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천민의 서귀포 오름이야기(102)

환경오염이 심각해지고 이로 인한 기후 변화로 인하여 기후 위기가 전쟁이나 기아로 인한 위기보다 인류에게 미치는 더 큰 위기로 점점 대두되고 있는 요즘이다. 이러한 기후 위기를 그대로 방치하여 내버린다면 앞으로 지구 환경 변화가 무서운 위기로 도래할 수도 있다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끼고 있을 것이다.

이럴 때에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해결책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중의 하나가 이다. 나무는 햇빛과 이산화탄소와 물을 흡수하여 광합성을 함으로써 산소를 생산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온실가스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줄이고, 생물의 생활에 필요한 산소를 공급해준다.

지구 표면의 30%를 차지하는 산림은 매년 24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곤 한다. 이러한 이유로 숲은 우리에게 기후 변화로 인한 환경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로 다가오고 있다.

제주도의 산림 면적은 도 전체 면적의 절반이 조금 안 되는 약 47.% 정도이다. 제주도가 도시화가 점점 진행되고 골프장이 증가하면서 산림 면적은 해마다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이럴 때 산림을 보호하고 산림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또한 사람들에게 숲을 찾아 휴양할 수 있게 해 주는 곳이 있다. 산림청 산하 국립산림과학원의 난내아열대산림연구소의 한남시험림이다. 한남시험림은 남원읍 한남리와 하례리 지경에 걸쳐 있는 시험림으로, 자연림과 인공림이 잘 어우러진 다양한 동식물의 보고이다. 시험림에서는 산림의 생태환경적인 건전성을 유지하면서 산림자원을 지속가능하게 경제적으로 개발하여, 산림자원의 이용과 보존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산림이 지닌 다양한 기능을 유지 증진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사려니 오름애서 바라본 큰거린오름과 작은 거른오름
사려니 오름애서 바라본 큰거린오름과 작은 거른오름

 

오름을 소개하면서 서두를 길게 말한 것 같다. 그만큼 이번에 소개하는 오름은 숲의 중요성에 따라 산림 이용과 보존을 연구하고 유지 증진하고 있는 한남연구시험림 내에 위치한 오름이기 때문이다.

한남연구시험림 내에는 사려니오름, 넙거리오름, 큰거린오름, 족은거린오름 등 4개의 오름이 있다. 그 중 사려니오름과 넙거리오름은 시험림 예약탐방 중에 자유롭게 오를 수 있는 오름인 반면, 큰거린오름과 족은거린오름은 특별 허가를 받아야 오를 수 있는 오름이다.

큰거른오름 정상부
큰거른오름 정상부
족은거른오름 정상부
족은거른오름 정상부

 

한남시험림 예약 탐방기간은 매년 515일부터 1031일까지이다. 그러나 얼마 전 탐방기간이 아닌 기간에 서귀포신문사를 통해 난내아열대산림연구소에 협조 공문을 보내어 특별 허가를 받고 큰거린오름과 족은거린오름 탐방을 하였다.

큰거린오름과 족은거린오름은 남원읍 한남리 지경의 오름으로, 한남연구시험림 내에 위치해 있으며, 연구시험림 탐방로 가장 허용 구간 중 가장 먼 쪽인 삼나무전시림 바로 동쪽에 위치해 있는 오름들이다.

연구시험림 탐방안내소에서부터 직선거리로는 큰거린오름 정상부까지는 북동쪽으로 약 2.0km, 족은거린오름 정상부까지는 북동쪽으로 약 1.8km 거리에 있다. 그러나 직선거리가 아닌 탐방로를 통해서 가야 하므로, 실제 도보로 가는 거리는 직선 거리의 두 배 정도 쯤 된다.

두 오름은 골짜기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붙어 있는데, 북서쪽에 위치한 오름이 자체 높이가 높은 큰거린오름이며, 남동쪽에 위치한 오름이 상대적으로 자체 높이가 낮은 족은거린오름이다.

크고 작은 두 개의 봉우리가 서로 갈라져서 마주보고 있는 형태로 되어 있음으로 하여 갈라졌다는 뜻의 제주어 거리다의 관형어인 거린에 크고 작다는 의미가 붙어서 큰거린오름족은거린오름으로 불리고 있다. 한자 표기로는 갈라질 ()’를 써서 아악(丫岳)’이라 쓴다. 또한 오름의 모양새가 웅장하여 마치 거인이 서 있는 모습과 같다고 하여 거인악(巨人岳)’, ‘걸인악(傑人岳)’으로 부르기도 한다.

형제처럼 붙어있는 형태의 두 오름은 모두 말굽형 굼부리를 가지고 있는 오름인데, 큰거린오름은 굼부리가 북서쪽으로 터져있고, 족은거린오름은 굼부리가 남동쪽으로 터져있다. 어찌 보면 형제간인 두 오름이 서로 싸움을 하고 등을 대고 반대 방향으로 돌아서서 팔짱을 끼고 있는 듯 보이기도 하다.

두 오름의 동쪽에는 제주도에는 제법 큰 시내인 서중천이 흐르고 있고, ,,북 일대는 한남연구시험림이다. 또한 남쪽편에 서성로변에서부터 족은거린오름 남쪽 기슭 가까이까지 서중천 변을 끼고 머체왓숲길이 조성되어 많은 사람이 찾는 숲길이 만들어져 있다.

큰거린오름은 2개의 봉우리를 가지고 있는 오름으로, 남북의 두 봉우리 사이를 야트막한 능성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능선이 팔을 벌여 감싼 듯한 굼부리가 북서쪽으로 벌어져 있다. 족은거린오름은 하나의 봉우리를 가지고 있으며, 남동쪽으로 내려간 굼부리가 서중천에 이어져 있다.

이번에 함께 가게 된 탐방팀은 한남시험림 탐방안내소에서 탐방 허가 공문을 제시하여 확인을 받고 삼나무 전시림 쪽으로 왔다. 그리고 삼나무 전시림 데크길을 걸어서 끝 지점에 이르러 다시 동쪽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걸어가니 관리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임도가 있었다. 임도 동쪽에 붙어서 곧바로 큰거린오름 기슭이 이어지고 있었다.

정상부를 향하여 올라가는 곳에는 아름드리 나무들이 우거져 있었다. 동백나무, 참식나무, 생달나무, 사스레피나무 등 여러 종류의 나무들이 울창하게 숲을 이루어서 정상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워낙 숲이 울창하게 우거져서 나뭇가지와 잎사귀 사이로 햇빛이 간간이 비쳐 들어오는데 오히려 그 모습이 더욱더 보기 좋았다.

찔레와 청미래덩굴 등 길을 가로막는 가시덩굴들이 전혀 없어서 올라가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마치 열대 정글에 온 것처럼 뿌리를 지면 위로 내밀어 자라고 있는 나무들이 많이 있었는데, 그런 나무들과 화산탄 등의 바위들을 감상하며 오르다보니 어느새 정상부 능선으로 올라설 수 있었다.

정상부에는 누군가가 세워놓은 돌탑이 있었는데 커다란 화산탄이 큰 바위 위에 올려져 있었고 근처의 나뭇가지에는 끈들이 몇 개 묶여 있었다.

정상부에서는 워낙 숲이 우거져서 주변이 경관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멀리서 들리는 차 소리가 아련히 살짝 들려오고 있었다.

정상부에서 능선을 따라 걸어가는 길에 큰 화산탄 한 덩이가 놓여 있었고 그 화산탄 가운데 틈새에서 자라난 두 그루의 나무가 바위 틈에서부터 굵은 둥치를 높이 뻗어 자라고 있었다. 그 외에도 큰 화산탄들이 여기저기 많이 널려 있었고 수백년은 되었음직한 아름드리 나무들이 바위를 감싸며 자라고 있어서 마치 자연 석부작을 보는 듯하였다.

큰거린오름 능선에서 남동쪽 방향의 경사면으로 내려가서 족은거린오름으로 향했다. 큰거린오름과 족은거린오름 사이에는 골짜기가 형성되어 있었으며, 그곳에는 삼나무가 무성하게 우거져 있는 지대가 있었고, 그 아래 그늘진 곳에는 박주가리과의 나도은조롱이 넓은 군락을 형성하여 줄기를 뻗기도 하고, 삼나무를 감아오르면서 자라고 있었다.

삼나무 지대와 나도은조롱 군락을 지나 족은거린오름으로 올라갔다. 정상부 가까이에 이르자 이곳에는 제주조릿대가 군락을 지어서 또 많이 자라고 있었다.

정상부에 오르자 역시 큰거린오름에서와 마찬가지로 나무가 울창하게 우거져서 주변 풍광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가까운 나뭇가지 위에서 휘파람새가 ~호로록노래를 부르고 있었고, 숲이 뿜어주는 시원한 공기가 가슴 속으로 들어와 기분을 상쾌하게 하였다. 이곳에도 커다란 화산탄들이 많이 널려 있었는데, 어떤 바위는 생선 머리 모양을 하고 있는 바위도 보여서 자연의 신비를 보여주고 있었다.

족은거린오름을 남쪽으로 내려와서 다시 서쪽으로 숲속을 걸어 나오니 임도가 나타났다. 임도를 따라 삼나무전시림 쪽으로 걸어가는데 금새우란이 환한 금빛 웃음으로 우리를 나를 반겨주고 있었다.

 

 

<큰거린오름>

위치 :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 지경

굼부리 형태 : 말굽형(북서쪽)

해발높이 532.7m, 자체높이 153m, 둘레 2,516m, 면적 369,143

 

<족은거린오름>

위치 :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 지경

굼부리 형태 : 말굽형(남동쪽)

해발높이 493.2m, 자체높이 123m, 둘레 2,253m, 면적 315,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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