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천민의 서귀포 오름 이야기(101)

당오름 전경                                                                                                 한천민 소장
당오름 전경                                                                                                 한천민 소장

조선시대 중엽까지만 해도 제주섬에는 절과 당이 무척 많이 있었다. 오죽 많았으면 절 오백 당 오백이라는 말이 지금까지도 전해질까? 이렇게 절과 당이 많았던 까닭을 유추해 보면 당시에는 절해고도였던 제주섬이 척박하여 농사가 잘 되지 않아 가난하게 살았던 데다, 왜구 등 해적들의 침략을 많이 받았고, 100여 년간 원나라의 지배를 받기도 하였으며, 중앙으로부터 제주에 파견된 관리들이 제주 백성을 수탈하는 이들이 많았던 까닭에, 이를 종교와 민간신앙에 의존하여 극복하기 위한 염원으로 인해 절과 당이 많이 생겼고, 설문대할망, 용머리 전설, 태흥리 날개 달린 애기 장수 이야기 등 설화가 발생하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조선 숙종 때 제주목사 겸 병마수군절제사로 부임한 이형상 목사에 의해 사찰 5개소와 신당 129개소를 없애버리고 1천 명에 가까운 무당들을 귀농시켰다고 한다.

지금도 역사가 오랜 절들과 신당들이 더러 남아 있으며, 당이 있었던 오름은 지금도 당오름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이번에 소개하고자 하는 오름은 안덕면 동광리 지경의 당오름으로, 동광육거리에서 한창로를 따라 한림읍 금악리로 가는 길의 2.5km 지점 쯤의 도로 동쪽에 위치하고 있다. 이 오름의 남동쪽에는 원물오름과 감낭오름이, 남서쪽으로 도로 건너편에는 도너리오름이 있으며, 북서쪽에는 정물오름이 바로 가깝게 이웃하고 있다.

당오름이라는 이름은 예전에 이 오름에 당이 있었음에 연유하여 불리게 된 이름으로, 한자 표기로는 당악(堂岳)’이라 한다.

제주의 오름 중에서 당오름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오름은 구좌읍 송당리의 당오름, 조천읍 와산리의 당오름, 한경면 용수리의 당오름, 안덕면 동광리의 당오름 등 모두 4개가 있으며, 현재 송당리의 당오름에는 당이 남아 있으나 동광리의 당오름에는 당의 흔적이 남아 있지 않다.

당오름을 찾아가는 길은 다음과 같다.

먼저, 근래에 교통의 요지가 되고 있는 안덕면 동광 마을의 육거리 로터리에서 한창로를 따라 한림읍 금악리 방향으로 약 2,1km를 가면 당오름 서문 입구에 이르며, 금당목장조합 안내판이 세워져 있는 문 옆으로 들어가서 목장 내 도로를 따라 걷다가 당오름으로 남쪽에서부터 올라갈 수 있다.

두 번째는 평화로와 산록남로가 만나는 광평교차로(감낭오름 북동쪽)에서부터 산록남로를 따라 금악리 방향으로 약 1.9KM를 가면 삼다사료 입구 삼거리에 이르며, 삼다사료 공장 입구로 들어서서 약 50m를 가면 당오름 북문이라고 쓰여 있는 철문 앞에 이르고, 철문 옆 자 통로로 들어가서 목장 내 도로를 따라 약 750m를 가면 오름 북동쪽 탐방로 입구에 이른다. 두 코스 모두 목장 사유지를 지나야하므로 약간의 제약이 따른다.

굼부리                                                                                          한천민 소장

 

당오름은 원형 굼부리를 가지고 있는 오름으로, 굼부리 북서쪽 봉우리가 가장 높은 정상부이며, 능선 바깥쪽으로 내려가며 여러 개의 낮고 작은 봉우리를 많이 거느리고 있는 오름이다.

굼부리 남쪽 능선에서부터 바깥사면이 비탈을 이루면서 내려가다가 여러 줄기가 갈라져서 낮고 작은 다섯 개의 봉우리들로 이어지고 있다. 남쪽 경사면 아래의 다섯 봉우리들은 모양새가 마치 떡을 찌는 시루를 닮았다고 하여 시루오봉’, 또는 증오봉(甑五峰)’이라 불리기도 한다. 시루오봉과 그 주변 기슭은 명당터로 알려져 있어서 수많은 묘들이 자리하고 있다.

넓은 굼부리를 능선이 둘러싸고 있으며, 굼부리 북서쪽 부분이 이 오름의 정상부가 된다. 정상부에서부터 양쪽으로, 남쪽과 북쪽까지의 능선은 완만하고, 굼부리 동쪽 부분의 능선은 정상부의 높이보다 훨씬 낮은 형태를 띠고 있다.

정상부 아래의 굼부리는 둘레가 약 800m, 깊이는 40m나 되는 원형 굼부리이며, 굼부리 안쪽 정상부 아래에는 일제 진지동굴이 남아있고, 굼부리 바닥면에는 규칙적으로 조성된 것으로 보이는 둔덕의 흔적들이 군데군데 남아 있다. 이것은 진지동굴과 더불어 일본군의 주둔지 흔적이라고 한다.

오름 주변에는 서쪽 기슭에 송악목장이 있고, 북쪽 기슭에는 삼다사료 공장이 있으며, 남쪽에는 제주양돈농협축산물유통센터와 축산 폐수를 정화하여 비료를 생산하는 한라산 바이오 공장 등 여러 목장과 시설들이 들어서 있다. 또한 서쪽 한창로 도로 건너편에는 탐나라공화국과 블랙스톤 골프장이 자리잡고 있다.

당오름 서문 입구에 차를 세우고 바라보니 약간 흐린 하늘 아래 솟아 있는 당오름이 평화롭게 보였다.

탐방로로 들어서서 목장 내 시멘트 도로를 따라 걷다가 남쪽 탐방로로 올라가기 시작하였다. 묘지 지역을 옆으로 끼고 정상부를 향하여 올라가는 탐방로에는 5미터 이하의 그리 크지 않는 소나무들이 많이 우거져 있었다.

탐방로에는 큰 나무가 없고 잔디와 띠풀들이 깔려 자라고 있어서 올라가면서 막힌 데 없이 주변 전망을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었다. 이 오름은 전체가 사유지로 목장으로 이용되고 있는 곳이어서 풀밭 곳곳에 마른 쇠똥이 여기저기 많이 널려 있었다.

탐방로 주변의 소나무 아래에는 청미래덩굴, 쥐똥나무, 꽝꽝나무들이 자라고 있었고, 풀밭에는 양지바른 곳에서 주로 자라는 솜방망이 노란 꽃과 보랏빛 구슬붕이가 앙증맞게 피어 있었다. 솜방망이라니! 과연 이 솜방망이로 누구를 때릴 수 있을까!

정상부를 향해 올라가며 능선 위를 올려다보니 구름 낀 하늘만 올려다보였고, 능선 위에 올라 보니 정상부가 바라보이고 발아래에는 넓은 굼부리가 내려다 보였다.

정상부에 올라서니 동서남북 사방팔방 전망이 시원하게 트여서 막힌 데 없이 바라보였다. 제자리에 서서 한 바퀴 돌며 사방을 바라보니 동쪽으로 한라산 정상이 구름에 가려 있었고, 그 아래로 수많은 오름들이 바라보였다제자리에서 한 바퀴 돌며 눈에 들어오는 오름들로는 누운오름, 이달오름, 이달촛대, 새별오름, 바리메, 노꼬메, 복돌아진오름, 폭낭오름, 왕이메, 고수치, 돔박이, 대비오름, 돌오름, 영아리, 녹하자악, 모라이, 믜오름, 족은오름, 여진머리, 감낭오름, 원물오룸, 군뫼, 월라봉, 북오름, 산방산, 절울이, 바굼지오름, 광챙이오름, 남소로기, 모슬봉, 가시오름, 녹남봉, 수월봉, 당오름, 문도지, 저지오름, 널개오름, 새미소, 갯거리, 느지리, 그리고 가까이에 형제처럼 아웃해 있는 도너리와 정물오름이 바라보였고, 가파도, 마라도, 형제섬과 남쪽 서쪽 바다가 넓게 펼쳐서 있었다.

굼부리 서쪽 능선 아래 있는 일제 진지동굴을 찾아갔다. 동굴 둘레에는 오래전에 박아 놓은 듯한 철제 말뚝이 녹이 잔뜩 쓴 채 세워져 있었는데오랫동안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는지 동굴 입구에는 가시덩굴이 무성하게 막아 놓고 있었다. 굼부리 모습을 확실히 살펴보기 위하여 가시덤불을 일부 제거하고 헤쳐서 굼부리 안을 살펴보았다. 20도 정도로 경사가 져 있는 굼부리 밑으로 내려가 보지 않았지만 약 5미터 정도의 깊이로 뚫려 있었고 그 다음부터는 막혀 있는 것처럼 보였다.

탐방을 마치고 내려가면서 다시 바라본 당오름의 능선은 마치 여인네가 옆으로 누워있을 때의 부드럽게 휘어 들어간 S-라인 허리의 모습을 연상케 해 주었다.

 

 

위치 :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 지경

굼부리 형태 : 원형

해발높이 473m, 자체높이 118m, 둘레 2,860m, 면적 415,293

 

 

 

 

저작권자 © 서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