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상공회 14일 박용만 전 회장 초청 CEO포럼 개최

박용만 전 회장(사진=장태욱 기자)
박용만 전 회장(사진=장태욱 기자)

제27차 서귀포시 경제와 미래발전 CEO포럼이 14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 5층 오션뷰 홀에서 열렸다. 박용만 전 두산그룹 회장이 강사로 나서, 삶의 자세와 철학, 생태,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 관해 얘기를 전했다. 서귀포시상공회가 행사를 주최하고 서귀포시가 후원했다.

박용만 전 회장은 이날 여러 분야에 관해 얘기를 했는데, 특별히 걷는 행위의 가치를 전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박용만 전 회장의 걷기 이력은 우선 선친인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 회장의 가르침에서 시작됐다.

박용만 전 회장은 “아버지는 성격이 완고하고 칭찬에 인색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칭찬을 거의 듣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난, 나이가 들 때까지 아버지에게 돈을 달라고 해본 적이 거의 없는데, 고등학교에 가서 처음으로 돈을 달라고 했다"라며 "형편이 어려운 친구 병원비를 내가 대신 내고 싶다고 했는데, 아버지가 처음으로 잘했다고 칭찬하더라”라고 말했다.

박 전 회장은 “아버지는 내가 중학교에 입학하자 걸어서 학교에 가라고 했다. 서울에서 중학생이 걸어서 학교 가는 일은 흔한 일이 아니었다”라며 “그게 무슨 의미였는지 당시는 몰랐는데, 훗날 국토를 횡단할 때 걷는 속도가 사람의 시야를 결정한다는 걸 알았다. 걸어야 주변 사람의 삶이 보이고, 내 삶의 의미도 보였다”라고 말했다.

박 전 회장은 2000년 전후로 척추 수술을 여러 차례 받았다. 허리가 망가져 생활할 수 없을 상황에서 재활을 위해 걷기를 시작한 게 걷기 전도사가 된 계기가 됐다.

그는 1999년과 2000년 두 해에만 척추수술을 세 차례나 받았다. 카니발 의자에 눕혀서 출퇴근했다. 회사에 도착하면 비서가 휠체어를 대기했다가 온종일 밀고 다녔다. 그룹 총수였지만, 생활은 불편하고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서귀포시상공회가 14일, 제27차 CEO포럼을 개최했다.(사진=장태욱 기자)
서귀포시상공회가 14일, 제27차 CEO포럼을 개최했다.(사진=장태욱 기자)

수술을 할 때마다 의사는 매번 잘 됐다고 했는데, 고통은 어김없이 재발했다. 의사인 친구를 찾아가 상담했는데, 수술을 잘하는 것 못지않게 수술 후 운동과 생활방식이 중요하다는 쓴소리를 들었다. 박 전 회장은 걷는 것으로 병을 고쳐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10분만 걸어도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팠지만, 조금씩 걷는 시간과 거리를 늘렸다. 그리고 나중에는 주말을 이용해 서울에서 해남까지 무려 600킬로미터나 걸었다. 후유증이 남기는 했지만, 몸은 생활을 할 수 있을 만큼 회복됐다.

그는 “걸어가면 걷는 속도에 맞게 눈에 들어오는 것을 안 보고 지나갈 수 없다. 그리고 아무리 빨리 가고 싶어도 몸이 지치면 속도를 줄일 수밖에 없다. 자신의 한계를 인식할 수밖에 없다”라며 “그길로 내가 걷기 예찬론자가 됐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걸으면서 내가 몰랐던 우리나라를 봤다. 그동안 서울에서 자라서 서울만 보고 살았는데, 서울은 진짜 대한민국이 아니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걷는 것을 좋아하고 제주도의 풍경을 사랑한다. 그룹 총수였지만 제주도에 별장 한 채, 콘도 한 채 없다. 그래도 한 달에 한 번은 제주도를 찾아 걷고 사진을 찍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그는 제주도의 풍경이 훼손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소망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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