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리뷰] 강수희 작가의 『제주에서 먹고살려고 책방 하는데요』(인디고, 2022)

책의 표지
책의 표지

유배의 섬이었던 제주도가 방송에 노출되고 올레길 열풍과 SNS 발달에 힘입어 낭만 가득한 환상의 섬으로 포장된다. 제주 한달살이가 유행을 타고, 제주에서 책방이나 카페를 운영하는 게 육지 사람의 로망이 됐다.

『제주에서 먹고살려고 책방 하는데요』의 저자 역시 육지에서 제주로 온 이주민이다. 다만, 아버지 고향이 제주도라 반육반제(반은 육지사람 반은 제주사람) 출신이다.

저자 강수희는 20년차 방송작가인데, 한림읍 금능 해변에서 작은 책방 ‘아베끄(Avec:프랑스어로 '함께)’를 운영한다. 비양도가 훤히 내다보이는 금능에서 책방을 운영하며 좌충우돌했던 일을 에세이로 엮었다.

저자가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제주에 자리 잡고 책방을 운영하게 된 사연과 책방을 하면서 겪은 일들, 관광지에서 소규모 독립서점을 운영하면서 겪은 어려움 등을 얘기한다.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 ‘별이 빛나는 밤에’ 작가 출신답게 저자는 그간 겪은 일들은 마치 라디오 디제이(DJ)가 읊듯 다정하게 전한다.

제주도민에게 제주는 환상의 섬이 아니라 육지에서처럼 똑같이 먹고 살기 위해 처절하게 생존해 나가야 하는 현장이라는 대목에 공감했다. 오징어게임과도 같은 섬이기 때문에 저자는 제주에서 먹고 살기 위해서는 더 치열해야 한다고 한다. 책방을 운영하다 보니 문화니 낭만이니 하는 것이 남을 여지가 없다. 얌체 여행객을 자주 겪으니 더욱 그렇다.

금능은 드라마 촬영지로 각종 예능에 등장해 핫플레이스로 급부상했고, 화장실만 쓰고 가는 사람이 많아졌다. 공중화장실도 아니고 말이야. 책은 한 권밖에 못 팔았는데 다섯 팀이 연속으로 마당 화장실을 쓰고 간 날 저녁, 나는 막힌 화장실 변기를 뚫으며 결국 자물쇠를 달았다. 치사하게 화장실에 자물쇠라니! ‘동네책방 이용자 여러분! 제가 이런 말까지 해야 하나 싶지만, 꼭 한 번만 말할게요. 동네 책방은요. 인생샷 포토존도 아니고 공중화실도 아니고 인근 카페의 웨이팅 장소도 아니에요. 사진 찍고 대소변 보실 거면 연필 한 자루, 책 한권이라도 사주세요. 휴지 값은 벌어야 하잖아요. 그래도 남는 건 몇천원 이에요.쫌! P123~124 중에서

책방의 속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이 들으면 야속하다고 할지 모르지만, 책 한권 팔아도 책방지기에서 돌아가는 수익은 2~3천원 정도에 불과하다.

그 ‘빡치는’ 현장에서도 버틸 수 있는 건 아름다운 노을이 있어서다.

나는 나만의 빡침 중화제를 찾아냈다. 붉은색 유화 물감을 때론 거칠게, 때론 부드럽게 터치해 놓은 노을들이 빡침의 농도를 묽게 만들어 준다는 걸. 내일이 없는 듯한 그 노을이 나를 캄다운시켜 주었다. 진정제가 되어 주었다. 이것이 제주에 내려와 살아도 되겠다. 살아야겠다고 결심한 이유다.

싱겁다면 싱겁지만 이 결정적 장면은 여전히 나에게 진정제 역할을 해주고 있다. 그리고 미친 노을은 한 번도 같은 얼굴을 보여준 적이 없다. 매번 다른 붓 터치로 매번 다른 감동을 주지만, 어휘력이 모자란 나는 매번 같은 감탄사를 내뱉고 만다. P 23중에서

나는 저자와 반대로 제주에서 살아가던 삶 속에서 번아웃이 서울 생활에 대한 로망을 품고 서울살이를 한 적이 있다. 당장 감당해야 할 집세부터 생활비 등을 비롯해 숨만 쉬어도 모든 게 다 돈이라 제주에서보다 더 치열해야 했다. 내 서울생활에도 중화제가 있는데, 퇴근 후 지하철을 타고 가가 보던 한강의 야경이었다. 3초도 안 되는 짧디짧은 시간이었지만, 지하철 내부에서 바라보는 한강 물결 위로 비친 서울의 야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잠깐이었지만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로망 중 하나가 독립서점 혹은 책방을 여는 것이다. 나 역시 그런 부류 중 한 명이지만, 현실에선 수지타산이 안 맞으니 섣불리 책방을 열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나중에 경제적인 여유가 된다면 헌책방을 운영하고 싶은 미래의 책방지기들에게 참고가 되는 책이다.

제주에서 먹고 살려고 책방하는데요/ 강수희/ 236쪽/ 인디고/ 1만4500원/ 2022년 11월 07일 출간

 

정리 허지선 사서출신 시민 서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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