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코로나 시국 3년 동안 외식이나 모임문화도 많은 변화가 있었고, 배달음식이나 밀키트 수요도 커져 일상적인 음식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동안 온라인 소통은 활발히 이루어진 반면 오프라인 소통은 상대적으로 적어졌기 때문에 만남에 대한 수요도 그만큼 커졌다. 만나면 차를 마시든 밥을 먹든 술을 마시든 뭔가 먹거리를 함께 나눌 때 친밀감이나 소통이 더욱 잘되는 걸 누구나 안다.
이러한 가운데 제주에서 처음으로 커뮤니티형 공유주방이 생겨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안덕면 감산리에 위치한 문화예술공간 <몬딱>에 최근 주방시설까지 갖추어 음식나눔을 하고자 지난 3월 20일 공유주방을 오픈했다.
“그동안 각종 전시회나 공연, 문화 예술인들 모임 같은 걸 계속해오면서 여기에 곁들여 음식을 만들어 나누면 친밀감도 커지고 소통도 더욱 잘 될 것 같다는 생각에 공유주방을 만들게 됐습니다. 공유주방에는 배달형, 커뮤니티형, 제조형 등으로 나눠볼 수 있는데 저희는 커뮤니티형 주방인 셈입니다. 음식을 통해 문화예술인들은 물론 지역주민들과 소외된 지역아동, 독거노인, 타지에서 제주살이 하러 내려오신 분들 누구든 만남과 소통의 장이 되기를 바랍니다. 더 나아가서는 제조형 주방으로까지 꿈꾸고 있습니다.”
배달형 공유주방은 코로나시기에 많이 생겼는데 배달음식의 수요가 많아지면서 홀 없이 주방시설만 갖추고 여러 명의 주방장들이 각자 요리를 해서 배달만하는 형태의 사업장을 말한다. 반면 커뮤니티 공유주방은 친목모임이나 생일모임, 세미나모임 등 단위별 단체들이 음식재료들을 가지고 와서 스스로 음식을 해먹으며 커뮤니티를 만들어 가고 소통하는 형태를 말하며, 마지막 제조형 공유주방은 음식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모여 다양한 식재료를 이용해서 새로운 음식들을 연구, 개발도 해보고 더 나아가 공동브랜드의 먹거리 상품까지 만들어 내는 공유주방을 말한다.
김민수 대표는 8년 전 제주흑우와 인연되어 제주살이를 시작한 스마트폰 사진작가이자 화가로 문화예술 기반이 취약한 제주 서남쪽에 문화예술공간 몬딱을 열고 여러 문화예술인들과 재능나눔 봉사를 하면서 코로나 전까지는 여러 가지 교육프로그램도 운영한 바 있다. 아직은 팬데믹과 공존하고 있는 시기이긴 하나 오프라인 모임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되었으니 그동안 주춤했던 여러 가지 활동들도 재개하고, 문화예술공간으로서의 역할과 소통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제 하드웨어는 갖춰졌으니 그것을 채울 소프트웨어를 고민하고 있다면서 올해 해보고자 하는 일이 6가지라고 했다. 첫째 50~60대 신중년을 위한 푸드아트테라피, 둘째 제주할망 밥상, 셋째 하모니카 & 해산물요리 배우기, 넷째 시와 함께하는 와인테라피, 다섯 번째 제주 감귤을 이용한 청만들기, 꽃차만들기, 여섯 번째 쿡 & 뮤직 등등.
음식나눔을 통해 문화예술을 더 가깝고 친근한 일상생활이 되게 하고, 많은 사람들이 모이다 보면 각자의 재능이나 필살기를 갖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이런 것들을 서로 나누고 배우고 가르쳐주다 보면 더욱 가깝고 친근해질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에 시작했다고 한다. 전시회를 하는 작가들도 관람객들과 말로써만 소통하는 것보다 서로 음식을 나누면서 작가와의 대화시간을 갖다보면 더욱 심도있는 얘기도 나눌 수 있고 즐거움도 배가될 것이라고 한다. 앞으로 음식에 관심있는 사람들을 위해 신중년을 위한 요리 동아리도 만들 생각인데 전문쉐프는 물론 음식을 만들고, 먹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참여해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오프닝 첫 행사로 감산마을 지역아동센타 어린이들 15명을 초대해 음식나눔을 하는 치팅데이를 가졌다. 아이들에게 제일 먹고 싶은 음식이 뭔지 설문조사했더니 마라탕이 먹고 싶다해서 마라탕과 서브메뉴 파스타까지 곁들여 이부일·박형구 두 셰프가 재능나눔 봉사를 해주었다. 여기에 서란영 씨의 팬플릇 연주, 김원태 씨의 톱연주까지 음악이 어우러져 더욱 즐겁고 풍성한 음식나눔이 되었다. 후식으로 바나나농장을 하시는 강문수 씨의 바나나선물까지 곁들여 아이들에게 나눔과 봉사정신을 물론 직업에 대한 호기심까지 나누는 자리가 되었다.
“마라탕은 딱 자기들 스타일이라고 맛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배가 부른데도 파스타에 자꾸만 손이 가서 맛있게 먹었다고 합니다. 거기다 아름다운 악기연주를 들으면서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더욱 즐겁고 행복했다고 감사인사를 전합니다. 특히 고급 레스토랑 분위기여서 더욱 좋았다고 마냥 좋아했습니다. 수고해주신 두 쉐프님과 악기 연주를 해주신 분들과 우리 아이들을 위해 도우미로 봉사해주신 모든 분들 수고많으셨습니다. 아이들을 대신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지역아동센타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김숙화님이 감사 인사를 전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음식나눔 <치팅데이> 행사는 매월 1회 꾸준히 진행할 계획이고, 나눔냉장고를 통해 잉여농산물이나 먹거리 재료들을 서로 제공, 후원해서 나눌 생각인데 그동안 벌써 여러 농가들에서 브로콜리와 마늘, 바나나 등을 제공받아 필요한 사람들은 가져가게 했다고 한다. 이런 나눔을 통해 후원금까지 모여 이번 행사의 음식재료비로 사용했다고 한다. 아직은 시작에 불과하나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건강한 먹거리와 음식문화가 확산되고, 음식나눔을 통해 서로 즐거움을 맛보고 진실한 소통에 일조를 해주는 공유주방이 되기를 바래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