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시장의 문턱을 낮추고 MZ세대를 적극 끌어들이다
‘예술은 축제다!’라는 주제로 지난 2월9일부터 12일까지 서귀포시 제주 컨벤션센타에서 열렸던 <아트페스타 제주 2023>이 막을 내렸다. 지난해 ‘아트페스타 서울’로 첫 개최 후 올해 두 번째로, 지방에선 제주가 처음인 행사였다.
제주를 예술이 꽃피는 도시, 문화를 향유하는 도시, 활발한 거래로 미술시장의 활성화가 이루어지는 도시로 포지셔닝하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조직위원장 한남석씨는 2023년 대한민국 미술시장이 세계미술시장의 중심으로 점차 나아가고 있는 것처럼 이번 전시를 통해 제주 역시 대한민국 미술시장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코로나 시국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국내 미술시장 판매규모가 1조원을 넘어섰는데 미술품의 여러 가치에 눈뜬 MZ세대의 진입과 미술애호가 저변확대 등 미술을 사랑하고 미술품 대상 투자와 그 심미적 가치에 주목하는 흐름에 부응하기 위해 전시를 마련했다”
국내외 갤러리 40여개가 참여해 2천여점의 작품을 선보였는데 홍보가 다소 미흡했는지 오픈 첫날과 둘째날은 관람객이 그리 많지 않았다. 다행히 마지막 이틀은 꽤 많은 관람객들이 행사장을 찾아 활기를 띠기도 했다.
국내보다는 해외에서의 활동을 더 많이 해온 AB갤러리 성석남관장은 제주지역의 시장을 탐색해보려고 이번 페어에 참가했는데 전시기간도 너무 짧았고 행사 홍보나 광고가 덜 된 것 같아 아쉬웠다고 한다. 특히 이런 행사는 시민들이 축제처럼 즐길 수 있도록 시나 도에서도 관심을 갖고 지원해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박람회형 전시인 아트페어에선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고 비교할 수도 있기에 관람객이나 구매자들의 입장에선 환영할 만한 행사다. 또 미술시장의 진입을 어렵게만 생각하고 문턱이 높아 엄두를 못내던 애호가들도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미술품을 즐길 수 있는 장이 된다.
이번 전시의 주제처럼 예술을 더 가까이서 축제처럼 즐기다 보면 미술품도 더욱 친근해지고 일상속에 자연스레 스며들어 집집마다 그림 한 점씩은 다 걸어놓게도 될 것이다. 돈 있는 사람만 누리고 즐기는 예술품이 아니라 미술품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기 주머니 사정에 맞춰 마음에 드는 작품을 구매할 수 있는 유통시장이 더욱 확대되고 다양해질 필요가 있다.
“아름다운 섬 제주에서 반바지와 슬리퍼로 상징되는 편안함을 전시 컨셉으로 잡고 미술을 일상으로 되돌리는 의미있는 전시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지난해 6월 서울에서 열린 <아트 페스타 서울>에선 2만여명의 관람객이 전시장을 찾아 200여점의 작품이 판매되어 그 가능성을 확인했는데 일상 속 미술을 위한 국내 화단의 새로운 시도와 창의적인 열정을 전시장 곳곳에 담으려고 했습니다. 21세기 현대 초상회화의 거장 알렉스 카츠부터 공모를 통해 선발된 MZ세대 신진작가 작품에 이르기까지 세대의 취향을 아우르는 작품은 미술에 관심있는 누구에게나 쉽고 보편적인 접근을 가능케 했다고 봅니다. 특히 스위스와 프랑스, 중국 등에서 참여한 해외갤러리들의 출품작을 통해 세계 미술의 흐름도 읽을 수 있었고, 다양한 매체와 형식으로 제주의 정서와 인식을 조형언어로 표현하고 있는 제주지역 유력작가들의 특별전을 마련해 제주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도록 했습니다”
이번 행사의 운영위원장이었던 백광익 화백은 <아트페스타 제주>가 제주의 소중한 문화컨텐츠로 확고히 자리잡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현대초상화의 거장 알렉스 카츠를 비롯해 ‘천국에서의 휴가’로 유명한 엘리자베스 랭그리터, 달항아리 작가 최형욱, 국내 대표 스테디셀러 작가이자 일상을 소재로 영감있는 작품들을 꾸준히 발표해 온 김석중, 강철기, 조국현, 안말환, 채혜선 등 중견 베스트셀러 작가들의 신작들을 두루 만날 수 있었다. 아울러 초대작가로는 김순겸, 김일해, 김품창, 박성진, 손일삼, 채기선, 문창배, 서승환, 이문석 작가 등이 참여해 눈길을 끄는 작품들을 선보였다.
제주의 정서와 영감을 작품에 녹여온 제주작가들의 장도 별도로 마련했고, 한국민화협회도 참여해 우리나라 정서를 대표하는 민화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50여점의 민화를 선보인 특별전도 있었다.
또한 공모를 통해 선발한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50만원 이하로 판매하는 등 완성도 높은 작품들을 저렴한 가격에 소장할 기회를 제공, 관람객과 수집가들의 접근성을 키워주었다. 특히 10년차 배우가 함께 하는 도슨트 일정을 넣어 연극적인 요소를 가미한 것도 흥미로웠고, 전문 아트테라피스트가 진행하는 ‘예술치유’도 부대행사로 마련해 아이들을 동반한 관람객들의 인기를 끌었다.
전시장엔 또 프랑스산 유기농 와인과 드립백, 캡슐 커피, 원두, 디저트 등을 선보인 라운지도 두어 관람객들이 시각과 후각, 미각까지 오감을 동원해 전시만족도를 높이도록 했다.
지역에서 열리는 아트페어답게 다양한 연고기업들도 힘을 보탰는데 전시후원사인 제주은행은 각 지점을 통해 초대장을 배포하고 우수고객에게 모바일 초청장을 무료로 제공했으며, 티웨이항공, 블랙스톤 CC, KCTV 제주방송, 예스투어, 산수휴리조트, 엘로엘, 어몽아츠, 메타갤럭시아, 제주문화예술센타,섬타르, 씨스터 앤, 멜버즈 등 유수의 연고기업들이 힘을 보탰다.
반면 이번에 참여했던 갤러리측 관계자들은 이번 행사의 미비했던 점들을 여러 가지 지적했는데 홍보, 광고미비를 비롯하여 작품 운송 시 작품손상, 벽체나 조명시설 엉망, 전속작가들의 작품만 들고 갤러리 관계자만 참여한 갤러리측에 대한 배려부족, 본 전시장 외의 공간에서 저렴한 가격의 작품판매를 하게 하면서 정작 부스비를 내고 참여한 갤러리측에 대한 지원은 아주 미흡했다고 원성이 자자했다.
이러한 가운데서도 기업이 작가들을 후원하고 협업하여 이번 페어에 차정숙(경기 여류화가회장) 작가를 필두로 4명의 작가 작품들을 선보인 케이에스아이아이주식회사(이순영대표)는 작가들을 물심양면으로 도와 후원자로써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역량있는 아티스트를 발굴, 지원은 물론 작가와의 적극적인 협업을 통해 작품이 주목받는 전시공간과 다양한 전시기획도 모색하고 있습니다. 아티스트들의 성장과 두터운 미술애호가층의 형성으로 한국미술계의 풍요와 성장에 기여하고, 여러 장르의 예술을 다채롭게 포용하여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문화환경 보급에 앞장서고자 합니다. 오프라인 상에서 우리 문화유산의 수집, 전시 판매 등 갤러리 본연의 역할 뿐만 아니라 온라인 상에서도 지속적으로 국내외 작품을 함께 전시 판매할 계획입니다. 국내 전시뿐 아니라 국내 작가들의 해외진출 방안도 여러모로 모색하고 있습니다.”
화가들 뿐만 아니라 오케스트라단의 후원회장이기도 한 이순영대표의 포부가 작가들에게도 힘이 되고 미술애호가들에게도 폭넓은 기회를 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한편 가족들과 여행차 제주를 찾았다가 뜻밖에 이런 전시까지 보고 마음에 드는 작품까지 구매해서 기뻤다는 한 관람객은 여행지에서 이렇게 문화예술품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면 더욱 좋을 것같다고 전했다. 어떤 관람객은 신진작가들의 작품 중 모방작품이 눈에 많이 띄어 다소 실망스럽고 아쉬웠다는 말도 전했다.
작년에 이어 이번이 겨우 두 번째 행사라 부족한 부분도 있고 진행이 다소 매끄럽지 못했다 해도 그런 지적이 많았던 만큼 다음 행사 때는 그런 부분들이 개선되도록 주최 측에서도 더욱 세심히 신경을 써야 더 수준 높은 많은 갤러리들과 작가들이 참여하여 명실상부한 글로벌 페어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