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천민의 서귀포 오름 이야기(93)

활오름 전경(사진=한천민 소장
활오름 전경(사진=한천민 소장

밤새 비가 온 후 아침에 날이 활짝 개었다. 하늘에 구름이 듬성듬성 떠 있고 한라산 쪽엔 약간 구름으로 덮인 부분이 있지만, 바다로 눈을 돌리면 수평선 멀리 뭉게구름이 몽실몽실 떠있을 뿐 하늘엔 파란 색을 그대로 드러낸 매우 쾌청한 날씨였다. 기온도 그리 낮지 않아 겨울 날씨치고는 포근한 편이었다. 겨울이 끝나갈 무렵이어서 남쪽에서부터 따뜻한 기운이 올라오는 것 같았다.

이런 날에 오름을 오르면 기분이 상쾌하고 좋을 것 같아서 오후 시간에 집에서 멀지 않는 활오름으로 향했다.

강창학 운동장 북쪽편에서 월산동 제주특별자치도 농업기술원 앞을 지나 중산간서로와 용흥로 66번길이 만나는 사거리에서 북쪽으로 꺾어 올라가니 곧바로 길 서쪽편으로 활오름이 보였다. 활오름 동쪽 도로는 예전에는 폭이 좁은 도로였는데, 이번에 활오름을 찾아가보니 사거리에서 토스카나 호텔 방향으로 확장하고 있는 공사를 하고 있어서 토스타나 호텔 앞까지 길이 제법 넓고 평평해지고 있었다.

토스카나 호텔 주변으로도 전에는 과수원둘만 있던 곳에 여러 큰 건물들이 들어서고 있었고, 활오름 입구에도 돌담을 쌓고 조경을 하기 위해 갖다 놓은 돌들이 무더기로 쌓여 있었다.

예전에 이 오름을 탐방하기 위해 찾아왔을 때에는 입구에 전화번호가 쓰여있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어서 사유지인 관계로 오름을 탐방하는 경우 연락하여 허락을 받도록 하라고 안내되어 있었는데, 이번에 다시 탐방하기 위해 갔을 때는 연락처가 쓰여있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지 않았다. 그래서 어떻게 할까 하다가 문이 열려져 있고 주변이 공사중이어서 그냥 오름으로 올라갔다.(이 지면을 통하여 연락처를 알지 못하여 허락받지 않고 탐방하게 된 점을 오름 소유주께서는 양해 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이렇게 탐방을 하게 된 활오름은 서귀포시 강정동 중산간에 위치한 오름으로, 신서귀포 북쪽에서 서쪽으로 이어지는 중산간서로 변의 제주특별자치도 농업기술원 서쪽편에 위치하고 있으며, 도로를 사이에 두고 북동쪽편에 토스카나 호텔과 서로 마주 보고 있다.

오름의 모양새가 활을 닮았다고 하여 활오름이라 하며, 한자 표기로는 궁산(弓山)’, 또는 궁악(弓岳)’이라고 한다. 이 오름에 직접 가서 지형을 살펴본 바로는 아마도 북쪽편으로 야트막하게 터진 말굽형 굼부리 쪽에서 바라볼 때에 남쪽편의 정상부를 중심으로 좌우 능선이 남쪽 하늘을 향하여 당기고 있는 활 모양이어서 활오름이라고 한 것으로 보였다. 또한 이 오름의 서쪽을 흐르고 있는 시내의 휘어진 모습이 시위를 당긴 활의 모습을 하고 있어서 이에 연유하여 붙여진 이름이기도 하다고 짐작해 보았다.

활오름을 찾아가는 길은, 신서귀포 북쪽 강창학종합경기장 입구에서부터 중산간서로를 따라 서쪽으로 약 1.9km를 가면 제주특별자치도 농업기술원 서쪽의 사거리에 이른다. 여기서 용흥로 66번길을 따라 북쪽으로 약 340m를 가면 활오름 입구에 이른다. 하지만 이 오름은 사유지이므로 무단출입을 할 수 없고 소유주의 출입 허가를 받아야 들어갈 수 있다.

이 오름은 원래 서귀포시에 스포츠공원(강창학공원) 부지를 기부한 故 康昌鶴(강창학, 20031월 작고) 님이 소유로 알려졌는데, 이후 서귀포시에 거주하는 분이 매입하여 관계당국으로부터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서 공원을 조성한다고 한다.(오름오름미 참조)

이 오름은 자체 높이가 37m로써 그리 높지 않는 오름으로, 북사면의 경사는 매우 완만하고 동쪽과 남쪽 사면은 약간 가파르지만, 서쪽편은 궁산천까지 매우 급한 경사를 이루고 있다. 정상부는 약간의 높이 차이는 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두 개의 야트막한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음을 볼 수 있다. 정상부 북쪽편의 말굽형 굼부리 부분은 밀감 과수원이 조성되어 있고 나머지는 거의 대부분 여러 종의 조경수를 심어 가꾸며 아름다운 정원(공원)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활오름 탐방로로 들어서니 예전에 찾았을 때에는 수목 정비가 잘 안 되어서 약간 엉성한 모습들이었던 곳들이 이제는 모든 수목들이 깨끗하게 정리가 되어 있었고, 규모있게 계획적으로 오름 전체를 멋진 정원으로 꾸며가는 모습이 보였다.

오름 안의 탐방로를 따라서 정상쪽으로 올라가다 보니 홍매화가 벌써 봄의 냄새를 맡고 볼그라니 꽃망울을 부풀리며 꽃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었고, 목련도 꽃봉오리를 부풀리고 있었다.

활오름 정상부(사진=한천민 소장)
활오름 정상부(사진=한천민 소장)

 

정상부에 올라서니 주변 경관이 시원하게 바라보였다. 한라산 꼭대기는 구름이 살짝 가린 채로 하얗게 눈 덮인 정상이 올려다보였고, 오백장군과 그 아래의 깊은 계곡도 보였으며, 맞은편의 볼래오름도 바라보였고, 한라산 남쪽으로는 시오름이 우뚝 솟아 있는 모습도 보였다. 그 아래로 다시 점점 눈을 돌리면 고군산이 가까이 바라보였고 강창학운동장이 있는 월산봉과 그 아래 신서귀포의 월드컵 경기장, 그리고 그 아래 펼쳐진 시원한 바다에는 범섬, 가파도, 마라도, 형제섬들이 내려다 보였다.

활오름 안에는 크고 작은 나무들과 바위들로 조경을 하여 멋진 작품들을 만들고 있었고, 작은 돌로 울타리를 만들어서 탐방로를 따라 쭉 이어 가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정상부 서쪽편 봉우리에는 이름 모를 사초과 풀이 무성하게 심어져 있었는데, 겨울이어서 색이 나지 않아서 그렇지 핑크뮬리로 보였다.

정상부 북쪽의 밀감 과수원 안에는 큰 쌍묘 2기가 조성 되어 있어서 묘비를 살펴보았다. 서쪽편 쌍묘에는 비석이 세워져 있었는데 워낙 오래된 묘비 같았다. 글자를 새겨놓은 부분의 일부가 파손되어 있어서 언제 세웠는지 확실하게 알 수 없어서 아쉬웠다.

다시 탐방로를 따라 다니며 살펴보니 곳곳에 커다란 녹나무들이 많이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자라고 있는 상태로 봐서 일부러 심어 놓은 것이라기보다는 이곳에서 원래 자생했거나 오래 전에 심어놓은 어린 나무가 고목이 된 것으로 보였다. 활오름 서쪽 시내 주변이 녹나무 자생지인데, 그 시내 주변 뿐만 아니라 이 오름까지도 녹나무 자생지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녹나무 외에도 토종 동백나무, 애기동백, 겹동백, 벚나무, 비자나무, 말오줌때, 하귤, 목련, 참식나무, 올리브나무, 은목서, 금목서, 용설란, 측백나무, 까마귀쪽나무, 남천, 구아바, 병얼룩식나무(청목), 각종 야자수 등 다양한 종의 꽃나무와 화초들이 가꾸어져 자라고 있었다.

활오름 탐방을 마치고 서쪽 시냇가 주변의 녹나무 자생지에 가서 살펴보았다. 녹나무 자생지는 활오름 서쪽 궁산천과 도순천 사이의 언덕인 괴사름과 그 주변 일대, 그리고 중산간도로 남쪽 도순천과 궁산천이 합쳐지는 시내 주변 일대 등 넓은 면적에 걸쳐 자생지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었다. 겨울에도 초록잎을 그대로 달고 있는 수천 그루의 녹나무들이 군락을 이루어서 자라고 있었는데, 나무마다 번호표가 붙어 있어서 잘 관리되고 있었다.

안내판의 내용에 의하면, 이 지역은 문화재 보호 지역으로 관리되고 있는 곳이었으며, 강정천과 도순천의 난대림을 이루고 있는 지역으로서, 강정교에서부터 도순동 1188번지~강정동 3742번지 선까지의 면적 438,631(133000)이며, 녹나무 100여주가 자생하고 있다고 한다.(그러나 안내와는 다르게 1000여 그루가 자라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녹나무 숲에는 도순 마을에서 만들고 있는 도순녹낭길이라는 탐방로 표시가 달린 끈이 묶여 있었다. 도순 마을회관에 가서 이에 대하여 알아보았더니, 현재 탐방로가 조성 중이라고 한다. 이 탐방로가 완성되면 녹나무 숲을 따라 걷는 시원하고 멋진 걷기 코스가 되어 많은 사람이 찾을 것 같다.

 

위치 : 서귀포시 강정동 지경

굼부리 형태 : 말굽형(북쪽)

해발높이 187m, 자체높이 37m, 둘레 978m, 면적 73,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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