부 장관 멜리나 메리쿠리의 제안을 받아들여 유럽문화수도 정책을 도입했다. 1985년 그리스 아테네를 시작으로 매년 문화수도를 선정하고, 1년 동안 사업에 필요한 재정을 지원한다.

유럽의 많은 도시가 유럽문화수도를 통해 활성화를 도모한다. 이 가운데 2009년 유럽문화수도에 선정된 오스트리아 린츠(Linz)의 사례를 주목할 만하다. 린츠는 2차 세계대전 전후에는 화학과 철강 산업의 중심지였고, 전쟁 당시에 히틀러는 이 도시를 제국의 문화거점으로 육성할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린츠는 히틀러와 관련한 도시의 역사, 다뉴브 강을 따라 펼쳐지는 문화프로그램 등을 통해 관광객을 유치했다. 불행했던 2차 세계대전의 역사를 문화수도 프로그램에 포함해 도시의 이미지를 바꾸려 노력했고, 미디어 도시를 내걸고 아르스전자센터(Ars Electronica Center) 페스티벌을 개최해 관광객을 유치했다.

린츠는 문화수도사업을 위해 구체적으로 ▲린츠 메모리 : 나치 문화정책을 재조명한 전시 ▲어쿠스틱 모델 도시 : 뮤지컬과 어쿠스틱 선도 조시 조성 ▲도시탐험의 완성 : 저항, 투쟁의 장소를 방문하는 프로그램 ▲린츠와 지역 : 주변 4개 도시와 버스로 여행하는 체험 프로그램 ▲전 도시의 극장화 : 세계적 감독을 초청해 공원, 들판 등에서 야외공연 ▲독서는 머리의 모험 : 이민자들을 위해 다양한 언어로 출판된 책을 기부하고 전시하는 행사 등을 추진했다. 2013년 4월에는 유럽 최고의 오페라하우스인 음악 극장이 개관해 방문객을 맞는다.

린츠는 문화수도사업을 통해 국제적 명성을 얻었고, 가장 재미있는 도시로 거듭났다는 찬사를 받는다.

EU 각료회의가 문화수도에 경비를 지원하는 기간은 1년에 불과하다. 그것도 전체 프로그램 운영비의 60% 이내로 제한된다. 나머지는 지차체와 민간 후원, 입장권 판매수익 등으로 충당한다. 그럼에도 유럽의 많은 도시는 EU의 지원이 끝난 후에도 사업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서귀포시가 법정문화도시로 지정된 이후 3년 차 사업이 마무리됐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사업비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기간은 2년밖에 남지 않았다. 이후, 법정문화도시를 어떻게 운영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정부가 최소한의 예산을 추가로 지원할지,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경비를 들여 사업을 이어갈지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서귀포시는 문화도시사업을 추진할 의사가 있다면, 시민의 참여와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먼저 의지를 보여야 한다. 현대 도시는 문화를 핵심 동력으로 내걸고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좋은 기회를 날려버릴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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