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금의 마음시 감상(101)
투명 개구리
강영은
경칩날 아침, 이슬비 내린다
방울져 내리는 빗방울 바라보다
와, 개구리 알이다!
나도 모르게 탄성을 내지른다
둥글고 말간 알들이 송알송알 내린다
동그라미가 툭 툭 터지는 것이
올챙이 투명꼬리 터지는 것 같다
바람이 헤적일 때마다
꼬리를 살랑이는 투명 올챙이
앞다리가 쏙, 뒷다리가 쑥,
땅바닥을 딛고 튀어 오른다
땅바닥이 넙죽 네 다리를 벌린다
하늘과 땅이 포개어진다
경칩날 아침, 어디서 개구리가 운다
개구리 한 마리 보이지 않는데
봄이 온다, 봄이 온다, 내가 운다
천지가 연못이다
<마음시 감상>
방울져 내리는 빗방울을 개구리 알로 연결시켜 표현해 낼 수 있는 시작 발상이 놀랍다. 시인이 되기 훨씬 전 어린 시절 아마 자연 속을 뛰놀던 경험의 축적이리라.
얕은 시냇가나 고인 물에 둥둥 떠서 부화를 기다리는 개구리의 그 둥글고 말간 세계를 접할 때마다 신기하기는 매한가지였다. 밝은 햇살에 따뜻해진 물속에서 하나의 점으로 방울로 머물렀던 것들이, 순간 툭툭 터져 나올 때 온 천지가 연못이었다.
생명이 움터오는 소리, 바람과 하늘과 땅 그리고 올챙이가 빚어내는 하모니, 경칩 날 아침에 부지런히 달려오는 봄바람 사이로 개구리가 운다. 내가 운다.
힘차게 봄 세상이 열렸다, 천지를 진동하는 그 울음소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