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서귀포신문 편집위원

대한민국 독립기념관. 천안시 목천읍에 있다.(사진=장태욱 기자)
대한민국 독립기념관. 천안시 목천읍에 있다.(사진=장태욱 기자)

충청남도 천안시, 하늘 아래 편안한 도시라는 이름에 걸맞게 산업과 교육, 문화, 교통 모든 면에서 발전하는 도시다. 지난 2012년 천안의 인구는 52만 명이었는데, 10년이 지난 2022년에는 69만 명으로 늘었다. 비수도권 도시 대부분의 인구가 감소하는 가운데도 천안시의 인구는 꾸준히 증가했다.

천안은 경부고속도로, 경부선철도(KTX, SRT, 수도권전철 1호선)를 이용하면 전국 어디로나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교통의 요충지다. 이런 장점은 많은 산업단지 유치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삼성디스플레이를 비롯해 천안산업단지, 풍세일반산업단지, 성거일반산업단지, 천안테크노파크 등 산업단지가 꾸준히 들어섰고, 그곳에서 만들어지는 일자리를 찾아 청년들이 천안으로 들어온다.

천안은 교육의 도시로도 유명하다. 공주대학교, 나사렛대학교, 남서울대학교, 단국대학교, 백석대학교, 상명대학교, 선문대학교, 순천향대학교, 한국교육기술대학교, 호서 대학교, 백석문화대학교, 연암대학교 등 12개 대학이 천안시에 캠퍼스를 두고 있다. 주변에 일자리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고, 천안시가 교육에 많은 예산을 투자하기 때문이다.

천안은 우국충절의 도시로도 명성이 높다. 3.1운동에서 목숨을 잃을 때까지 독립을 외쳤던 유관순 열사, 임진왜란 당시 진주대첩의 영웅인 김시민 장군이 고향이고, 실학자 홍대용 선생의 고향이다. 그런 이유로 대한민국 독립기념관은 천안시 목천읍에 자리 잡았다.

천안은 야구의 도시로도 유명하다. 한화그룹이 1976년에 천안에 북일고등학교를 설립하고 이듬해 야구부를 창단한 이후부터다. 북일고가 창단 초기부터 전국대회에서 우승과 준우승을 반복했는데, 그 뜨거운 열기 덕분에 천안은 야구의 성지가 됐다.

개인적으로 천안시는 아들이 중·고등학교를 마친 도시다. 야구선수로 생활하는 동안 천안시야구협회나 학교 지도자·교사로부터 따뜻한 보살핌을 받았다. 야구선수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들도 격려하고 경기장에서 응원도 해줬다. 주변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의 기량을 펼칠 수 있었기에 아들은 고교를 졸업한 즈음에는 프로구단의 선택도 받았다.

이런 배려에 조금이라도 보답하기 위해 천안시에 고향사랑기부금을 냈다. 어린 아들을 보살펴준 도시에 이렇게라도 고마움을 표시할 수 있다니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다. 제도가 시행되는 기간에는 조금이라도 꾸준히 천안시에 기부금을 낼 생각이다.

제주자치도가 고향사랑기부금을 받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미 윤석열 대통령과 제주유나이티드 축구단 등이 제주도에 기부했고, 일반인의 기부도 이어진다고 한다.

3월 초순 기준으로 제주자치도가 유치한 고향사랑기부금은 2억원 남짓하다. 우리보다 훨씬 일찍 제도를 시행한 일본은 2008년 전체 기부액이 81억4000만엔에서 2021년에는 8302억엔으로 100배 넘게 증가했다니, 제도가 활성화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고향사랑기부제를 보면서 아쉬움이 크다. 서귀포시가 독자적으로 기부금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선배들은 이미 고향사랑기부제를 여러 차례 시행해본 경험이 있다. 일제강점기부터 재일제주인은 고향에 전기 가설, 상수도관 설치, 마을회관 건립을 돕기 위해 돈을 보냈다. 해방 후에는 제주도에 감귤 묘목을 보내서 감귤산업 부흥의 계기를 만드는데 일조했다. 그런데 그 고향사랑을 서귀포시가 받을 수 없다니 아쉬울 수밖에.

고향사랑기부금을 높이기 위해서는 도시의 품격을 높여야 한다. 출향인이든, 여행객이든, 직장을 위해 한때 생활하는 사람이건 떠나면 그리워하는 서귀포시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사랑을 오롯이 받을 수 있도록 자치권을 회복해야 한다. 필요한 건 도시의 품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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