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금의 마음시 감상(98)

겨울 들판을 건너온 바람이

신달자

 

눈 덮인 겨울 들판을

건너 온 바람이

내 집 노크를 했다

 

내가 문 열지도

않았는데 문은

저절로 열렸고

바람은 아주 여유

있게 익숙하게

거실로 들어왔다

 

어떻게 내 집에 왔냐고

물었더니

여기 겨울 들판

아닌가요?

겨울 들판만 나는

바람이라고 한다

이왕 오셨으니

따뜻한 차 한 잔

바람 앞에 놓았더니

 

겨울 들판은 겨울

들판만 마신다고

한다

 

말이 잘 통했다

 

처음인데 내 백 년의

삶을 샅샅이 잘 알고

겨울 들판을 물고 와

겨울을 더 길게 늘이고

있다

 

차가운 것은 불행이

아니라고

봄을 부르는 힘이라고

적어 놓고 갔다

 

 

<마음시 감상>

시인 문상금

 

뒤돌아보면 일상은 늘 바람인지도 모른다, 거센 바람이나 잔잔한 바람이거나 감미로운 바람이거나 아주 쌀쌀한 칼로 베이는 것 같은 바람이거나.

폭풍은 고요를 부르고 이별은 만남을 부르고 실패는 성공을 부르고 겨울은 따뜻한 봄을 부른다. 차가운 겨울 들판은 새싹들이 돋아나는 생명의 힘을 부르고 새들이 지저귀는 평화의 소리를 부른다.

삶의 겨울이 그림자처럼 늘어났다고 슬퍼하지 말라, 봄을 부르는 힘이 더 강렬해졌다고 단단히 적어두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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