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리뷰]그날(부크크, 2022)

4월이 되면 제주에서는 “4·3영령을 추모합니다와 같은 4·3영령들을 추모하는 현수막들이 곳곳에 걸려 있는 걸 볼 수 있다. 그러다 몇일 전 4·3추모 현수막을 찢어 놓은 경악을 금치 못한 일을 직접 마주한 적 있는데, 4·3유가족 중의 한 사람이자 제주도민으로서 화가 나고 내 가슴이 찢겨 내려가는 듯 했다.

그래서 선택하게 된 그날은 제주에서 나고 자란 작가가 대한민국 현대사 최대 비극이라 불리는 제주4·3사건을 겪어냈던 희생자 유가족이자, 생존자인 어머니에게 전해 들은 그날의 파란만장한 시대를 살아오면서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아픈 상처와 울분 그리고 아픔을 그림으로 그리고 시에세이로 쓴 책이다.

4·3 사건 당시 희생되신 분들 못지 않게 유가족으로 살아남은 여성들의 삶은 너무나 참혹했다. 가족을 잃은 슬픔을 슬퍼할 겨를도 없이 국가와 주위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하고 금기시되어 비밀에 부쳐야만 했던 고통을 살아내야만 했다. 평생 동안 상처와 아픔을 침묵할 수밖에 없어 속으로 삼키며 안고 살아간 피해자들의 모습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 없어, 국가폭력 앞에 평범한 개인으로서 얼마나 무력한 존재인가를 간접적으로 나마 실감할 수 있다.

갓 결혼한 그녀는 그날 이후로 사랑하는 남편을 보지 못했다. 그 이별의 순간, 그녀의 뱃속에는 그의 사랑이 움트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녀는 그가 사라지고 알게 되었다. 커다란 총이 남편을 조준하던 그날 아침, 아무런 영문도 모른 채 서로의 눈 만을 바라보던 그 순간, 침묵 속 죄인이 된 채 한 발자국 사이로 다가가지 못한 그 순간 두려움과 공포에 휘감긴 채 저항조차 못한, 그날의 아침은 그녀의 팔십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되돌아오지 않았다.”

P11~13 중에서.

제주 4·3사건으로 어린 나이에 결혼한 지 얼마 안 되었던 저자의 어머니 배속에는 한 생명이 자라고 있었으나, 남편이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가 버려 혼자서 아이를 키울 수 없어 저자의 생부와 재가를 한 뒤 저자를 낳고 기르셨는데 생을 마감하는 갑작스럽게 그날에 끌려가버린 그 님을 만나보지 못한 채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다고 해 얼마나 애끓는 심정이었을 지 짐작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안타깝고 이런 참혹한 광경 가슴이 먹먹해졌다.

책을 읽어가며 이 책의 제목이 주는 추상적 제목인 그날안에 담겨 있는 중의적 의미를 곰곰히 생각하게 된다.

가장 첫번째 의미는 저자의 어머님이 첫번째 남편과의 이별의 순간인 잡혀간 그날, 두번째로는 제주 사람들이 한데 모여 산채로 대량학살을 당한 그날들’, 마지막 세번째로는 제주 4·3평화공원에 누워있는 학살 당했으나 이름조차 적히지 않은 백비가 세워지는 그날을 내포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도민과 제주도에서 영상과 책, 사진 등의 다양한 기록을 남겨 많은 이들이 함께 제주4·3사건을 공감하고 기억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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