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지도자들
2005년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지도자들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는 아시아와 태평양 연안국이 공동체를 이룬다는 장기 비전으로 결성된 조직이다. 아ㆍ태 지역의 교역 확대를 통해 경제 성장과 번영을 도모한다는 게 조직의 목표다.

1989년 호주 캔버러에서 한국, 미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ASEAN 6개국(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싱가포르, 필리핀, 브루나이) 등이 참여한 가운데 각료회의로 창설됐다. 이후,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제안으로 1993년부터 정상회의로 격상됐다. 도중에 중국과 러시아 등 9개국이 추가로 가입해 현재 21개 나라를 회원국으로 거느린다.

APEC은 전 세계 인구의 약 40%, GDP의 약 59%, 교역량의 약 50%를 점유하는 세계 최대의 지역협력체이다. APEC 정상회의는 1년에 한 번씩 열리는데, 한국에서는 지난 2005년에 열린 13차 회의기 부산에서 열린 게 유일하다.

대구경북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부산은 지난 2005년 APEC 정상회의를 개최해 1000억원 이상의 관광수업과 3900억원의 총생산유발효과를 올렸다. 그리고 4000명 넘는 사람이 고용됐고, 해양항만도시로서의 이미지 제고도 이뤘다.

2015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제23차 정상회의에서 대한민국을 2025년 정상회의 개최국으로 결정했다. 이에 2005년 개최를 놓고 경합했던 부산과 제주는 물론이고 인천, 경북 경주 등이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오영훈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25일, APEC 정상회의 제주 유치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오영훈 지사는 “25~27일까지 APEC 사무국이 있는 싱가포르를 방문해 아세안플러스알파 정책을 대내외적으로 밝히고, 제주의 컨벤션산업과 회의시설 확충 등 최적의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져 있다는 점을 강조할 계획”이라며 “외교부 등 주요 부처와의 긴밀한 교류를 통해 정상회의를 반드시 제주에 유치할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APEC 정상회의 개최를 앞두고 여러 지자체가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정부는 아직 개최도시 선정을 위한 방식도 정하지 않았다.

외교부 관계자는 서귀포신문과의 통화에서 “정부가 올해나 내년 초쯤에 관계부처 장·차관이 참여하는 APEC 정상회의 준비위원회를 구성하면, 준비위원회가 준비기획단을 꾸리게 된다”라며 “이후 개최도시를 어떤 방식과 기준으로 선정할지는 위원회와 기획단이 결정할 일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2005년 사례가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당시 사례를 인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제주도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2005년을 차분히 복기(復棋)해야 한다. 2005년에는 APEC 정상회의 준비위원회와 준비기획단을 구성하고, 기획단 산하에 APEC 개최도시 선정위원회를 두었다. 당시 선정위원회(위원장 이홍구)가 부산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제주도는 영문도 모른 체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정부가 선정위원회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형식을 취했지만, 당시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동진정책의 일환으로 부산을 선택했다는 게 언론의 평이었다. 지난해 민주당이 가덕도 신공항에 ‘올인’했던 것의 전편에 해당한다.

오영훈 지사가 APEC 정상회의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싱가포르 방문”, “외교부와 긴밀한 교류” 같은 영양가 없는 수사(修辭) 말고 정치적 선택에서 배제되는 사태를 막을 방안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과거처럼 무조건 부산에 퍼주는 정책을 반복한다면 제주도 유치는 다시 물 건너갈 수밖에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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