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천민의 서귀포 오름 이야기(103)

사람들의 생활이 풍요로워짐에 따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걷기를 즐겨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걷기 활동은 건강 관리를 위해서 하기도 하지만, 산과 들이나 가보지 않았던 곳을 찾아 걸으면서 그 속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고 정신적 건강, 즉 힐링(Healing)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20079월에 제주올레길의 개장과 함께 사람들의 걷기 열풍은 더욱 가열되어 많은 사람들이 제주올레길을 걷게 되었고, 제주 외의 다른 지역에서도 걷기 코스를 만들기에 이르렀다. 또한 한라산 둘레길이 2018년에 개설됨으로 인하여 숲이 우거진 한라산 둘레길을 따라 걷는 이들이 늘어나게 되었으며, 서귀포 치유의 숲, 추억의 숲길, 머체왓 숲길, 삼다수 숲길, 교래자연휴양림 숲길, 마흔이 숲길 등 마을 또는 읍면동 단위에서 개설한 숲길들이 많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머체오름 정상부
머체오름 정상부
메체왓주변 임도 주변의 정상
메체왓주변 임도 주변의 정상

 

그중 사람들이 많이 찾는 숲길 중의 하나가 머체왓 숲길이다. 머체왓 숲길은 머체오름 동쪽 일대의 숲길을 걷는 코스로, 머체오름에서 이름을 따 온 것이다. ‘머체는 오름의 내부 용암, 즉 마그마가 지하에서 굳어진 돌무더기 형태를 말하며, ‘은 제주어의 밭을 의미하는 말이다.

머체오름은 남원읍 한남리 지경의 오름으로, 머체왓 숲길 방문객 지원센터를 기준으로 하면, 직선거리로 북서쪽 1.7km 지점에 위치하고 있고, 숲길을 따라 걷는 중 삼나무 지대의 서쪽에 위치하고 있다. 그러나 숲이 울창하게 우거져 있어서 숲길을 걷는 중에는 머체오름의 모습을 전혀 볼 수 없다.

머체오름의 이름은 머체가 있는 오름이라는 뜻으로,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머체는 오름의 내부 용암, 즉 마그마가 지하에서 굳어진 돌무더기 형태를 말하기도 하지만, 돌이 많거나 무더기를 이룬 곳을 뜻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오름의 모양새가 말의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하여 마체오름이라 하기도 하고, 이를 한자로는 마체악(馬體岳)’이라 하고 있다.

이 오름의 북쪽에는 큰거린오름과 족은거린오름이 있고, 남서쪽에는 넙거리오름이 있으며, 서쪽에는 사려니오름이 이웃하고 있다. 동쪽에는 서중천 시내가 깊은 계곡을 이루면서 남쪽으로 흘러내리고 있다.

머체오름 일대는 삼나무와 편백나무가 울창하게 우거져 있으며, 편백나무 군락은 동쪽 들판으로 이어져서 머체왓 숲길을 걷는 중에 이 일대의 편백나무 숲길을 걸으며 상쾌함을 맛볼 수 있다.

머체오름을 찾아가려면 한남시험림 숲길을 걷다가 넙거리오름 입구를 지난 곳에 있는 삼거리에서 동쪽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가는 방법이 있으나, 이곳은 시험림 내에서 출입이 금지된 구역이어서 시험림 연구소의 출입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제약이 있다.

다른 길은 서성북길의 오름목장 근처에서 임도를 따라 올라가는 길이 있다, 그러나 이 길 또한 탐방 허가를 받아야 한다.

머체오름은 주변의 오름들에 비해 자체 높이가 비교적 낮은 오름으로, 전체적인 모양새는 둥그스름한 형태를 하고 있는 원추형 오름이다. 경사면은 남사면이 약간 경사가 있으나 동사면, 서사면, 북사면은 경사가 매우 완만하다. 이 오름의 남쪽에 있는 오름목장 쪽에서부터 시작된 임도가 넙거리오름 동쪽 기슭을 따라 올라오다가 이 오름 남쪽에서 갈라져서 동쪽으로 갈라진 임도는 이 오름 동쪽 기슭을 따라 족은거린오름과 큰거린오름 서쪽으로 이어지며, 서쪽으로 갈라진 임도는 이 오름 남서쪽 기슭을 따라 올라가다가 서쪽으로 꺾여서 한남시험림 내의 임도와 합쳐지게 된다.

오름 정상부와 그 주변에는 큰 바위들이 널려 있어서 이 오름 이름의 유래가 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어떤 이들은 오름의 모양새가 말의 모습을 닮았다 하여 마체형(馬體形)의 형상을 띤다고 하는 이들이 있지만, 울창하게 우거진 숲으로 인하여 오름의 형태가 말의 모양을 하고 있는지 확인하기는 어렵다.

머체오름을 탐방하기로 한 날, 초여름 날씨가 쾌청하고 숲속에서는 시원한 공기가 흘러서 기분을 상쾌하게 해 주고 있었다.

한남 시험림 탐방 안내소를 지나 탐방로를 따라 걷다가 넙거리오름으로 올라가는 지점을 지난 곳에서 동쪽으로 이어지는 임도를 따라 걸어갔다. 물론 이 길의 출입은 머체오름을 탐방하기 위해 사전 출입 허가를 받은 곳이었다.

동쪽으로 이어지는 길을 가다가 남쪽으로 길이 휘어지는 곳에서 숲이 우거진 머체오름 일부 모습이 조금 보였다. 그러나 사람들이 오지 않는 오름인 까닭에 탐방로 입구가 정해진 곳이 없어서 어디서부터 오름으로 진입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러다가 오름 남서쪽의 어느 나무에 누군가가 비닐 끈을 묶어놓은 것을 발견하고 그 끈을 따라 들어가서 올라가기 시작하였다. 만들어진 탐방로가 아니었고 숲이 빽빽이 우거져 있었지만, 정상부까지 붉은 끈이 듬성듬성 묶여 있는 곳을 따라 올라가다 보니 어느새 정상부에 올라설 수 있었다.

정상부 남쪽과 서쪽을 둘러싸고 있는 큰 바위 위로 올라서니, 정상부는 편평한 지형이었고, 크고 작은 바위들이 널려 있었으며, 큰 나무들이 울창하게 우거져 있었다.

정상부에서는 울창하게 우거진 나무들로 인하여 주변 경관은 보이지 않았고 도로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서 지나가는 차 소리조차도 들리지 않았다.

정상부의 편평한 부분과 그 주변에는 여러 종류의 나무들이 많이 자라고 있고 크고 작은 화산탄 등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관찰해본 나무들로는 참식나무, 삼나무, 동백나무, 사스레피나무, 산딸나무, 산뽕나무, 소나무, 비목나무, 초피나무 등의 나무들과 천남성, 고사리, 관중 등 초본들이 자라고 있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오름의 거의 전 사면에는 수령이 오래 됐음직 한 삼나무가 울창하게 우거져서 자라고 있었고, 그 주변 동쪽 기슭에도 삼나무와 편백나무 지대가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정상부에서 잠시 쉬며 주변의 나무들과 바위들을 관찰하다가 동쪽의 완만한 지점을 따라 내려가서 임도로 나왔다. 임도로 내려와서도 잔뜩 우거진 삼나무들로 인하여 오름의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없었다. 그러나 임도 주변의 오름 기슭에는 큰 바위 무더기들과 그 위에서 자라는 나무들이 엉켜서 자연 석부작의 모습을 연출하는 것들을 볼 수 있었다. 임도에서부터 동쪽으로는 편백나무 지대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 편백나무 지대의 일부 구간을 머체왓 숲길 코스가 지나고 있는 것이다.

임도 주변의 풍광을 감상하며 임도를 따라 다시 한남 시험림으로 나올 수 있었다.

4.3 사건이 발발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 오름 주변에는 화전농(火田農)을 하는 사람들이 작은 마을을 이루고 살았었으나 4.3 사건으로 마을이 없어졌다고 하며, 머체왓 숲길 일부 구간에서는 당시의 마을 흔적을 살펴볼 수 있다.

얼마 전 작고한 내 친구 고 오승철 시인은 사라진 이 마을의 슬픔을 [터무니 있다]라는 제목의 시조를 써서 발표한 바 있다.

[홀연히/일생일회/긋고 간 별똥별처럼/한라산 머체골에/그런 올레 있었네/예순 해 비바람에도 삭지 않은 터무니 있네 // 그해 겨울 하늘은/눈발이 아니었네/숨바꼭질하는 사이/비잉 빙 잠자리비행기/<4.3> 중산간 마을 삐라처럼 피는 찔레 // 이제라도 자수하면 이승으로 다시 올까/할아버지 할머니 꽁꽁 숨은 무덤 몇 채/화덕에 또 둘러앉아/봄꿩으로 우는 저녁]

문득 작고한 친구 오승철 시인이 보고파지는 날이다.

 

위치 :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 지경

굼부리 형태 : 원추형

해발높이 425.8m, 자체높이 51m, 둘레 1,321m, 면적 125,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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