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천민의 서귀포 오름 이야기(98)

지난주 오름 이야기 아흔일곱 번째로 안덕면 동광리 지경의 거린오름을 소개한 바 있다. 그런데 거린오름과 더불어 형제 오름인 북오름을 함께 소개하기 위해 탐방을 갔었으나 거린오름 탐방 도중 안개가 잔뜩 끼는 바람에 북오름까지는 미처 탐방하지 못하고 돌아오면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그래서 북오름을 마저 탐방하고 소개하기 위하여 3월의 마지막 날 북오름을 찾아갔다.

북오름은 거린오름과 더불어 안덕면 동광리에 위치한 오름으로, 동광리 마을 서쪽편에 거린오름과 붙어서 북쪽에 앉아있는 오름이다.

북오름 전경(사진=한천민 소장)
북오름 전경(사진=한천민 소장)

북오름은 오름의 모양이 북을 닮았다고 하여 붙여졌다고도 하고, 거린오름 북쪽에 있다고 하여 붙여졌다고도 한다. 그래서 한자표기로는 고악(鼓岳), 북악(北岳)이라고 표기한다. 사실상 거린오름과 북오름은 원래 하나의 오름인데, 언제부터인가 이 지역 사람들이 거린오름의 봉우리와 북오름의 봉우리 사이의 낮은 부분에서 두 부분으로 갈라서 남쪽의 낮은 봉우리 쪽을 거린오름이라 부르고, 북쪽의 높은 봉우리 쪽은 북오름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북오름 탐방로 시작점은 다음과 같이 찾아갈 수 있다

첫째, 동광육거리에서 모슬포 방향으로 동광로를 따라 약 730m를 가면 북서쪽으로 이어지는 목장 길 소로가 있으며, 소로를 따라 약 290m를 가면 북오름 동쪽 기슭의 탐방로 안내 표지가 세워져 있는 곳에 이르고, 거기서부터 북오름 정상으로 향하는 탐방로와 북오름 둘레를 한 바퀴 도는 둘레길이 시작된다.

둘째, 동광육거리에서 신화역사로를 따라 영어교육도시 방향으로 약 830m를 가면 선애목장 안쪽으로 이어지는 소로가 있고, 목장 내 도로를 따라 남쪽 방향으로 약 500m를 가면 북오름 동쪽 기슭의 탐방로 시작점에 이른다.

셋째, 동광육거리에서 신화역사로를 따라 영어교육도시 방향으로 약 910m를 가면 서광동로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이 있으며, 갈림길에서 서광동로를 따라 남쪽 방향으로 약 650m를 내려가면 북오름 남서쪽 탐방로 입구에 이른다.

북오름은 바로 남쪽편에 이웃하여 붙어있는 거린오름과는 원래 하나의 오름으로 보았을 때에는 두 봉우리 사이의 가운데에 서쪽 방향으로 터진 말굽형 굼부리를 가진 오름으로 여길 수 있다. 그러나 북오름만을 별도로 보았을 때에는 남쪽으로 벌어진 굼부리를 가진 말굽형 오름으로 분류하고 있다.

북오름에는 전 사면에 걸쳐서 해송(소나무)이 빽빽하게 우겨져 있으며, 해송의 아랫부분에는 생달나무, 식나무, 까마귀쪽나무 등과 청미래덩굴, 찔레 등 각종 덩굴 식물들이 우거져 있고, 지면 가까운 곳에는 자금우와 천남성 등 매우 작은 목본과 초본들이 자라고 있다.

3월 끝자락의 어느 날, 밤 사이 내린 비로 며칠 동안 시야를 흐리게 했던 미세먼지가 깨끗이 걷혀서 상쾌한 날이었다. 북오름을 탐방하기 위해 동광 마을을 향해 달려가는 중에 곳곳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벚꽃들이 꽃비가 되어 날리고 있었다.

동광 마을을 지나 오설록 방향으로 가다가 좌회전하여 꺾은 다음 차를 세우고 선애목장 안길로 들어서 오름 동쪽 탐방로 입구에 이르렀다. 탐방로를 따라 올라가는 길 주변으로 큰 소나무들이 우거져 있었고 소나무 아래에는 식나무, 생달나무, 까마귀쪽나무, 쥐똥나무, 상동나무들이 가득 우거져 있었다.

북오름 정상부(사진=한천민 소장)
북오름 정상부(사진=한천민 소장)

 

정상부에 올라서자 조금 넓게 터진 공간이 있었고 정상부 주변 바닥에는 제주수선화로 보이는 풀들이 가득 자라고 있었다. 그런데 꽃이 지고 나서 잎만 남아 있는 상태인데다가 길쭉한 잎이 지금까지 보던 제주수선화 잎보다 훨씬 길어서 이게 제주수선화인지 아닌지 확실히 알 수가 없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우거진 나무들 사이로 동쪽으로는 한라산 정상부가 올려다보였고, 북동쪽으로 원물오름이 바라보였으며, 남쪽편으로는 형제 오름인 거린오름이 내려다보였다. 더 멀리로 군뫼, 산방산, 절울이, 형제섬, 광챙이오름, 바굼지오름, 모슬개오름, 가시오름 등이 바라보였다.

정상부에 잠시 머물다 서쪽 편으로 내려가는 탐방로를 따라 내려갔다. 조금 내려간 곳까지는 햇빛이 잘 들어오는 곳이었는데 중턱을 지나자 숲이 가득 우거져서 그늘이 져 있었다.

형제 오름인 거린오름은 탐방로 주변에 길게 자란 풀이 없이 깨끗한 잔디로만 깔려 있었지만, 북오름은 탐방로 주변은 물론 오름 전체에 온통 키가 큰 소나무와 덤불과 그 밑으로 길게 자란 풀들이 많이 가득 깔려 자라고 있었다.

서쪽편 탐방로 중턱에 이르자 서쪽편으로 농경지 너머 신화월드의 수많은 건물들이 내려다보였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 근방의 오름들을 다니다 보면 허허벌판 곶자왈과 그 사이사이로 농경지와 목장들이 있었던 곳이었는데 이제는 작은 도시가 들어서 있는 걸 보면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과 桑田碧海(상전벽해)라는 말이 저절로 떠올랐다.

내려가는 서쪽 탐방로 주변으로도 동쪽 탐방로로 올라올 때와 같은 종류의 나무들이 우거져 있었으나, 동쪽편 탐방로 주변에서는 보이지 않던 자금우가 서쪽편 탐방로 주변에서는 군락을 이루고 있는 것이 많이 보였다. 그리고 자주괴불주머니가 자주색 꽃을 앙증맞게 피워 놓고 있었다.

남서쪽 탐방로 끝자락에 이르렀을 때에 오래도록 돌보지 아니한 묘가 하나 있었다. 봉분이 파헤쳐져 있지 않고 둥그런 모양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파묘를 하여 이장을 한 것 같지는 않았으나, 묘 주변과 묘 안에는 크게 자란 나무들과 우거진 가시덤불이 가득하여 오랫동안 전혀 돌보지 않는 묘인 것을 알 수 있었다. 버려진 그 무덤에는 비석 하나와 망주석 하나가 남아 있었다. 비석을 살펴보니 通政大夫金公之墓(통정대부김공지묘)라 쓰여 있었고, 망주석은 중간 부분이 부러진 채로 올려 놓여져 있었다.

길을 바꿔서 오름 북쪽 기슭으로 이어지는 둘레길을 따라 걸었다. 북쪽편 둘레길 탐방로는 사람이 걸어 다닌 흔적은 있었으나 오랫동안 정비를 하지 않았는지 탐방로에 가시덤불들이 우거진 부분들이 꽤 많이 있어서 이 오름 관리단체나 동광 마을에서 덤불을 제거하여 탐방객들이 편안하게 다닐 수 있도록 정비가 필요해 보였다.

북쪽편 둘레길 탐방로를 돌아 나와 동쪽 탐방로 시작점으로 되돌아온 다음, 이어서 남쪽 기슭을 따라 이어지는 탐방로를 따라 걸었다.

걸어가는 도중에 묘 하나가 보여서 묘비를 살펴보았다. 1993년에 세운 孺人丹陽禹氏之墓(유인단양우씨지묘), 묘비에는 東廣里 北거린오름(동광리 북거린오름)이라고 새겨져 있었다.

다시 조금 더 걸어가니 남쪽편의 거린오름에서 내려와 북오름 남쪽 기슭의 탐방로와 만나는 지점에서 북오름 정상으로 올라가는 탐방로가 이어지고 있었다. 탐방로를 확인하기 위해 잠시 올라가는데 탐방로 옆에 묘가 하나 있어서 묘비를 살펴보았다. 그 묘비는 1999년에 세워진 孺人李氏之墓(유인이씨지묘)로 묘비에는 傑人岳小岳(걸인악소악)이라고 새겨져 있었다.

두 기의 묘비를 살펴보건대 인근 마을 사람들은 북오름, 北岳(북악), 鼓岳(고악)이라는 이름보다 북거린오름, 걸인악소악이라고도 부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북오름 남쪽 기슭이 탐방로는 걸어가는데 걸리적거리는 덤불들이 많지 않아서 비교적 넓고 걸어 다니기 편리하고 상쾌하였다. 상산 세입 향기가 코끝으로 진하게 들어왔다.

오름 탐방을 마치고 신화역사로 쪽으로 걸어가는 농로의 길가 연보랏빛 갯무가 가득 피어 있었고, 보리밭의 보리가 초록빛 물결을 봄바람에 일렁이고 있었다.

 

위치 :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 지경

굼부리 형태 : 말굽형(남쪽)

해발높이 314.3m, 자체높이 84m, 둘레 1,444m, 면적 121,7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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