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아일랜드(산지니, 2015)

“1947, 31, 77개월, 3만명

이 숫자들은 194731일을 기점으로 194843일부터 1954921일까지 레드 아일랜드(빨갱이 섬)로 몰렸던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인 비극인 제주4.3사건의 기간이이자 희생된 희생자의 수를 나타낸 것으로 이런 엄청난 사건에 대해 제주도민이 아닌 타지역 출신들은 과연 얼마나 되며, 제대로 알고 있을까?

그래서 선택한 제주 출신의 작가가 아닌 육지(타지역)출신의 작가가 바란 본 제주4.3사건에 대한 시선이 궁금해 읽어본 레드 아일랜드는 표지와 제목에서부터 긴장감과 예민함을 전해준 소설로 일제강점기 후 맞이한 해방의 기쁨도 잠시, 좌우가 대립했던 혼란한 정국속에서 국가의 주도로 자행되었던 레드 아일랜드 즉, 빨갱이 섬으로 몰아 제주4.3사건을 겪어낼 수 밖에 없었던 인물들로 구성해 다시금 194843일 제주를 바라보고자 한 책이다.

이 소설 속 마을의 이름은 곤지동이다. 어린 시절부터 친구로 자란 주인공 중 한명인 김헌일은 친일지주계급 집안에서 부유하게 자랐던 인물로 당시의 정치 상황에 비판적이지만 결국 내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명분과 모진 고문에 지쳐 내세워 체제에 순응하여 죄 없는 제주 민초들을 진압하는 경찰이 되고 천성이 어질고 사려 깊던 성격이었던 방만식은 친구이자 주인집 둘째 아들 헌일 대신 일본으로 강제 노역을 가야 했다. 그는 돈 없이, 부모덕 없이 태어난 죄로 징용을 다녀온 뒤 모순덩어리 세상에 눈을 뜨기 시작한 뒤 스스로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다고 나섰던 혁명을 꿈꾼 인물로 친구 사이였지만 이념의 대립 때문에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눌 수 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처지를 가해자와 피해자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중립적인 자세로 그려내고 있다.

그래서 새로운 세상이 올 거라고 믿고 있나? 중요한 건 지금의 세상이 잘못됐단 거우다. 게메 이렇게 행동하고 있주. 여기서 죽도록 맞으멍 속느니 희망을 가지멍 싸우는 게 더 좋은 거 아니우꽈.”

P329 중에서.

성공하면 혁명, 실패하면 폭동이라고 어떤 이의 말처럼 방만식이 꿈꾸던 혁명은 잘못된 세상을 바꾸기 위한 제주도민 전체를 위한 게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그의 혁명은 실패를 하였기에 폭동을 일으킨 빨갱이라고 낙인이 찍혀져 버려 결국엔 죄 없는 사람들을 학살해 나가는 것도 모자라 진실된 눈을 감춘 채 국가가 공산주의자들의 폭동이라는 편향된 교육을 일삼아 제주라는 섬 하나가 싸잡혀 피해자와 유족들을 빨갱이 취급을 받게 묘사한 장면들을 읽어 나갈 때마다 분노가 치밀어 올라 화를 진정시키기 힘들어 읽는 내내 마음이 돌덩어리가 들어와 앉은 것처럼 무거웠다.

마지막으로 비록 가상의 인물을 사용해 전개해 나간 소설이었지만, 왜 죽어야 하는지 이유도 모른 채 대량학살을 당해야 했던 4.3사건을 겪어야 했던 혁명을 꿈꾸던 방만식을 비롯한 이름 석자 남기지 못하고 사라져 간 실제 인물들의 숭고한 희생 덕분에 평화의 섬, 제주도가 될 수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겠다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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