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읍민속마을 집줄 만드는 풍경

26일 성읍민속마을에서 사람들이 집줄을 만드는 장면(사진=장태욱 기자)
26일 성읍민속마을에서 사람들이 집줄을 만드는 장면(사진=장태욱 기자)

26일 오전, 서귀포시 성읍민속마을 사거리 주변에 사람들이 가득 모였다. 개중에는 마을 주민도 있고, 민속마을에서 장사하는 상인도 있는데, 지나는 관광객 일가족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사람들을 쳐다보고 있다.

사람들은 봄에 초기지붕을 이을 집줄을 만들고 있었다. 호랭이 10여 개가 돌아가고 새(띠풀)를 멕이는 손놀림이 분주해, 그 풍경이 사뭇 경쾌하다. 지나다 들린 여행객 일가족이 흥미로운 표정으로 이 과정을 지켜봤다.

일에 참가한 김정환 씨는 “성읍마을에선 해마다 지붕을 새로 인다”라며 “올해도 춘분 무렵에 지붕을 일 건데, 미리 집줄을 준하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집의 크기에 따라 필요한 집줄의 길이가 달라서, 미리 계산하고 필요한 만큼 만든다”라고 말했다.

한 여행객은 구경하다 호랭이 돌리기를 직접 체험해보더니 “호랭이 돌리는 일과 뒷걸음질하는 일에 박자를 맞추기 어렵다. 조금 돌렸더니 어깨가 아픈데 재미는 있다”라고 말했다.

제주도 사람들은 예로부터 돌로 벽을 쌓고 흙으로 마감하며, 새로 지붕을 덮었다. 벽은 한 번 쌓으면 오래도록 쓸 수 있는데, 지붕은 대체로 1년이나 2년에 한번 꼴로 갈아줘야 했다.

사람들은 11월 말이나 1월 사이에 마을 초원지대에서 새를 베서 지붕을 이을 재료를 장만했다.

외줄을 꼬아 집줄을 완성하는 과정(사진=장태욱 기자)
외줄을 꼬아 집줄을 완성하는 과정(사진=장태욱 기자)

제주도에서 가장 큰 걱정은 바람이었다. 사람들은 초가지붕이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새(띠)를 꼬아 집줄을 만들었다. 지붕을 잇고 집줄로 단단히 동여매면 태풍에도 지붕이 날리는 법이 없다.

사람들은 새를 꼬아 길게 동아줄처럼 집줄을 만들었는데, 지붕의 크기에 따라 집줄의 크기를 결정했다. 집줄을 만들 때는 한 사람은 새를 멕이고 한 사람은 호랭이를 돌리며 뒤로 이동했다. 새를 멕이기 전에 물을 뿌려주면 새가 부드러워져 줄을 꼬기 쉬워진다. 이렇게 줄을 만든 다음, 뒤치기라는 도구를 이용해 외줄 두 가닥을 다시 꼬아 집줄을 완성한다.

춘분 무렵에 지붕을 이는데, 이때 집줄로 지붕을 격자형으로 얽어매 새가 바람에 달리지 않게 고정한다. 이렇게 지붕을 이면 비로소 봄을 맞는 것이다.

 

저작권자 © 서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