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시절 은사 교사 모델
축구 통해 학생 마음 이해
“말이 필요 없는 ‘말필’샘”
학생들이 기억해줘서 좋아

김승범 교사
김승범 교사

수업을 마친 남원중학교 남학생들이 운동장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축구를 즐기고 있다. 한 학생이 골을 성공시키자 축구를 지켜보던 학생들의 함성이 운동장을 메웠다. 학생들과 함께 응원하던 교사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말필 선생’이란 별명을 가진 김승범 교사(62)는 30여년간 학생들에게 과학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환갑을 넘긴 나이에도 학생들과 축구와 배드민턴을 치는 김승범 교사는 여전히 학생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한다. 김 교사는 고교시절 제자들과 무척 잘 어울렸던 은사를 떠올렸다.

김 교사의 은사는 휴일에는 제자들을 과수원에 불러 고기를 구워주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교실에서 엄하고 학교 밖에서는 따뜻했던 스승은 김승범 교사가 닮고 싶은 ‘모델’이다.

축구는 김 교사가 학생들과 가까워 지게하고 학생들의 마음을 열게 했다. 다른 학교와 축구 친선 경기는 친구를 사귀게 하고, 경기 후 음식을 먹는 시간의 즐거움, 우승팀에게만 주어지는 낚시 등은 어린 학생들에게는 아주 매력적인 것이 있었다. 자율 스포츠 감독이었던 김 교사는 학교 폭력 가해학생이거나, 무단결석한 학생은 시합에 출전할 수 없게 했다.

이는 경기에 참여하고 싶어 하는 학생 심리를 자극해 이들이 스스로 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엄격하기도 한 김 교사는 학생들을 꾸짖을 때는 아이들이 상처를 받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기도 한다.

증거가 있는데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변명만하는 학생에게 “말이 필요 없다. 증거는 명확하다”라는 말을 자주하다보니 학생들 사이에서는 ‘말이 필요 없다’는 말을 줄여 ‘말필 선생’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김 교사의 책상 위에는 현재 교도 소에 있는 20대 제자를 위한 탄원서가 있었다. 이 제자는 조부모 밑에서 자랐는데, 맏이여서 동생을 위해 바 른 생활하라며 가르쳤던 제자였다.

김 교사는 “어린 학생에게도 진정성 있는 마음으로 다가가야 한다”라면서 “나는 교사라는 직업을 사랑한다. 학생들이 좋아 그들과 어울리고 소통한 것인데, 그들과 마음을 나누고 그들의 기억에 오래 남아서이다” 라고 말했다.

한편 제주도 교육청은 김승범 교사 에게 제42회 스승의 날을 맞이해 대통령표창을 수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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