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리뷰] 서재철의 ‘제주포구’(한그루, 2023)

책의 표지

제주출신의 서재철 포토갤러리 자연사랑미술관 관장이 쓴 사진집 <제주포구>는 제주 사람들의 피, , 눈물 그리고 삶의 터전이 되어 주었던 제주포구의 모습들을 흑백사진에 담아낸 책이다.

사진집 <제주포구>는 제주도 중심인 관덕정을 기준으로 하여 왼쪽으로 돌아가면서 배열한 점이 특징이다. 제주시 용담1(에 있던) 포구 용수개맛을 시작으로 중간 챕터에는 가파 포구를 비롯한 서귀포의 포구와 마지막 챕터에는 화북의 별도포까지 시계 반대 방향으로 바다와 동고동락을 하는 제주 전역의 72곳 포구를 오로지 흑백사진으로만 담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서두에 제주포구 위치가 실려 있어 포구 현황을 알기 쉽게 달아 두었고, 말미에는 강영본이 쓴 글인 제주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제주 포구의 모습과 역사를 담은 기억속의 제주가 실려 있다.

바다의 길목에서 섬을 지키다라는 부제처럼 제주포구는 서귀포와 제주시의 포구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예부터 우리의 삶과 함께 동고동락을 한 사이였지만, 해안도로 개발 바람의 열풍에 밀려 그리고 생업을 일구었던 터전인 포구를 변화의 물결에 맞게 바꿔버린 여파로 지금은 찾아볼 수 없게 되어버린 곳들이 많다.

하지만 아직도 서귀포에 있는 법환 포구와 대포 포구를 비롯한 특별함을 간직한 포구가 남아 있다.

지금은 사라져버린 옛 포구의 풍경을 담아낸 사진을 보고 흑백사진으로 실린 이 사진집 속에서 만나볼 수 있어 반갑기도 하고 울컥하는 슬픈 마음이 들기도 한다.

 

중문포구-성천포는 천제연 하류 베릿내오름 끝자락에 자리하고 있는 포구다. 이 포구는 베릿내라는 하천 하류에 터 잡고 있는데 제주 선민들은 내가 넘치게 되면 포구의 배들이 휩쓸리기 때문에 될 수 있는 대로 하천의 하류는 피했다. 포구 일대 용천수로는 테우리물과 베릿내물이 있는데 이 중 베릿내물은 용천수량이 많아 큰물로 통하기도 한다. 옛 주민들이 살던 마을은 지금은 호텔로 변했고 구석진 곳에 개당만 쓸쓸하게 남아 있다.”

-P100중에서

서귀포를 대표하는 관광단지인 중문 관광단지가 되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한숨과 눈물이 베여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이는 많지 않다. 나 역시 그랬다. 중문으로 이주를 해오기 전까지 서귀포의 유일무이한 관광단지라고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 사진집 표지에 실려 있기도 한 자손 대대로 내려와 살아가고 있던 초가로 지붕을 얻어 초가집을 지으며 살았던 서귀포의 한 어촌마을 중 하나였던 베릿내마을의 소박하지만 평화로워 보였던 지금은 중문포구(성천포)의 모습을 보니 관광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강제로 집과 땅이 수용되면서 삶의 터전인 마을을 떠날 수 밖에 없었던 베릿내 마을과 그 주민들이 있었다고 말해주는 표지석이 덩그러니 놓여 있는 중문 해신당(개당)만이 남아 성천포의 모습을 지켜내고 있어 해양레포츠를 즐기는 데 사용되는 요트와 제트 보트만이 정박하는 곳으로 변해버린 현재의 중문포구와 대비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기억과 기록속으로만 중문포구의 옛 모습을 봐야 하는 현실에 쓸쓸하고 먹먹한 마음이 든다.

사진집에 실려 있는 제주포구의 사진을 화질이 좋은 컬러사진으로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흑백사진으로만 실려 있어 아쉬운 마음이 조금 들지만, 아직도 흑백의 사진으로 찍힌 사라져버린 많은 제주포구를 만난 여운이 가시지 않고 가득 차 있어 더 이상 제주의 포구들이 훼손되지 않고 바다의 길목에서 섬나라 제주를 지키며 곁에 남아 있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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