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리뷰] ‘제주의 무덤’(몽트, 2023)

책의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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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무덤을 바로 마주하여 본 적이 있는가? 산담을 둘러싸고 있는 이름 모를 연고도 없는 제주의 무덤에 시선을 빼앗겼고 그 시선을 사진속에 담으려 했다.

김종범 사진작가가 드론으로 제주의 무덤만을 촬영한 약 4000여 장의 사진 속에서 가려 뽑아내어 조용훈 평론가의 에세이를 곁들여 포토에세이 집 제주의 무덤을 출판했다.

사진집 속에 등장하는 무덤들은 어릴적부터 봐왔기에 익숙해서 제주의 무덤을 바로 보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무덤이라는 이미지가 공포스럽고 무서워 하기에 왜, 하필 제주의 무덤이었는지 궁금했다.

육지와 멀리 떨어진 섬나라 제주는 육지의 문화와 여러모로 다른 것들이 많지만 특히나 제주의 장묘 문화는 육지의 것과 많이 다른 특징이 있다.

예부터 제주에서는 자기가 죽기전에 목장지대나 오름 등에 미리 자기가 묻힐 자리를 지관과 함께 봐 두는 풍습이 있어 자신이 죽으면 특정한 곳에 묻어 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나 제주 사람들은 오름에서 태어나 오름으로 돌아간다는 말이 생겼을 정도로 대부분의 제주의 무덤은 오름과 밭, 산 등에 자리 잡고 있다.

 

패널이 태양과 작심하고 대면한다. 집열판은 끝도 없이 도열해서 지상을 점령했다. 자세를 잡고 빛의 열기와 강도를 온몸 그대로 벌컥벌컥 흡입한다. 농경과 아슬하게 접경지를 구획한다. 팽팽한 긴장이 역력하다. 문명이 농경을 침범해서 의기양양 위세를 뽐내면 어떡할 것인가. 아직은 아슬한 균형을 유지한다. 그 사이 무덤은 집열판 사이에서 갈 길을 잃고 주춤한다. 작렬하는 태양이 집열판 아래 강한 그늘을 만들지만 무덤은 열기에 그대로 노출돼 갈증을 느낀다. 무덤은 농경과 문명 사이 위태롭게 위치해 미약하게 숨을 고른다. -p94

 

근대화와 현대화의 물결 속에 제주의 장묘 문화도 점점 옛것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한 대목이 아닐까 싶다. 태양열 집열판이 무덤 코 앞까지 일렬로 늘어선 모습을 보고 있다 보면 계절의 변화에 따라 산 자의 영역에 따라 어우러져 다양하고 풍부한 표정을 짓고 있는 제주무덤만이 갖고 있던 독특함까지 퇴색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글이 주는 묵직한 무게감에 사진과 더불어 나에게 문명의 변화와 전통을 지키는 것의 간극을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는지 생각할 거리를 남겨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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