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강호남 도시공학 박사

강호남 박사
강호남 박사

바이에른 주는 16개 주 중 하나로 독일 남동부에 있다. 인구는 1,312만 명(2019)이며, 평지가 발달한 북부 베를린과 달리 산악 분지에 도시들이 형성돼 있다. 대표 도시는 뮌헨이다. 1959129일 여기에서 일대 사건이 벌어졌다. 심각한 경영난에 빠진 지역 회사의 임시주주총회가 열린 것이다. 1951500cc 오토바이 5만대를 판매하며 성장세를 구가했던 회사가 이듬해 2000cc급 대형차를 출시하면서 적자가 발생했고, 58년에 1,200만 마르크, 59년에 1,500만 마르크(100억 원) 적자를 맞기에 이르렀다. BMW 이야기다. 감독이사회 회장이었던 도이체방크의 페이트는 당시 경쟁사였던(정확히 말하자면 압도적 1위였던) 다임러(벤츠)와의 사실상 합병을 제안했다. 경영진은 이를 기정사실로 여겨 통과시키려 했으나 소액주주들이 반발해 무산되었다. 그들 대부분은 지역 기업의 존속을 우려하는 직원들과 대리점 경영자, 그리고 지역 기반 자산가들이었다. 주 대표 기업인 BMW가 이웃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의 경쟁사에 흡수당하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 총회장에는 정장 차림 주주 수백 명 외에 주 전통 복장 주주들도 참석했다. BMW 로고는 바이에른 주 문장에서 따온 것일 정도로 지역과의 애착이 강했다.

베엠베라고도 읽히는 BMW는 별명이 드라이빙 BMW’로 주행성을 강조한다. 이 개념은, 판매담당부사장 파울 하네만이 1962년부터 추진한 전략으로, 스포츠카의 이미지와 젊음, 조작성을 강조하며 앞지르는 기쁨캐치프레이즈로 완성한 것이다. 그는 당시 경쟁사였던 고급차 다임러나 보급차 폭스바겐에 없던 틈새시장(niche market)을 찾아내 선도적 포지셔닝(positioning)’을 완성했다. 최근에 차를 수리하러 1급 정비소에 갔다가 엔진을 들어올린 BMW6 한 대가 있기에 이 차는 어떤가 물어본 적이 있었다. “BMW는 신기술이 나오면 무조건 적용하는 성향이라 교육 받고 운전해야 할 정도로 까다롭고, 벤츠는 잘 검증된 기술만 적용하는 편이라 정숙합니다.” 차량회사의 경영철학이 묻어나는 장면이었다.

임시주주총회 후 BMW 구원투수로 등판한 것은 지역 자산가 헤르베르트 크반트였다. 그는 자동차에 대해 문외한이었지만 숙련공 6,000명의 대표 쿠르트 골다의 전폭적 지원에 힘입어 자금 모집에 나섰다. 그는 크라이슬러, 포드, 피아트 등에 자본제휴를 제안하거나 다임러에 지분참여를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 대신 주 정부로부터 담보대출을 받았으며, 자회사 주식을 매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 자금은 증자로 조달하기로 했다. 결과는 성공, 신주발행 자금 6,000만 마르크가 들어왔다. 소액주주 99.7%가 참여한 것이다. 마침내 1960121일 주주총회로 BMW 2기가 시작된다. 이 후로는 총 주식 50%의 크반트 가문과 경영이사회가 공존하는 체제가 지속된다. 73년에는 직원들의 재건 협력에 대한 보답으로 노동자 대표, 주주, 경영자들이 협의하여 종업원 재산형성제도를 만든다. 최소 7% 이자를 보장하는 회사채 지급이 골자였다. BMW그룹은 2021년 말 매출 1,112억 유로, 순이익 123억 유로를 달성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전 세계에서 고용한 직원이 12만 명이 넘는다.

세계적인 회사도 출발은 지역이다. 그리고 지역의 지지가 없다면 오래 존속하기 어렵다.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얻는 것은 쉽지 않으며 오래 유지하는 것은 더 어렵다.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단단한 연대의식과 그 의식에 부응하려는 의지였을 것이다. 우리도 이러한 기업을 육성해 보자. 이미 우리 안에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선의를 가지고 응원하고 도와주며 기다린다면, 지역에 대한 기여로 보답할 것이다. 이 선순환은 결국 우리 모두를 이롭게 할 것이다.

 저자 소개

 강호남

 서귀포시 출생,  남주고등학교 졸업

 연세대학교 도시공학 박사

 건축시공기술사,  (주)델로시티 상무

 국민대 출강                            

  서울시 중구 건축위원회 심의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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