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강호남 도시공학 박사

보루네오는 북동단 해발 4,095m 키나발루산에서 남서부로 길게 이어지는 산맥을 따라 식생과 지역이 나뉜다. 면적은 한국의 7배 정도. 1619년부터 진출한 네덜란드가 이 일대를 지배하다 제2차 세계대전 일본 침략 이후 연합군이던 네덜란드, 영국이 진출을 시도했으며, 현재는 남쪽 칼리만탄은 인도네시아, 북쪽 사라왁 및 사바는 말레이시아, 사라왁과 사바 경계는 브루나이 공국이다.

19634, 보루네오 전체를 손에 넣고 싶었던 인도네시아 군대는 당시 영국령이었던 사라왁, 쿠칭 부근 테베두 경찰서를 공격한다. 당시 영국은 사라왁, 북 보루네오, 브루나이와 싱가폴을 말레이시아 연방에 편입하여 친 영국령으로 남겨두고 철수하고자 했다. ‘콘프론타시(Konfrontasi, 대결)’라 명명된 작은 전쟁이 시작된다. 사령관 월터 워커 장군은 정글을 지배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그는 이미 1958년 조호르 지역에서 타이거 작전 책임자로서 늪지대 전투를 성공적으로 이끈 경험이 있었다. 그는 열대 더위 속에서 4주 동안이나 참을성 있게 매복 임무를 할 줄 아는 군인들의 가치를 높게 사고 있었다. 섬의 특성상 완전히 독립적일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여러 작전을 통일시켜야 한다는 지침을 세웠다. 정보, 기동성, 탄력성, 안전한 기지 확보, 주민들의 마음을 얻을 것을 우선 지시했다. 육군, 공군, 해군과 경찰, 행정당국의 지휘체계를 통일했다. 그는 22 SAS 연대 70명을 국경 정찰대원들과 파견하여 주민들에게 의료 문제 등의 도움을 주며 함께 생활할 것을 명령했다. 동시에 80대의 헬리콥터를 자유자재로 이동하면서 여러 전투현장에 중화기 배치를 신속하게 지원했다. 사라왁은 대부분 맹그로브 정글이었다. 워커는 13개 대대 병력으로 1,600km의 전선을 160km의 깊이로 침투하며 적군의 급습을 때마다 분쇄했다. 영연방 부대 사상자는 사망 114, 부상 181명이었지만, 인도네시아군은 590명 사망에 222명이 다쳤고 771명이 포로가 됐다. 완벽한 승리였다.

<붉은 털 에리크의 전설(Saga)>이라는 바이킹 고서(古書)가 있다. 서기 1000년 경 아메리카 대륙 개척 이야기다. 콜럼버스보다 무려 500년이나 앞선다. 에리크와 그의 아들 토르발은 헬룰란드, 마크란드, 레이푸스디르, 스투라움피오르 등을 개척, 빈란드에 이른다. 캐나다 뉴펀들랜드 섬으로 추정된다. 노르웨이가 고향인 그들은 그린란드에서도 직선거리 1,600km, 실제 항해거리 3,200km 바닷길을 거슬러 목재가 풍부하고 야생 포도가 자라는 목초지를 찾아냈다. 그들은 풍요로운 어장인 이 지역에 정착을 시도했으나 실패하고 만다. 처음 만난 인디언 9명 중 8명을 죽였기 때문이다. 토르발은 결국 인디언의 화살에 희생된다.

한 사업을 행할 때 고려할 것은 물자, 자본, 사람이다. 그런데 대사업을 추진하려면 주체인 사람도 필요하지만 객체인 사람도 고려해야 한다. 한 공간에 어우러질 사람들은 처음에는 객체에 불과하나 결국 주체로 발전한다. 사업과 무관했던 그들은 그 사업에 영향을 받으며 결국 이해당사자가 되는 것이다. 작은 사업도 그런 속성을 갖는데 하물며 대사업이랴. 전쟁은 군대만 하는 게 아니고, 그 지역 사람들과 영향을 주고받는다. 그래서 워커 장군은 주민을 고려했고, 사전에 공략했다. 그들의 마음을 얻으려 노력했다. 이 행태는 10년도 지나지 않아 베트남에서 반복된다. 막대한 물자와 자본을 쏟아 부은 미국과의 전쟁에서 게릴라전을 수행한 북베트남이 승리한 것이다. 후일 군사학에서 이 전술을, 위계적 방식에 반하는 네트워크 전쟁술이라 칭한다.

우리 지역에도 여러 대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주체는 많은 계획을 세우겠지만, 지금은 객체이나 결국 주체가 될 지역민의 호응을 얻기 위한 선제적 계획도 필요하다. 이것이 대사업을 성공으로 이끌 전략이 될 것이다. 그 사업은 결국 자신과 지역을 이롭게 하리라는 신뢰를 얻어내는 것. 이러한 신뢰를 가진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 네트워크 전술이다.

 

저자 소개

 강호남

 서귀포시 출생,  남주고등학교 졸업

 연세대학교 도시공학 박사

 건축시공기술사,  (주)델로시티 상무

 국민대 출강                            

  서울시 중구 건축위원회 심의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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