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오름(1)

좌보미 오름(사진=한천민 소장)
좌보미 오름(사진=한천민 소장)

1. 들어가는 말.

제주도는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자연과학분야 3대 유산을 가지고 있는 섬이다.

200212월에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으며, 2007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었고, 2010년 유네스코 세계 지질공원 인증을 받았다.

생물권보전지역은 한라산국립공원과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2개의 하천(영천과 효돈천) 3개의 부속섬(문섬, 섶섬, 범섬)으로 이루어진 지역으로, 제주도 생물권보전지역의 핵심지역에는 고산성 관목림, 상록침엽수림과 낙엽활엽수림 및 난대상록활엽수림이 분포하며, 많은 멸종위기종과 고유종의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완충지대는 핵심지역을 둘러싸고 있으며, 국유림으로 산지관리법에 의한 보전산지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다.

세계자연유산은 유네스코가 1972'세계문화 및 자연유산보호협약'을 채택하고, 인류전체를 위해 보호되어야 할 문화와 자연이 특별히 뛰어난 지역을 지정하여 보전하기 위한 것으로, 제주도의 세계자연유산은 한라산 천연보호구역, 성산일출봉, 거문오름 용암동굴계로 제주도 전체 면적의 약 10%를 차지한다.

세계지질공원은 지질학적으로 뛰어난 가치를 지닌 자연유산 지역을 보호하면서 이를 토대로 관광을 활성화하여 주민소득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유네스코 프로그램이다. 제주도의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된 대표적인 지질명소는 제주의 상징인 한라산과, 수성화산체의 대표적 연구지로 알려진 수월봉, 용암돔으로 대표되는 산방산, 제주 형성초기 수성화산활동의 역사를 간직한 용머리 해안, 주상절리(柱狀節理 : 화산폭발 때 용암이 식으면서 부피가 줄어 수직으로 쪼개지면서 5~6각형의 기둥형태를 띠는 것)의 형태적 학습장인 대포동 주상절리대, 100만 년 전 해양환경을 알려주는 서귀포 패류화석층, 퇴적층의 침식과 계곡·폭포의 형성과정을 전해주는 천지연폭포, 응회구의 대표적 지형이며 해 뜨는 오름으로 알려진 성산일출봉, 거문오름용암동굴계 가운데 유일하게 체험할 수 있는 만장굴, 2014년 추가로 대표명소로 지정된 우도, 비양도, 선흘 곶자왈 등 12개 대표명소가 있다.

이와 같이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보존해야 할 많은 유산들을 가지고 있는 제주섬에서 자랑할 만한 것들이 많이 있지만, 그래도 그중에서 자랑거리를 순위로 꼽으라면 나는 단연코 한라산과 더불어 산재해 있는 수많은 오름들을 먼저 자랑거리의 우선순위에 넣고 싶다.

 

2. 오름이란 무엇인가?

제주 섬에는 수많은 오름들이 있다.

오름은 화산활동에 의하여 생성된 작은 산들을 말하는데, 혹자는 이를 기생화산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기생화산이라고만 정의하는 것은 어딘가 모르게 미흡한 부분이 있다.

오름에 대해서 몇몇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김종철 : 오름이란 독립된 산 또는 봉우리를 이르는 제주 방언이며, 그것은 곧 화산도(火山島) 제주도의 한라산 자락에 산재하는 기생화산들이다. 그 수 330, 한 섬이 갖는 기생화산 수로는 세계 최다(最多)이다.(1995. 오름나그네)

강정효 : 오름이란 한라산 자락에 흩어져 있는 기생화산구(寄生火山)를 가리키는 말로 그 어원은 행동을 나타내는 동사인 오르다에서 명사형인 오름으로 변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질학에서는 분화구를 갖고 있으며 내용물이 화산쇄설물(火山碎屑物)로 이루어진 화산구(火山丘)의 형태를 오름이라 정의하는데, 다른 표현으로 기생화산 또는 휴화산이라고도 한다. 즉 하나 하나의 분화구를 갖고 있는 소화산체가 오름인 것이다.(2003. 한라산)

신영대 : 오름은 제주민의 생활 근거지였고 신앙의 터전이었으며 항쟁의정신이 살아 숨 쉬었던 곳이다. 그 오름의 자락마다 얽혀 있는 숱한 역사의 질곡 속에서 피어난 제주민의 삶과 숨결이 깊게 배어있음을 본다.(2003, 제주 문화 속의 오름)

윤용택 : 오름은 현무암으로 이뤄진 해안과 함께 가장 제주다움을 나타내는 경관이다. 오름은 제주도 어디에나 있다. 해안에도 있고, 중산간에도 있고, 한라산 국립공원 안에도 있다. 제주도가 한라산이고 한라산이 제주도라고 한다면, 오름을 뺀 제주도와 한라산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오름이 있음으로써 제주도의 지표 면적이 늘어났고 그 만큼 제주인의 삶의 터전이 넓어졌다. 제주인은 오름 아래에서 태어나 오름을 오르내리며 살다가 오름 위에 묻혀왔다. (2003, 제주인과 오름)

서재철 : 오름(단성화산)이란 자그마한 산을 말하는 제주 방언이다. 지역에 따라 오름또는 오롬으로 말하기도 하는데 이 어휘는 오르다()’의 어간인 [오르-]에 명사형 어미 [-a]이 연결되어 이루어진 어휘이다. 아주 이른 시기에는 한자로 岳音’(향가 혜성가’)이나 兀音’(김상헌의 남사록’) 등으로 표기되기도 했는데 이 모두는 바로 오름의 한자식 표현에 불과하다. (2005, 화산섬의 바람자리 오름)

그렇다면 제주특별자치도에서는 오름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을까?

1997년 제주도에서는 제주의 오름에서 오름에 대한 정의를 다음과 같이 내리고 있다.

분화구를 갖고 있고, 내용물이 화산쇄설물(火山碎屑物)로 이루어져 있으며, 화산구(火山丘)의 형태를 갖추고 있는 것

또한 제주특별자치도 홈페이지에는 오름의 정의를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오름이란, 한라산 정상의 백록담을 제외한 제주특별자치도 일원에 분포하는 소화산체(小火山體)로 화구를 갖고 있으면서 화산분출물(火山噴出物)에 의해 형성된 독립화산체(獨立火山體)를 말하는 순 우리말입니다. - 360여 개로 추정

그리고 도 홈페이지에 게시된 오름 목록에는 2015925일 자 환경자산보전과의 사전정보공표목록(2)_오름현황20161024일 자 환경자산물관리과의 사전정보공표목록(2)_오름현황의 오름 목록에는 368개의 오름이 목록으로 올려져 있다.

그러나 오름을 연구하는 이들의 연구에 의하면 제주특별자치도의 오름 목록에 올려져 있는 368개의 오름 외에도 오름으로 분류할 수 있는 몇 개의 화산체가 더 있는 것으로 연구되고 있다.

비양도 오름(사진=한천민 소장)
비양도 오름(사진=한천민 소장)
군뫼(사진=한천민 소장)

 

3. 오름은 언제, 어떻게 생성되었나?

제주섬이 화산 폭발에 의해 만들어진 시기는 약 200만 년에서 50만 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최근에 생성된 오름으로는 한림읍 앞바다의 비양도에 있는 비양봉이 서기 1002년 화산 분출에 의하여, 안덕면 군뫼가 서기 1007년 생성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비양도의 생성 시기는 동국여지승람 제3권에 의하면 서기 10026월에 산이 바다 한가운데에서 솟아 나왔는데, 산꼭대기에서 4개의 구멍이 뚫리고 붉은 물이 닷새만에 그쳐 그 물이 엉키어 모두 기왓돌이 되었다고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시기에 비양봉에서 어떤 화산활동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비양도 포구에 세워져 있는 안내판에는 비양도의 생성과정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기록하여 안내하고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3권에는 서기 10026월에 산이 바다 한가운데서 솟아나왔는데(有山漁海中) 산 꼭대기에 네 개의 구멍이 뚫리어 붉은 물이 솟다가 닷새만에 닷새 만에 그쳤으며, 그 물이 엉키어 모두 기왓돌이 되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또한 고려 목종 7년에 제주도에 화산이 폭발하여 산이 솟아올랐는데, 고려 조정에서는 박사를 보내어 솟아오른 산을 조사하도록 하였다. 제주도에 와서 조사하고 돌아간 박사는 왕에게 보고하기를, ‘상서로운 산(瑞山)이 솟아올랐다.’고 보고하였다. 그래서 瑞山이라고 불리기도 하고, 굴르게 솟은 산이라 하여 굴메라고도 불렸는데, 나중에는 그 형상이 군막 형태라 하여 軍山(군산)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또한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는 거문오름과 용암동굴계가 생성된 시기는 약 8,000년 전으로 추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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