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오름이야기(91)

제주의 대부분의 마을은 그 마을 지경에 오름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물론 마을 지경에 오름이 없는 마을도 몇몇 있기는 하지만……. 단위 마을로 오름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마을은 구좌읍 송당리로 25개의 오름을 가지고 있고, 제주시 봉개동은 20개의 오름을 가지고 있다.

거기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표선면 가시리는 서귀포시의 마을 중에는 오름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데, 무려 13개의 오름이 가시리 지경에 위치해 있다. 큰사슴이, 족은사슴이, 가문이, 갑선이, 구두리, 따라비, 가친오름(마은이옆), 번널오름, 병곳오름, 붉은오름, 설오름, 여문영아리, 쳇망오름이 그 오름들이다.

그중에 주민들이 거주하는 가시리 마을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오름은 갑선이오름이다. 이번에는 가시리 주민들이 사랑하는 오름인 갑선이오름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동쪽에서 바라본 갑선이 (사진=한천민 소장)
동쪽에서 바라본 갑선이 (사진=한천민 소장)

 

갑선이오름은 표선면 가시리 지경의 오름으로, 가시리 마을 중심에 있는 가시리 사무소에서부터 오름의 정상부까지는 북동쪽 방향으로 직선거리 약 1.2km 거리에 위치해 있다. 즉 마을 중심에서 북동쪽 방향으로 매우 가까이 바라보이는 곳에 위치해 있으며, 마을과 오름 사이에는 가시천이 흐르고 있다.

이 오름은 모양새가 미처 껍질을 벗지 못한 매미 굼벵이처럼 생겼다고 하여 껍질을 뜻하는 한자어 ()과 매미 ()자를 써서 甲蟬(갑선)라는 이름이 붙었다. 여기에 ()자를 붙여서 갑선악(甲蟬岳)’이라 하기도 하며, 이 오름에 조성된 어떤 묘의 묘비에는 오름의 이름이 甲先岳(갑선악)’이라 새겨져 있기도 하다.

실제로 이 오름의 형태는 남서쪽으로 크게 터져있는 말굽형 굼부리 형태를 하고 있으며, 이 오름의 북동쪽 1.6km 지점에 위치한 설오름 정상에서 바라보면 갑선이오름이 굼벵이 형태를 하고 있음을 가장 잘 볼 수 있다고 한다.

전체적인 모양새는 남서쪽으로 터진 말굽형 굼부리를 감싸고 구부리고 있는 굼벵이 모양이며, 정상부를 중심으로 능선이 북서에서 남동으로 약간 편평하며 느릿하게 뻗어가다가 남서쪽과 북서쪽으로 천천히 휘어져 내려가는 지형이며, 정상부에서부터 동쪽 사면과 굼부리 안쪽의 커다란 묘지와 과수원이 조성되어 있는 쪽으로는 경사면이 약간 급한 편이나 남북의 경사면은 다소 완만한 편이다.

이 오름의 서쪽에는 큰사슴이와 족은사슴이 주변에서부터 발원하여 세화2(가마리) 쪽으로 흘러드는 가시천이 흐르고 있으며, 동쪽 기슭에는 주변 농경지에서부터 흐르기 시작한 작은 개울이 흐르다가 가시리 마을 남쪽편에서 가시천과 합쳐지고 있다.

갑선이오름은 오름 남쪽과 북쪽에서 탐방로가 시작되어 정상부로 올라갈 수 있는데, 각각의 탐방로 시작점을 찾아가는 길은 다음과 같다.

우선, 가시리 마을 중심에는 가시리 사무소와 포토갤러리 자연사랑미술관(옛 가시초등학교)이 있는데, 그 앞에서부터 북동쪽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약 220m를 간 곳에 있는 삼거리에서 북쪽으로 약 270m를 가면 다시 삼거리에 이르며, 방향을 동쪽으로 꺾어 가다가 가시천 다리를 지나서 약 700m를 가면 갑선이오름 남서쪽 탐방로 시작점에 이른다. 앞의 설명의 첫 번째 삼거리에서 북쪽으로 약 560m를 간 지점의 삼거리에서 동쪽으로 가시천을 지나 약 600m를 가면 갑선이오름 북서쪽 탐방로 시작점에 이르게 된다.

중산간동로와 녹산로와 원님로가 만나는 가시리 사거리(도로 중간에 큰 정자나무가 있는 곳)에서 북동쪽의 성읍리 방향으로 약 50m를 가면 가시리 마을로 내려가는 갈림길이 있으며, 갈림길에서 가시리 마을 쪽으로 약 700m를 가면 동쪽으로 이어지는 삼거리에 이르며, 방향을 동쪽으로 꺾어 가시천 다리를 지나서 약 600m를 더 가면 갑선이오름 북서쪽 탐방로 시작점에 이른다. 역시 위 설명의 삼거리에서 다시 300m 쯤 남쪽으로 더 내려간 지점의 삼거리에서 동쪽으로 가면 갑선이오름 남서쪽 탐방로 시작점에 이른다.

갑선이오름을 탐방하기 위해 가시리 마을을 지나 동쪽으로 나아가서 가시천을 지나 남서쪽 탐방로 시작점에 도착하여 차를 세우고 탐방을 시작하였다.

탐방로 입구에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고, 안내판에는 오름의 소재지와 현황, 이름의 유래, 오름의 식생들이 간단하게 안내되어 있었다.

탐방로 시작점에는 두 개의 탐방로가 있었는데, 하나는 데크로 이루어진 탐방로요, 다른 하나는 데트가 깔려있지 않는 탐방로였다. 먼저 데크로 이루어진 탐방로로 올라갔다. 데크 탐방로는 큰 나무가 우거진 숲 사이로 구불구불 올라가다가 정상부 가까이에 이르러서는 데크 탐방로가 끝나고 이어서 데크가 깔려있지 않는 탐방로로 정상부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탐방로 주변에는 삼나무가 가장 많이 자라고 있었으며, 그 사이로 해송, 사스레피나무, 생달나무, 까마귀쪽나무들이 자라고 있었고, 그 아래의 땅바닥에는 백량금과 자금우가 지천으로 깔려서 자라고 있었다. 가끔 팔손이도 다른 나무들 사이에서 눈에 띄었다.

정상부에서 바라본 풍광(사진=한천민 소장)
정상부에서 바라본 풍광(사진=한천민 소장)

정상부에 올라서니, 북서쪽으로 하얀 눈을 가득 덮은 한라산이 올려다 보였고, 그 아래 역시 눈에 덮인 사라오름과 성널오름이 바라보였다. 한라산 정상부 서쪽으로는 큰웃세오름과 방에오름도 바라보였다. 또한 그 아래로 점점이 이어지는 논고오름, 동수악, 물영아리, 가까운 곳에는 설오름도 바라보였다. 오름 바로 아래로는 가시리 마을의 집들과 과수원의 하얀 비닐하우스들이 내려다보였다.

이어서 동쪽으로 눈을 돌리니 편평하고 넓은 들판과 여러 오름들이 바라보였다. 멀리로는 성산 일출봉이 바라보였고, 큰물메, 영주산, 모구리오름, 통오름, 독자봉, 남산봉, 가세오름 등의 오름들과 제주 남동부 앞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져 있었다

이 오름에는 오름 전체에 삼나무 등 큰 나무들이 많이 우거져 있었으나, 정상부에서 주변 경관을 바라볼 수 있도록 정상부의 큰 나무들은 솎아내거나 가지치기를 하여 정상부에서는 동쪽과 서쪽의 경관을 시원하게 바라볼 수 있어서 시원한 느낌을 주었다. 탐방로도 제법 잘 갖추어져 있어서 오름을 다니는 초보자들도 어렵지 않게 탐방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갑선이 서쪽 굼부리(사진=한천민 소장)
갑선이 서쪽 굼부리(사진=한천민 소장)

정상부에서 북서쪽 탐방로로 내려간 다음 서쪽 기슭의 농로를 따라 굼부리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굼부리 안쪽에는 밀감 과수원이 조성되어 있었고 그 위쪽에는 몇 기의 묘가 조성되어 있었다.

묘지로 올라가 묘비를 살펴보았다. 留鄕別監 金公(유향별감 김공)의 묘에는 대한제국의 연호인 光武 戊戌 九月(광무 무술 9)이라고 새겨져 있었는데, 이를 서기 연대로 계산해 보았더니, 1905년에 조성된 묘였다. 이 묘비에는 오름의 이름을 甲先岳(갑선악)’이라 하여 매미 자 대신에 먼저 자를 썼음을 보았다.

묘지의 가운데에는 최근인 서기 2000년에 조성한 큰 규모의 묘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 묘는 德庵居士 光山金公 鐘(덕암거사 광산김공 종)淑人 慶州金氏(숙인 경주김씨)의 묘인데, 그 후손으로 제주도 3,4대 교육감을 지낸 김황수 씨가 11대 후손이라고 자랑스럽게 새겨져 있었다. 역시 이 묘비에도 오름의 이름이 甲先岳(갑선악)’이라고 새겨져 있었다.

굼부리에 돌아나와 북서쪽 탐방로에서부터 다시 정상부로 올라가다가 오름 동쪽 중턱으로 이어지는 둘레길 탐방로를 따라 돌아서 남서쪽 탐방로 시작점으로 나왔다.

탐방을 마치고 가시천 동쪽의 길을 따라 중산간동로로 나오면서 어느 지점에서 동쪽을 바라보니, 갑선이오름이 파란 하늘 아래 평화롭게 누워있는 듯 하였다.

 

위치 :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지경

굼부리 형태 : 말굽형(남서쪽)

해발높이 188.2m, 자체높이 83m, 둘레 1,859m, 면적 252,799

 

 
저작권자 © 서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