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사립학교 설립 ② 공동설립자 부모 故 고원근·허군 부부

일본 재봉공장에서 근로자 생활
귀향 후 약초재배로 부 축척
여성학교 설립 큰 뜻 가져
공동설립자, 부모 뜻 따라 설립
총 1만3000여명 동문 배출

삼성학원 공동설립자 부모인  故 고원근 ·허군 부부
삼성학원 공동설립자 부모인  故 고원근 ·허군 부부

삼성여자고등학교는 개교 1975년 이래 1만3000여명의 동문을 배출한 반세기 역사를 자랑하는 산남 유일여성사학이다. 학교법인인 삼성학원은 고창하·경욱·창훈·창택 공동설립자가 부모인 고 고원근(당시 66세)·허군 부부(당시 66세)의 교육적 유지를 받들어 사재를 쾌척해 1975년 8월 2일에 설립됐다.

고창하·경욱·창훈·창택 삼성학원 공동설립자의 모친인 고 허군 할머니(이하 허 할머니)는 고향인 서귀포읍 서호리에서 태어나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몹시 궁핍한 생활을 하다가, 오빠를 따라 처녀의 몸으로 일본으로 건너가게 된다.

일본에서 허 할머니는 재봉공장에서 일하게 되는데, 당시 보통 여성보다 체구도 크고 손재주가 좋아 남들보다 훨씬 일을 잘했다. 성격도 어떠한 일에도 적극적이고 활동적이어서 일한 지 3개월 만에 일꾼 중에 십장(什長)이 되어 다른 일꾼보다 노임이 높았다. 이렇게 해서 수년간 어느 정도 돈을 벌게 됐다.

성실과 신용으로 신뢰를 높이 샀던 허 할머니는 공장 사장이 자식이 없다. 공장을 물려주겠다며 일본에 남을 것을 권유했다. 하지만, 허 할머니는 그 제안을 뿌리치고 서귀포로 귀향한다. 이렇게 몇 번의 일본생활은 허 할머니에게 어느 정도의 부를 축적하게 했다.

일제 강점기 서귀포 지역은 당시에도 바람이 많고, 땅은 척박한 황무지가 대부분이었다. 허 할머니는 척박한 땅을 개척해 뽕나무밭을 만들어 양잠업을 하고, 양배추 농사, 제충국 약초 재배를 해 육지를 오가며 판매해 수익을 올렸고, 귤농사를 지으며 부를 더욱 쌓았다. 이렇게 재산을 불린 허군 할머니는 3만 평의 감귤밭 등의 부동산을 소유해 1970년대 당시 3억원 상당의 자산가가 됐다.

사업가로서 부농으로서 부를 축적한 허군 할머니는 정작 자신은 학교 문턱을 넘지 못했지만, 사회를 향한 시선은 삼성학원의 설립과 삼성여고의 개교를 향하게 된다. 허 할머니는 지역사회의 어린 학생들이 가난의 질곡으로 상급학교로 진학을 접어야 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인근에 남주고·서귀포고·서귀여고 등 일반계 고등학교가 있었지만, 당장 내일의 양식을 걱정해야 했던 그 어린 학생들에게는 대학 진학을 꿈도 꾸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또한 허 할머니는 1970년대 당시에는 산업사회로 접어든 남제주군은 고등교육을 받은 산업일꾼이 필요한 시기임을 느꼈다.

 당시 허 할머니는 제주신문(1975년 6월 21일자)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어려서부터 배우지 못했으나 시 승격을 앞둔 이곳에 내 인생의 마지막 사업은 여성 교육을 위한 학교 설립이다”라고도 밝힌 바 있다.

이러한 부모의 뜻을 받들어 당시 교사, 대학생 등의 신분이었던 고창하·경욱·창훈·창택 네 형제는 자신들의 상속 재산을 포기하고 학교법인인 삼성학원을 공동 설립했다.

삼성학원 설립에 이바지하고, 네 형제를 동국대, 제주대 교수 등으로 훌륭하게 키워 낸 허 할머니는 2004년 10월 2일에 세상을 떠났다.

고권일 전 삼성여고 교장은 추도사에서 “아름다운 서귀포 칠십리 토평동 들녘에 학교법인삼성학원의 소중한 씨앗을 뿌리시고, 삼성여자고등학교라는 이름 아래 국가와 지역사회의 발전을 선도하는 여성 인재들이라는 빛나는 열매를 수확하시던 허군 할머니가 눈을 감았다”라며 “허군 님은 평생 피땀 어린 인고로 점철된 고단한 삶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불굴의 정신과 강인한 생활력으로 험난한 세상이란 바다를 헤쳐 커다란 꿈을 이룩한 여장부로서 모든 제주여성의 귀감이 되기에 충분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여고의 영원한 어머니이신 허군 님의 아름다운 이름은 삼성학원과 모든 삼성인의 가슴속에 남을 기억될 것이다”라며 추모했다.

기공식에 참석한삼성학원 공동설립자 부모인  故 고원근·허군 부부
기공식에 참석한 삼성학원 공동설립자 부모인  故 고원근·허군 부부
기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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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3월 3일 서귀여자실업고등학교 개교 당시 학생과 교사 전경
1976년 3월 3일 서귀여자실업고등학교 개교 당시 학생과 교사 전경

 

개교 당시 토평동 893번지 5300평의 대지 위 3층 건물에 1억3000여만원이 투입됐다. 3층 건물시설에는 교실 5개, 타자실, 음악실, 공예실, 재봉실 등을 갖췄고 스쿨버스도 있었다.

삼성학원은 1975년 11월18일 상업과 각 학년 2학급, 공예과 각 학년 1학급인 서귀여자실업고등학교로 출발했다. 1976년 상업과 2학급으로 증설해 15학급으로, 1977년에는 공예과를 폐과시키고 1978년에는 관광과 1학급을 신설했다. 1980년 3월1일 서귀포상업여자고등학교를 거쳐 1984년 5월 8일 일반계인 삼성여자고등학교로 전환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삼성학원의 건학이념은 삼육성화(三育聖化)으로 대학(大學)의 삼강령과 팔조목을 가르쳐서 잃어버린 인간의 본성을 회복하고 지·덕·체를 함양하며 진·선·미를 완성하게 해 전인적인 품격과 지혜를 갖춘 올바른 인재를 길러낸다는 의미이다. 삼성여자고등학교의 교목은 목련이고, 교화는 샐비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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