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장태욱 편집국장

위성곤 의원은  ‘제주MBC 명쾌한通’ 프로그램 신년대담에 출연해 발언하는 장면(사진=프로그램 화면 갈문리)
위성곤 의원은 ‘제주MBC 명쾌한通’ 프로그램 신년대담에 출연해 발언하는 장면(사진=프로그램 화면 갈문리)

위성곤 의원은 1월 3일 ‘제주MBC 명쾌한通’ 프로그램 신년대담에 출연해 제주 제2공항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위성곤 의원은 이날 현 제주도의 공항 인프라 확충이 절실하고, 현 제주공항 확장은 불가해 제주 제2공항 건설은 필요하다는 취지로 견해를 제시했다. 그리고 지난 8년 동안 갈등을 반복한 만큼, 다른 곳으로 부지를 변경해 소모적인 논쟁을 반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위성곤 의원의 이날 발언이 여러 면에서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있다.

위성곤 의원은 이날 대담에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위원장의 자격으로 참석했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이 최근 제주 제2공항에 대해 새롭게 입장을 정하지는 않은 만큼, 위성곤 의원은 도당위원장의 직위를 이용해 개인적 견해를 밝힌 셈이고, 그 때문에 당내에 불만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국토부가 발주한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안 가능성 검토용역이 지난 연말에 마무리됐는데, 국토부는 용역 보고서를 도민에 공개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는 제2공항 사업에 필요한 인허가 권한을 쥐게 될 제주도지사를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고, 오영훈 지사가 그동안 국토부를 향해 용역결과를 공개하라며 불편한 심가를 내비쳤다. 중앙정부와 제주자치도가 국책사업을 놓고 긴장하는데, 위성곤 의원이 홀로 국토부와 교감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으니, 당내 불만이 생길 수밖에.

시기도 좋지 않았다. 위성곤 의원의 발언은 국민의힘 북핵위기대응특별위원회의 보고서가 공개된 지 열흘도 지나지 않은 시기에 나왔다. 국민의힘 내부 보고서는 북한의 핵 공격에 대비해 제주도에 핵무기를 배치하고, 상황이 악화할 경우 제주 제2공항을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내용이 있어서 도민의 공분을 샀다.

위성곤 의원이 대담에 참석한 지 이틀 만에 국토교통부는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본안을 보완해 5일 환경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환경부가 2019년 6월 이후 세 차례나 반려한 평가서를 다시 보완해 보낸 것이다. 까마귀 날자 배가 떨어진 것인지 아니면 위성곤 의원이 당원과 동료 정치인을 배제하고 원희룡 장관과 교감한 것인지 확인할 길은 없지만, 뒷맛이 씁쓸하다.

제주 제2공항은 지난 8년, 서귀포시의 핵심적 갈등 이슈였다. 정치의 중요한 기능 가운데 하나가 갈등의 조정인데, 위성곤 의원은 이 갈등 이슈를 회피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런데 갑자기 태도를 바꿔서 제2공항이 필요하다며 조속히 결정하자고 말했다.

물론 총선을 염두에 놓고 보면 이 같은 태도변화를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선거가 1년 앞에 다가왔는데, 민주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하던 지역 민심은 예전과 같지는 않으니 조급해지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위성곤 의원의 이 같은 변화가 정치적 자산이 될까?

같은 당 소속인 고용호 전 도의원(성산읍)을 보면 알 수 있다. 고용호 의원은 지난 2019년 7월, 온평리 주민과 함께 제2공항 반대 시위에 참여한 적이 있다. 고 의원이 당시 '민주주의 유린하는 제2공항 물러가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결사반대'라고 적힌 머리띠를 둘러맨 사진은 지금까지도 조롱거리고 남았다. 이후에 성산읍에서 제2공항에 대한 찬성여론이 뜨거워지자 고용호 의원은 제2공항 유치론자로 변했고, 제2공항 유치에 소극적인 같은 당 소속 국회의원을 공식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그랬음에도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에 밀려 도의원 자리를 내놓고 말았다.

홉스(Hobbes 1962)는 지칠 줄 모르는 권력욕이 정치인의 운명인데, 이는 불안과 공포에 때문이라고 했다. 기존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더 큰 권력이 필요하므로 정치인은 죽을 때까지 더 큰 권력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불안과 공포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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