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십리이웃들] 김영수 거리의 정원사

김영수 거리의 정원사
김영수 거리의 정원사 (사진=강문혁 기자)

1월 초 영하의 날씨 속 늦은 오후, 이중섭거리 가로수 아래 작은 거리의 정원에는 흙 묻은 작업복을 입고 호미로 애란모종을 심는 한 사람이 보였다. 전지가위가 들어 있는 작업가방 옆에는 전동휠체어가 세워져 있었다.

강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애란모종 심기에 집중하는 사람은 김영수 거리의 정원사(정방동 65)이다. 김 정원사는 태어난 지 8개월에 만에 지체장애인 판정을 받았다. 휠체어를 구입하기 힘들어 20대가 되고 나서야 휠체어를 타고 집 밖으로 혼자 다닐 수 있었다. 이런 힘든 환경에서도 김 정원사는 오석학교를 다니며 졸업장을 받고, 기념품 수공예기술자로서, 시계수리점 점주, 금은방 대표로서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 나갔다.

통상적으로 휄체어를 타는 지체 장애인들은  등이 굽어있다. 그런데도 김 정원사의 등은 환갑을 넘긴 나이에도 곧다. 김 정원사의 아버지는 어린 김 정원사에게 영수야 밥상 앞에서조차 등이 굽어지면 세상에 어떤 일도 할 수 없다. 무슨 일이든 가슴을 펴고 당당히 인생길을 개척해나가라라는 말씀은 김 정원사가 몸자세부터 바르게 하고 인생의 주인공으로 삶을 개척하며 살아가는 원동력이었다 한다.

김 정원사는 어느 날 지인과 칠십리시공원을 찾았다. 산책로에는 사람이 다니지 못할 정도로 잡초가 무성했다. 매실나무 숲에는 쑥이 마구잡이로 자라고 있었다. 다음날, 김 정원사는 칠십리시공원으로 출근했다. 잡초를 매고, 잔디를 심고 흙을 넣으며 화단을 정리했다. 집에서 키우는 애란모종 수백 그루를 심고, 수선화 모종 등을 구입해 심으며 5년이 지났다. 현재는 사계절 아름다움을 뽐내는 칠십리시공원을 볼 때면, 김 정원사는 행복하기가 끝이 없다.

정방동 명동로는 김 정원사의 자택 인근이다. 어느 날 무심코  돌 화분 속 쓰레기를 보는 순간, 관광지인 이곳이 관광객들에게 나쁜 인상을 주리라는 생각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 후 아름다운 명동로 거리를 꿈꾸며 김 정원사는 돌 화분 속 쓰레기를 치우고, 팬지를 심고, 가로수 아래 작은 정원에 애란모종을 심었다. 다음날 비가 온다는 소식은 김 정원사가 밤새 꽃모종을 심게 하기도 했다. 이렇게 정성을 들이고 고된 작업을 마친 후, 관광객들이 미소를 띄며 돌 화분에 핀 꽃을 바라볼 때 가장 보람이 크다.

이중섭거리 가로수를 가지치기한 후, 늦은 가을에 잎이 떨어질 때는 김 정원사도 가끔 그 운치에 놀라게 된다. 하지만 요즘은 하귤나무를 심어 거리의 특성이 더욱 살아났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고 한다.

김영수 거리의 정원사는 “8년간 서귀포시의 공원과 거리를 가꾸어 오고 있다. 거리의 정원사는 내게 건강을 찾게 해, 주위 분이 젊어졌다고도 할 때는 무척 흐뭇하다라며 다른 일을 했다면 이렇게 행복할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라고 말했다이어 그는 거리의 정원이 작품이라며 나는 행위예술가이다. 스토리가 있는 귀금속이 명품이듯, 나의 인생이 스토리가 되고 아름다운 서귀포 거리가 알려져, 전 세계 관광객들이 찾게 하는 명품 서귀포시 거리를 만드는 것이 나의 꿈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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