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직의 음악칼럼 49]

오승직 지휘자/ 음악칼럼니스트
오승직 지휘자/ 음악칼럼니스트

이제 얼마 없으면 기독교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이 즐기는 축제인 크리스마스이다. 예전 이맘때 즘이면 온 거리가 크리스마스 장식과 캐럴로 가득했었다. 그리고 연인끼리, 친구끼리, 가족끼리, 그 외 여러 가지 모양으로 의미 있고 관계있는 사람들끼리 선물을 주고받으며 크리스마스를 즐겼다. 요즘은 거리에 크리스마스 캐럴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고 카페나 라디오 방송을 통해 그나마 들 수 있다. 트리 또한 예전처럼 흔히 볼 수는 없지만, 서귀포 시내 일호 광장엔 매년 트리가 있었으니 올해도 분명히 대형 트리가 있을 것이다. 물론 아직도 교회 지붕이나 많은 카페에서는 멋지게 장식되어있는 트리를 흔히 볼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캐럴은 본래 크리스마스 시즌 때만 불리는 노래가 아니었다. 12세기에서 14세기 사이에 유럽에서 아주 유행했던, 원을 돌면서 춤을 추며 불렀던 춤곡이었다. 예를 들어 ‘봄의 캐럴’이란 제목이 붙여졌다면 봄에 꽃놀이하며 즐겁게 원을 돌며 춤을 추며 부르는 노래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 그러나 이후 16세기쯤 영국에서 캐럴 집이 편찬되었고 여러 나라에서 크리스마스를 위한 캐럴이 작곡되면서 캐럴이란 춤곡이 크리스마스 노래로 그 의미가 축소되기 시작했다. 게다가 현대의 캐럴들의 가사를 보면 ‘크리스마스’라는 단어가 어김없이 들어가 누가 들어도 크리스마스 축제 노래임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캐럴의 의미는 더욱 축소되었다. 그럼에도 캐럴은 카페 등에서 그 설레는 크리스마스 축제 분위기를 돋는데 가장 좋은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크리스마스 트리(사진=pixabay)
크리스마스 트리(사진=pixabay)

 

크리스마스 하면 떠오르는 또 하나의 대표적인 것이 트리다. 필자가 어렸을 때만 해도 들에 있는 소나무를 직접 베어 와서 트리를 만든 기억이 있다. 물론 그때는 지금처럼 산림법이 엄격하게 적용되지 않았을 때이니 가능했다. 만약 지금 들에 있는 소나무를 벤다면 아마도 그 이후 상황은 얘기 안 해도 알 것이다.

크리스마스트리에 대한 기록은 1419년 독일 프라이부르크의 성령원에서 장식했다는 기록이 크리스마스트리의 첫 기록이며 1600년대에는 독일 전역에 기록이 남아있다. 트리에 사용되는 나무는 보통 상록수인 전나무나 소나무 등을 사용하는데 이는 성경에 나오는 에덴동산의 생명나무를 상징한다. 트리를 장식하는 오너먼트(장식물)들 중 가장 유명한 게 동그란 볼이다. 요즘은 빨간 유광 볼이 인기가 있다. 이것은 사과를 상징하는데 아담과 하와가 먹은 선악과 열매를 뜻한다. 또한, 예수그리스도의 몸을 상징하는 제병이나 동그란 빵을 달기도 하고, 요즘은 지팡이 모양의 사탕이나 리본, 트리 꼭대기에는 동방박사의 별 등 다양한 모양의 오너먼트로 장식한다. 그러나 정점은 역시 조명일 것이다. 밤에 조명을 켰을 때 오색찬란하게 반짝이는 트리의 불빛은 크리스마스를 더욱 크리스마스답게 만든다.

그 외에 어린이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자고 아침에 일어나면 멋진 선물이 머리맡에 배달되어 있기를 기대하게 하는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는 최고의 관심사이다. 하지만 그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의 정체는 나이가 하나씩 먹어가면서 가짜임을 알게 된 순간 그 천진함이 사라지는 혼란함은 있지만, 선물은 여전히 배달되니 그날을 기대하지 않을 수가 없다.

요즘은 이 모든 것들이 예전만 못하지만, 그 낭만적이고 순수한 마음은 계속되었으면 한다. 또한, 나보다 못한 사람들을 돌아보며 없는 주머니 털어서 도움을 주었던 그 따뜻한 마음도 계속되었으면 좋겠다. 크리스마스는 예수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념하는 날이지만,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즐기는 세계의 축제임도 사실이다. 종교를 떠나 일 년을 살아오면서 수고했다고 서로 격려하고, 나보다 어려운 사람을 돌아보고, 서로 따뜻한 마음을 조그만 선물로 표현하면서 그동안 힘들었지만, 이날만큼은 즐겁게 이 축제를 즐겼으면 좋을 것 같다.

오승직 작곡가/ 음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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