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필봉(24) 서정문 수필가

서정문 수필가
서정문 수필가

두 군데 고양이를 돌보고 있다. 집과 농막이다. 집에서 약간 거리가 있는 농막에는 거기서 태어난 고양이 한 마리가 아예 살고 있다. 다른 고양이들은 어디를 다니는지 가끔 찾아오는데 어린 고양이는 많이 자랐는데도 여전히 농막을 지키고 있다. 집에서 자전거를 타고 농막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어린 고양이가 나와서 맞이한다. 노랗고 배 부분이 온통 하얀 수놈 고양이인데 태어나서부터 보아왔으니 귀엽기 그지없다.

밭에서 일을 할 때면 밭고랑에까지 졸졸 따라와 곁에서 뒹굴며 재롱을 부린다. 개처럼 잘 따른다. 태어나서 한참 동안은 경계심이 많더니 이제는 경계심이 거의 없다. 먹이를 주러 갈 때면, 발길에 차일 만큼 가까이 따라다닌다.

집에 찾아오는 고양이는 아침이 되면 문 앞에서 소리를 지른다. 배가 고프다는 소리다. 고양이 울음소리도 상황에 따라 다르다. 외출에서 돌아오면 집 앞 탁자에 앉아 기다리다가 소리를 낸다. 반갑다는 인사다.

그렇게 먹이를 내놓으라고 아침마다 소리를 치더니, 결국 노란 새끼 고양이 네 마리를 이끌고 나타났다. 보통 한 두 마리를 끌고 왔는데, 이번에는 네 마리나 데리고 나타났다. 저렇게 많은 새끼들을 먹이려니 배가 고플 수밖에 없었겠지. 새끼를 낳고 나서는 힘이 없는지 어슬렁거리며 걷는다. 네 마리에게 젖을 먹이니 온몸이 홀쭉해졌다. 크던 덩치가 꼭 새끼처럼 작아졌다. 먹이를 많이 먹고 가야 어린 네 마리에게 젖을 배불리 먹일 수 있었겠지. 그래서인가 최근에는 오후에도 먹이를 먹으러 오곤 했다.

어린 새끼들이 마당 귀 참나리 아래 숨어서 이쪽을 바라보다가 눈이 마주치면 얼른 숨는다. 그렇게 한참을 기다리다가 다시 고개를 쏙 내민다. 작고 앙증맞은 다리를 움직이면서 이리저리 걷고 있는 모습이 참 귀엽다. 어린 새끼들이 서로 장난도 하면서 어울리다가 한 마리가 따로 남겨진다. 어린 새끼가 소리를 지르자 어디서 들었는지 어미 고양이가 화답을 한다.

그렇지. 봄이 깊어갈 무렵, 어미 고양이의 배가 나날이 불러갔다. 먹는 것도 더 많이 요구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 어미 고양이의 배가 홀쭉해졌다. 아마 어디에서 새끼를 낳은 게 분명했다. 어미의 먹이 요구도 더 자주 있었다. 그렇게 지나다가 어느 날 아침, 새끼 네 마리가 어미와 함께 찾아왔다. 어미가 새끼들에게 먹이 주는 장소를 알려주는가 싶었다.

어린 새끼들은 경계심이 많아 눈만 마주쳐도 숨기에 바쁘다. 어두운 거실에 앉아 밖을 내다보며 새끼들이 노는 것을 보면, 어린 손주들의 사진을 카톡에 올리고 자랑을 하는 친구들이 이해가 간다. 가만히 어린 고양이들의 눈을 보고 있노라면 어린아이들 눈을 보는 것 같다. 아직은 겁이 많아 조금만 높거나 낮은 곳으로 가도 두려운 기색이 역력하다. 어미 고양이는 저만치 앉아서 새끼들이 노는 것을 바라본다.

어머니는 키가 작았다. 물론 옛날 어른들은 지금보다 전반적으로 키가 크지 않았겠지만. 요사이는 여자 아이들도 대체로 키가 크다. 영양 상태가 좋아서 그렇겠지만, 보통 남자들보다 키가 큰 젊은 여자들이 많이 보인다.

나이가 들면 키도 작아진다고 한다. 목과 허리가 굽어지면 젊었을 때 보다 상당히 적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어미 고양이가 새끼 고양이 여러 마리를 키우느라 몸집이 아주 작아진 것처럼 어머니도 자식들 키우느라 절로 줄어든 게 아니었나 싶다. 오후가 되면 마을 노인정으로 모이는 동네 할머니들도 젊었을 때 보다 적어진 게 분명히 보인다.

외출을 했다가 돌아왔더니 어미 고양이가 문 앞에 혼자 쪼그리고 앉아 있다. 힘이 없는지 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한다. 늘 일어나 꼬리를 세우며 울었는데 그날은 얼마나 힘이 없는지 울지도 못하고 기력이 다한 모습이 역력하다. 불쌍한 마음이 들어 얼른 먹이를 갖다 주었다.

이를 조금만 먹고는 다시 어디론가 사라졌다. 한참을 지나자 새끼 네 마리를 데리고 온다. 어미는 옆에서 물끄러미 새끼들이 먹는 것을 바라보고 있다. 어머니가 자식들이 먹는 것을 보는 눈과 참 많이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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