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금의 마음시 감상(99)
복수초
문월정
다시 태어나도
우리 만날 수 있을까
우리
알아볼 수 있을까
항구에 아롱이는 불빛만큼이나
많은 꽃들 중에서
콕 찍어
너와 나 이름 부를 수 있을까
노란 그리움이라고
내 꽃이라고
우리 말할 수 있을까
<마음시 감상>
시인 문상금
겨울을 뚫고, 겨울 밑 얼음을 뚫고, 얼음 눈 속 그 흰 쌀가루를 뚫고, 쏘옥 노란 그리움이 솟아났구나. 아, 계란 노른자 같이, 이토록 목이 메도록, 이 꽃봉오리! 최고의 순간을 기다렸구나. 꽃도 나비도 그리워하지 않고, 오직 그리움이 그리움을 그리워할 때 피어나는 꽃이구나, 너는.
여기에서 복수초(福壽草)는 바로 사랑하는 사람이다. 여자가 남자에게 , 남자가 여자에게 온몸으로 피워 보내는 선물이다. 순수랄까 열정이랄까, 잠 못 드는 밤에 밤하늘에 띄워 보내는 지고지순한 고백의 편지이다. 지금의 인연(因緣)으로도 모자라 다시 태어나서도 만날 수 있기를, 스쳐 지나가는 인파 속에서도 부디 알아볼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하고 있다.
밤하늘 은하수의 별만큼이나 항구에 반짝이는 불빛만큼이나 그 수많은 꽃들 중에서 콕 찍어 그 고운 이름 부를 수 있는 사람. 노란 그리움이라고 내 꽃이라고 감히 찍어 말 할 수 있는 그런 대상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운이다.
눈 속에 피어난 친구에게 시(詩)의 날개를 달아주고 싶다. 훨훨 날아올라, 끈질긴 사랑 하나 남기라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