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도 도망갈 수 없는 곳, 제주섬에 울린 승전보
핍박과 억압의 역사 속 이름 없는 전사, 치마돌격대

제주인의 승전 역사를 다룬 을묘왜변 소재 창작극 ‘치마돌격대’를 시작으로 '제41회 대한민국연극제 제주'가 순항중이다.

15일 오후 제주문예회관에서 개막작 '치마돌격대'가 21일 개막축하 서귀포 공연으로 앙코르 무대에 올랐다. 연극에서는 왜구 1000여 명을 제주 민관군 70여 명이 무찌른 유일한 제주의 승전역사 을묘왜변 서사를 담았다.

시작부터 객석에서 왜구 복장을 한 배우들이 등장해 관객들의 함성 속에 극의 긴장감을 끌어냈다. 극 초반 미디어아트와 음향, 푸른 반투명 빛 천으로 구현한 물결 향연이 무대를 채우며 ‘바다’가 연출되는가 하면, 극중 임금에 바칠 전복과 말 진상에 따른 고단함과 “조선이 제주에 신경을 덜 쓴다”는 왜구의 정보 보고, “정신 박힌 목사가 없었다”는 이방의 말 등 당대 제주인의 삶을 가늠케 하는 제주어 대사가 이어져 관객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무용이 가미된 퍼포먼스 중심의 무대가 역동적으로 구현돼 볼거리나 몰입도를 증가시켰다.

곱단과 어머니 해녀 2인무는 왜구에 맞서 제주 민관군이 결성된 뒤 폭풍전야로 물속에서 이어진 서사로 극의 긴장감을 잠시 낮추고 감동을 끌어냈다. 곱단의 모친은 마음이 괴로울 때 물질해온 제주 해녀의 서사를 풀어내 감초 역할을 했다.

이어 군사들 검술장면과 말을 타고 달리는 치마돌격, 성을 기어오르며 벌이는 칼싸움 등 의 장면이 대도구 활용과 영상 맵핑, 파사드, 몸짓으로 드러났다. 절정으로 치닫는 장면에서 객석에선 환호성이 들였다.

김몽근이 왜구 적장에 화살을 쏘고, 곱단의 손끝에서 화살이 적장을 향하는 순간, 슬로우 모션을 위해 배우가 직접 적장의 눈에 꽂음으로써 웃음과 환호, 고난의 역사가 승전의 역사로 진일보했고 막을 내렸다. 커튼콜에서 관객들은 배우들을 향해 박수갈채를 보내며 환호했다. 

특히 극의 구심점이 된 이방 역할을 한 배우 연극제 명예대회장인 최종원 배우가 팔순의 이방으로 분해 열연해 눈길을 끌었다.

연극을 본 후 서귀포시 서홍동과 서호동에 산다고 소개한 주민들은 "치마 돌격대라는 게 실제로 있었던 역사라는 걸 새롭게 알았다"며 "오늘 연극이란 것을 처음 접했는데, 감동적이고 재밌었다"며 소감을 전했다.

한편 서귀포에서는 21일만 연극제 무대가 올라갔지만, 7월 2일까지 매일 오후 3시와 7시30분 비인 공연장과 제주아트센터, 제주문예회관 대극장 일원에서 전국 15개 시도 대표 극단 경연이 이뤄진다. 그 밖에 제주시 곳곳에서 주요행사와 부대행사가 펼쳐지고, 자세한 사항은 대한민국 연극제 제주 홈페이지를 통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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