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금의 마음시 감상(108)

최원칠

숲에 들어섭니다
숲 냄새 가득합니다
순식간 온몸에 스밉니다
그보다 선명한 경계는 없습니다

아무도 없는 숲길을 아껴 걷습니다
이는 바람에
나뭇잎 팔랑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굴참나무가 말을 걸어 옵니다
수런수런 숲속 밀담을 모두 듣고 말았습니다
저마다 우는 새소리도 나눠 듣습니다 

숲길이 이어집니다
숲내음 아득히 배어들고
정갈한 득음으로
팽개쳐진 영혼은 성소가 됩니다
천천히 걸으며, 스스로 
한발 한발 땅과 교접하는
발자국 소리를 듣습니다
아직 끝나지 않는 그 길에서

홀로 적막한 숲이 됩니다

사진=방자연 인턴기자
사진=방자연 인턴기자

 

<마음시 감상>

                                                                                                                          시인 문상금

매일 숲으로 간다, 여기서 말하는 숲은 큰 숲이다, 울창한 숲이다, 제주 곶자왈이다, 피톤치드 가득한 곳이다. 숲에는 냄새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서늘하기도 하고 포근하기도 하다. 선명한 경계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새소리, 나뭇잎 소리, 벌레 소리, 넝쿨들의 그 수런거림 속에서 숲은 끊임없이 팽창하였다가 수축되었다가 하면서 수많은 성스러운 생명을 잉태하고 출산하는 것이다.

어쩌면 숲은 어머니의 자궁과 같다. 실핏줄이 선명한 그 자궁이 팽창하였다가 수축하였다가 하면서 어둠에서 밝은 세상으로 나를 힘껏 밀어내고 있다. 아직 가보지 않은 숲속의 가시덤불 길처럼 채 열리지 않은 산도의 길을 힘차게 미끄러지듯 걸어 나간다. 우렁찬 붉은 울음 터뜨리고 발버둥거리며 걸어 나가는 나는 한 그루의 벌거벗은 나무로 태어났다. 다시 숲은 홀로 적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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