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강호남 도시공학박사

강의 물안개가 뱀처럼 서서히 기어온다. 침전된 취기가 하수구로부터, 갈라진 틈으로부터, 하구 웅덩이로부터, 쓰레기 더미로부터, 도처에서 피어오른다. 남쪽으로, 바다와 접해 있는 강 하류 저편에서 한 점 불빛이 뛰어오른다. 막일꾼은 비틀거리면서 군중을 헤치고 불안정한 걸음걸이로 전차 대기선 쪽으로 나아간다. 건너편 철교 아래서어 불룸이, 상기된 얼굴로 숨을 헐떡이며 나타난다. 옆 주머니에 빵과 초콜릿을 쑤셔 넣으면서, 길렌 이발관 창문 너머로 합성초상화가 그에게 늠름한 넬슨 제독의 형상을 보여준다.” 제임스 조이스가 묘사한 더블린 탤벗거리 64번지다. ‘의식의 흐름으로 가장 난해한 문학을 창조한 작가 덕에 더블린은 세계적 명소가 되었다.

샌프란시스코는 캘리포니아 주 북쪽에 위치한 인구 87만의 도시다. 면적은 서울의 1/5에 불과하다. 산호세에 있는 구글 본사와 샌프란시스코 공항은 37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IT기업 근무자들의 주거지로서 인기가 좋다. 샌프란스시코와 산호세, 오클랜드를 연결하면 샌프란시스코만을 호수처럼 둘러싼 도시권이 형성된다. 이 광역 샌프란시스코의 인구는 971만 명. 경제권으로 뉴욕과 맞먹으려 하는 이 곳에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몰려들게 된 데에는 작가 잭 케루악의 공이 크다. "나는 길에 익숙해진 순진한 눈으로 수백, 수천만의 사람들이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끝없이 으르렁대는 뉴욕의 절대적 광기와 환상적 혼잡함을, 그 미친 꿈을 보았다.(길 위에서 , 1957)" 세계적인 주거비로 명성이 높은 이 곳이 히피와 보헤미안주의의 성지였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전국 중소도시가 균형발전을 꾀하려 애를 쓰고 있다. 하지만 서울과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인구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20, 30대 청년들에게 왜 서울로 가려 하느냐 조사를 했다. 대답은, 생활 인프라, 교통 인프라, 문화 생활, 일자리와 교육, 집값과 연예인들과의 접근성이라 답했다(뉴스메카, 2020). 다른 기록을 봐도 비슷한 대답을 듣게 된다. 하지만 반대의 목소리도 있다. 적은 비용으로 보다 나은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다는 이유다. 이것은 연령대의 다름에서 빚어지는 차이도 있어 보인다. 최근 목포 여행을 다녀왔다. 아내가 목포 출신 친구에게 물었다. “여기 핫플(Hot Place)은 어디예요?” 누구나 화려한 거리를 누리고 싶다. 살고 싶은 지역을 고를 때, 다만 좋은 일자리와 소득 수준으로만 따질 문제는 아닌 거 같다. 도시가 성장하고 싶다면 사람들을 끄는 매력이 필요해 보인다. 어떻게 매력을 가질 수 있을까?

문화력(文化力)을 생각한다. 문화가 가지는 힘이다. 높은 문화는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그림이나 음악, 멋진 글들은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힘이 있다. 실제로 보면 실망스럽다는 인어공주 동상은 코펜하겐으로 세계인들을 끌어들인다. 그 주역은 안델센이다. 미국에서 태어나 토론토, 시카고, 파리를 전전했던 헤밍웨이가 유명하게 만든 도시가 쿠바의 아바나라는 것은 흥미롭다. 이탈리아에는 그랜드 투어의 목적지로 유명한 피렌체가 있다. 피렌체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우피치 미술관이다. 이 곳에는 메디치 가문에서 기증한 렘브란트, 라파엘로, 미켈란젤로의 작품이 있다.

문화가 살아있는 도시는 지속적인 생존력을 가지게 된다. 많은 정책과 예산으로 도시를 살리려 하지만 긴 효과를 가져 오기란 쉽지 않다. 오히려 기본으로 돌아가 문화의 힘을 기를 것을 권한다. 예술가 정신을 장려하고 작품을 만드는 인재를 육성하자. 비단 주민이 아니어도 좋다. 우리 도시가 예술가를 사랑하고 그들을 환영한다는 것이 알려지는 것으로 족하다. 작가가, 미술가가, 음악가가 모여드는 예술의 도시가 되는 것. 그들의 정신이 깃든 공간을 품는 것. 예술가가 묘사한 풍경, 예술가가 거닐었던 거리는 그 어떤 화려한 장소보다 더 기품 있는 핫플이 될 것이다. 문화력을 기르는 것. 도시 균형발전의 열쇠다

저자 소개

       강호남

       서귀포시 출생,  남주고등학교 졸업

       연세대학교 도시공학 박사

       건축시공기술사,  (주)델로시티 상무

       국민대 출강                            

       서울시 중구 건축위원회 심의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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